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용역결과·여론수렴 과정 모르쇠 일관
의료계, "전문가 의견수렴없어 우려된다"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응급피임약은 의사처방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를 꾸준히 받는 전문의약품 가운데 하나다.
고농도의 프로게스테론을 집중투여해 수정란이 자궁 내벽에 착상되는 것을 막는 기전 탓에 산부인과 의사들은 심각한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일반약으로의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응급피암약의 이상반응으로는 구토와 두통·어지럼증·복통·유방통 등뿐 아니라 심하면 부정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박노준 현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20일 "일반 피임약보다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최대 30배까지 높은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분류하면 오남용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일반약 전환을 반대했다.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여부는 2012년에도 쟁점이 된 바 있다. 당시 종교계와 의료계는 생명존중과 여성 건강보호를 명분으로 일반약 전환을 백지화시켰다.
식약처는 20일 응급피임약 재분류 여부를 묻는 말에 "올 상반기 안에 전환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 말고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일반약 전환여부에 대한 의견이 첨예할 수 있으므로 의견수렴 과정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에는 "이미 연구용역을 하면서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고 답변했다.
식약처는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한국의약품안전연구원으로부터 연구용역 보고서를 받았다. 안전연구원은 연구용역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의사회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식약처는 이 과정에서 의견수렴이 됐다고 보고 있다.
김동석 새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연구용역 설문조사만으로 전문가 의견청취를 했다고 하면 곤란하다"며 "산부인과 전문의로부터 충분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의견수렴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노준 회장 역시 "설문조사로 의견수렴이 끝났다고 해선 안된다"며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의견수렴 일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