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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 강제개시, 피해자는 결국 국민"

"의료분쟁조정 강제개시, 피해자는 결국 국민"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6.02.2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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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토론회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 쏟아져
"의사-환자 적대적 관계 유발...안정적 진료환경 저해"

▲의료분쟁조정법 국회 통과를 앞두고 20일 의협회관 회의실에서 의료분쟁 조정 강제개시에 대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료분쟁조정 절차를 환자 측의 신청만으로 강제 개시하도록 하는 의료분쟁조정법이 개정되면, 의료인의 소신진료를 저해하고 방어진료를 조장해 결국 그 피해를 국민이 보게 될 것이라는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최근 사망과 중상해 사고에 대한 의료분쟁조정 강제 개시를 의무화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결된 것과 관련 20일 긴급 토론회를 열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추무진 의협회장은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의료인들이 국회와 국민에게 바라는 것은 환자를 최선을 다해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인데, 사망과 중상해 사고에 대한 강제 개시가 시행되면 의료인들이 소신진료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분쟁조정법은 제정 당시 당사자의 동의에 의한 임의조정이 원칙이었다. 그리고 의료사고 피해구제 방법은 의료분쟁조정법 이외에도 충분히 있다"면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사들도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다. 의사와 환자가 서로 신뢰해야 제대로 된 진료와 치료가 가능하다.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강제개시 조항, 법 장점·핵심가치·취지 저해"
강청희 의협 상근부회장은 발제를 통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과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강 부회장은 먼저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측이 의사들이 의료분쟁조정에 동의하지 않아 조정개시율이 낮다는 주장을 하면서 강제 개시 조항 신설을 주장하는 것은 허구라고 밝혔다.

▲ 강청희 의협 상근 부회장ⓒ의협신문 김선경
강 부회장은 "2012년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된 이후 조정개시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특히 의원·종합병원급의 조정참여율 역시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며 "자율 참여에 의한 조정개시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강제 개시 조항을 신설해 조정개시율을 높일 것이 아니라 조정성공률과 조정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면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조정개시율 역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이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취지는 자율적인 분쟁해결을 통해 의료사고 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하고, 의료인에게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강제 개시 조항은 신속한 피해구제와 핵심가치, 법률 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사망은 기저질환에 의한 사망, 기저질환 외 질환으로 인한 사망, 의료과실로 인한 사망, 합병증에 의한 사망 등 여러 가지 경우가 있으므로, 사망 사건 조정을 강제개시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상해에 관한 판단은 환자가 느끼는 피해의 정도, 형사적 기준, 의학적 기준이 상이할 수 있다. 환자 개인의 후유증의 정도 또는 재활 기간 등을 고려하면 개인차가 심하다. 장애의 경우, 상당 기간이 경과한 이후에야 명확한 판정이 가능하므로 이를 강제개시의 근거로 삼기에는 혼란과 어려움이 있다"면서 " 이를 구체화하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논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중상해의 범위를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을 훼손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범위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소송 과정 이전에 반드시 조정·중재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이해당사자들의 소송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근본적으로 조정의사가 없는 사항을 가제하는 것은 조정을 거부할 수 있는 당사자의 권리를 국가가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인으로서는 외과, 산부인과 등 의료분쟁의 가능성이 높은 전공과목을 기피하게 될 것이며, 의료분쟁의 가능성의 높은 중환자들을 기피함으로써, 방어진료에 전념하는 등 의료분쟁을 회피하기 위한 소극적 대처가 만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러한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이 부담하게 될 것의"이라고 우려했다.

끝으로 "조정 강제개시는 소송과정 이전에 거쳐야 하는 법적 단계만이 추가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신청인은 '한번 걸고 보자…는 심정으로 무차별적으로 조정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환자 부담 가중 등 의료분쟁 조정과 관련한 사회적 비용이 급격히 증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식불명·장애 1등급이 중상해?...무슨 근거로"

▲ ⓒ의협신문 김선경
유화진 변호사(법무법인 여명, 전 의협 법제이사)도 이번 개정안의 강제개시 조항 등 내용이 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동의했다.

유 변호사는 "법과 정책은 각 영역의 규형있게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강제개시 조항이 포함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심스럽다"면서 "2015년 기준으로 의원·종합병원급 조정개시율이 각각 51.5%, 52% 등으로 증가추세인데, 강제개시 조항은 신설하겠다면서 보건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하려는 조항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중상해의 개념을 어떻게 규정할지도 의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중상해의 예로 의식불명 1개월과 장애 1등급을 제안했는데, 의식불명의 원인이 다양할 수 있다는 점과 장애등급 판정 기간이 길다는 점 등을 간과한 것 같다. 장애등급판정은 장시간의 치료 후에 후유장애 고착되고 난 후 받을 수 있다. 등급판정에 최소 1년 이상 걸린다"면서 신속한 피해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분쟁조정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정은 양측의 이해와 합의, 자발적 의사에 의해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어느 일방이라도 원치 않는다면 강제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민사조정법에도 피신청인의 출석을 강제하지 않는다. 응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와 국민 편 가르는 선동행위 지양해야"
이동욱 대의원(대한평의사회 대표)은 국회의원들의 포퓰리즘에 편승하는 입법행태를 꼬집었다. 이 대의원은 "의사 개인에게 가혹한 책임을 물어 의료분쟁문제를 해결하자는 포퓰리즘은 의사와 국민을 분열시키고 대립시키려는 편 가르기 선동행위로 지양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사들의 참여를 강제하고 강제조정과 강제조사를 법제화하겠다는 개정안은 의사들에게 만연된 의료분쟁조정법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욱 심화해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저해할 것"이라면서 "의료분쟁조정제도를 의사들에게도 좋은 제도로 만들어 의료분쟁 조정제도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 의사들의 자발적 참여를 높이는 방법으로 낮은 조정개시율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치권은 국민과 의사를 대립관계가 아닌 동반자의 관계로 신뢰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정은 자발적·상호양해가 필수...강제하면 신뢰 추락"

▲ ⓒ의협신문 김선경
박형욱 대한의학회 법제이사(단국대 교수, 변호사)는 강제개시 조항이 자발적 참여와 상호양해라는 조정의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조정 당사자들의 불신을 초래해 결국 조정결과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결과를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이사는 "조정 성공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 강제개시 조항이 신설돼 강제로 조정돼도 의료인들이 조정결과를 불신해 수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며, 결국 조정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소비자원에서 의료분쟁조정을 강제로 개시해 처리하고 있다고 하는데, 내용은 그렇지 않다"면서 "시작은 강제로 하지만 조정 과정은 자발적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강제로 의료기관에 대한 조사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정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강제조사와 권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양 당사자의 조정 과정과 결과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면서 "직권적이고 조사 과정에 의사 이외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기형적인 모습의 의료분쟁조정법은 오히려 원만하고 공정한 조정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망과 중상해 사고의 의료과실은 극소수다. 선량하고 성실한 의료인들에게 깊은 상처와 모욕을 주는 제도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다. 의사와 환자가 서로 상대를 적으로 생각하는 환경에서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면서 "환자들도 의사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현명하고 균형 있는 판단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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