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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수술 전 설명은 보호자 아닌 환자에게"

법원 "수술 전 설명은 보호자 아닌 환자에게"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1.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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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설명의무 위반 500만원 배상 판결
수술 적절했지만 환자에게 직접 설명하지 않은 건 잘못

▲ 환자가 의식이 있을 경우 수술에 대한 설명을 보호자가 아닌 환자에게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수술에 대해서는 주의의무를 다했지만 환자에게 설명을 하지 않은 경우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500만원 배상판결을 내렸다.
'말 한마디가 1000냥 빚 갚는다'는 속담을 재확인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삼차신경통 치료를 위해 미세혈관감압술 및 신경근절제술을 받은 A씨가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1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4가합566659)에서 설명의무 위반을 들어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수술 과정과 내용은 적정하다며 주의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환자에게 직접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 자기결정권 내지 선택권을 침해한 데 대해서는 책임을 물었다.

미국에 거주하는 A씨는 미국병원에서 삼차신경통 진단을 받자 귀국. 2013년 3월 11일 B대학병원에 내원했다.

MRI 검사 결과 우측 전교 정맥이 삼차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진단한 의료진은 미세혈관감압술이 필요함을 설명하고, 3월 17일 신경외과로 전과했다.

신경외과 의료진은 3월 19일 개두술 및 미세혈관감압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삼차신경 도입부에 유착돼 있는 작은 정맥을 절제했다. 의료진은 수술 관찰 소견상 작은 정맥이 삼차신경을 심하게 압박하는 정도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 삼차신경 측하부를 1/4 정도 절제하는 신경근 부분절제술을 추가적으로 시행한 후 수술을 마쳤다. A환자는 수술 이후 심각한 통증을 호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3월 28일 퇴원했다.

A환자는 퇴원 후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극심한 통증과 안면마비 등의 장애를 입게 됐고, 삼차신경과는 무관한 다른 신경을 제거했다며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의료진이 수술 중 신경 일부를 절제할 가능성이 있거나 절제시 안면마비 등의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수술 후 감각 저하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수술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삼차신경통에 있어 삼차신경근 감각지의 부분적 절제는 병변이 발견되지 않거나 원인 혈관에 의한 삼차신경의 압박 소견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단독으로 또는 미세혈관감압술과 병행해 시행되는 시술방법으로 적절한 수술이라고 판단했다. 감각 저하 역시 수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재판부는 B대학병원 의사는 수술 하루 전 A씨의 아들에게 개두술 및 미세혈관감압술에 대한 수술방법·수술과정에서의 출혈·통증·감염·증상 지속 가능성·청신경 손상 등 합병증이 있음을 설명하고, 수술동의서에 '환자가 의사결정을 하기 힘든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음'이라는 표시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자가 의사결정을 하거나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고, 아들에 대한 설명을 A환자에 대한 설명의무 이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개두술 및 미세혈관감압술을 설명하면서 수술 과정에서 유착 소견의 정맥이 삼차신경을 압박하는 정도가 심하지 않아 수술 만으로 치료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 신경근 부분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고, 이를 절제할 경우 감각저하 등 합병증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사의 설명은 환자의 승낙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그 상대방은 환자여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가 성인으로서 판단능력을 갖고 있는 이상 자식등에 대한 설명으로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사의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의 조치인 만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입증책임은 의사측에 있다고 지적했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미세혈관갑압술에 대한 설명만으로 통상의 설명의 범주 내에 설명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해 A씨의 자기결정권 내지 선택권을 침해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소송비용의 9/10는 A환자가, 나머지는 B대학병원과 집도의가 부담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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