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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성 평가 결과에 병원들 "억울하다"

적정성 평가 결과에 병원들 "억울하다"

  •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6.01.1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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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수준 떨어지지 않아도 등급 공개로 '낙인'
"병원별 줄세우기식 평가...신뢰도만 떨어뜨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폐암 적정성 평가를 발표한 가운데 병원계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평가 결과는 각 항목마다 우수한 부분을 파악하기 보다는 전체 종합점수를 토대로 나눈 등급만 공개되고 있다. 결국 환자의 치료 수준이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낮은 평가 등급을 받게 되면 '나쁜 병원'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심평원은 2014년 1~12월 진료분을 대상으로 진행한 '폐암 2차 적정성 평가'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이번 평가결과는 건수가 10건 이상인 기관으로 총 93개 기관에 대해서 각각의 지표 항목에 대한 종합점수를 산출하고, 그에 대한 평균점수를 통해 5등급으로 구분했다. ▲최상위 등급인 1등급은 95점이상 ▲2등급은 90~95점 ▲3등급은 85~90점 ▲4등급은 80~85점 ▲최하위 등급인 5등급 80점 미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 심평원이 공개한 '폐암 적정성평가 권역별·등급병 기관분포 현황'

그러나 병원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항목이 모든 병원에 적용되면서, 종합점수와 등급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 대학병원은 이번 평가에서 7개 진료과의 전문인력 구성여부를 확인하는 '치료 대응력'부분에서 전문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치료 대응력을 제외하고 다른분야의 평가 항목에서는 95~10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전체 종합점수를 산출해야 하는 평가 구조상 하나의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되면 등급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황이다. 결국 A 병원은 '하위' 등급을 평가 받았다.

A 병원 관계자는 "A병원은 현재 전문인력을 모두 갖출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은 '본원'에 의뢰하고 있어 무리 없이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 적정성 평가는 각 병원단위마다 전문인력 유무만을 확인하고 있어 이런 경우 문제가 되고 있다.

A 병원 관계자는 "다른 평가항목은 90~100점으로 상위 점수를 받았으며 결코 환자 치료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종합점수를 토대로 등급이 구분되다 보니 하위등급을 받게 됐다"며 "환자들이 보기에는 적정성 평가라는 명칭이 질환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고, 등급만 보고 '불량 병원'이라는 낙인이 찍힌다"고 우려했다.

평가지표가 바뀌지 않는 한, A 병원은 추후 평가에서도 계속해서 하위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A 병원 관계자는 "병원별 사정이 다른데, 일괄적인 평가 잣대로 인해 불리한 면이 있다"며 "각 병원별 사정에 맞는 지표로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의료원 통해서 환자 의뢰 이뤄지지만...평가 반영 안돼"

또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다. B 대학병원은 '방사선 치료' 평가 항목에서 최하 점수를 받으면서 하위 등급으로 평가됐다.

B 병원 관계자는 "최근 병원의 규모를 줄이면서 치료방사선과가 없는 상태"라며 "그러다보니 방사선치료의 세부항목인 ▲방사선치료 기록 비율 ▲근치적 방사선 치료과정 중 부작용 평가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항암화학과 방사선요법 동시병용률 등의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됐다"고 호소했다.

방사선과가 없기 때문에  3개 항목 이상인 세부 항목평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B 병원의 경우에도 폐암 환자의 방사선 치료를 할 때는 B병원의 '의료원'에 환자를 의뢰하면서 진료에는 차질이 없다. 특히 B 병원은 이번 적정성 평가 결과에서 방사선 치료 항목을 제외한 5개 영역에서는 90점 이상의 높은 평균 점수를 받았다.

B 병원 관계자는 "병원의 내부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모든 병원을 똑같이 평가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다른 항목이 아무리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더라도 결국 평가 등급이 낮으면, 부정적인 이미지로 보여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병원 줄세우기식 평가...국민에 혼란만 주는 잘못된 정보 제공"

이번 평가 결과와 관련해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적정성 평가는 병원 줄세우기식 흥미 위주의 평가일 뿐"이라며 "진료의 질 개선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국민들에게 혼란만 주는, 잘못된 정보를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부분의 병원이 비슷한 수준의 치료를 하고 있음에도 미묘한 평가 항목으로 줄세우기식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가 항목별 점수의 차이는 크지 않더라도 등급에서 차이가 나면 결국 의료기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된다"며 "제대로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런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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