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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환자안전법 하위법령, 실효성 우려

베일 벗은 환자안전법 하위법령, 실효성 우려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5.12.2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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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병상 이상 병원에 전담인력 배치 골자...안전사고 '자율보고' 원칙
전담인력 교육·배치기준도 제시...관련 단체 "실효성 의문" 우려 쏟아내

▲ 보건복지부는 18일 '환자안전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공정회'를 열어, 내년 7월 29일 시행 예정인 환자안전법 하위법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보건복지부가 내년 7월 시행 예정인 '환자안전법' 하위법령안을 공개했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관련 단체들이 법안 제정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위법령안 상당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18일 '환자안전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해, 하위법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김대욱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사무관은 주제발표를 통해, 환자안전법 제정 배경과 제정 과정, 추진 경과와 향후 계획, 그리고 주요 법령안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먼저 환자안전사고의 정의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위해의 범위를 사망, 장애(장애인복지법 제2조), 장해(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그 밖에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거나 필요한 것으로 예상되는 손상이나 질병으로 규정했다. 다만, 보건의료인이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과정 중 충분한 주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위해는 제외했다.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보고자 및 보고내용, 보고방법 등은 환자안전사고를 발생시켰거나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보건의료기관의 장, 전담인력, 보건의료인,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로 규정했다. 이들 외에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사람에 대한 포함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며, 환자안전사고를 일으킨 자가 보고할 경우 행정처분 감경 및 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환자안전사고 보고는 자율보고로 하고, 자율보고에 포함돼야 하는 사항은 환자안전사고의 발생일시 및 장소, 환자안전 사고의 종류, 환자안전 사고의 발생 경위, 환자안전 사고의 피해 상황, 그 밖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환자안전사고 확인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으로 규정했다.

▲ 환자안전법 하위법령의 주요내용.
환자안전법 적용 대상은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336곳과 병상 200개 이상으로 중환자실 또는 응급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 110곳 등 총 446곳이며, 이들 병원에 환자안전 전담인력 배치를 의무화했다. 전담인력은 면허 취득 후 7년 이상 또는 전문의 자격 취득 후 2년 이상 보건의료기관에 근무한 의사 또는 면허 취득 후 10년 이상 보건의료기관에 근무한 간호사로 한정했다.

병원 및 300병상 이하의 종합병원은 전담인력을 1명 이상 두고, 300병상 초과 종합병원은 2명 이상 두도록 했다. 전담인력은 환자안전위원회의 운영지원, 환자안전사고의 보고 활성화를 위한 활동, 환자안전기준의 준수 여부 관리, 환자안전지표의 결과 산출 및 관리 등의 업무를 맡도록 했다.

전담인력의 교육은 의료인단체 또는 의료기관 단체, 관련 학회 및 비영리법인 등에 위탁하도록 했으며, 전담인력은 배치 6개월 이내 신규교육을, 신규교육 이수 후 연 1회씩 보수교육을 받게 했다.

관련 단체들 "전담인력 자격 기준 과도...배치·교육비용 국가가 지원해야"

▲ 공청회에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등 유관 단체 전문가들은 하위법령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 법안 보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환자안전법 하위법령의 실체가 공개되자, 관련 단체 전문가들은 환자안전에 대한 법률 제정 필요성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하위법령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다양한 우려를 쏟아 냈다.

유화진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환자안전법에서 유해사고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겠다고 했는데 관련법을 참고해 가능한 중복되는 내용을 제외하고 유해사고를 지정해, 일선 기관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자안전 전담인력의 자격이나 교육에 관한 것은 법 시행 초기임을 고려해 완화하는 것이 제도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담인력 배치와 교육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보조도 명확히 규정해야 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데, 현재는 국가보조 규정이 임의규정이어서 지킬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환자안전법이 환자안전을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겠지만, 환자안전에 대한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의료계에서도 의사윤리강령 등을 수정하는 등 환자안전 확보를 위한 자율적인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는 "전담인력을 의사와 간호사로 한정하고 의사는 면허 취득 후 7년 이상 전문의 자격 취득 후 2년 이상, 간호사는 면허 취득 후 10년 이상 보건의료기관에서 근무한 사람으로 제한하도록 했는데, 중소병원에서는 이런 경력을 가진 의료인력을 구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법 시행 초기임을 고려해 경력에 대한 제한 없이 일정 기간 교육 이수 후 전담인력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해, 기존 담당자들이 지속적해서 전담인력으로 배치돼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하고 전담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담인력 교육 위탁에 대해서도 "평가기관과 위탁기관이 같이 가는 것은 이해 관계상 충돌이 있을 수 있다"며 "가능하면 법정기관과 관련 학회가 연계해 공동의 교육기관을 만들고 병협이 주도하는 입장에서 진행하면 병원 관계자들을 현실적으로 교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원일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은 "환자안전법의 가장 큰 맹점은 법률로써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이라며 "개인정보에 관해서만 처벌조항이 있는데, 이 법안이 실효를 거두기 위한 법적 요건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 안전의 지표를 의료기관 평가 인증 시에 적용하도록 해, 법적 실효성을 강제하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의료인 보수교육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의료인이 비용을 부담한다. 그러나 환자안전 전담인력에 대한 수익 또는 수혜는 전담인력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전담인력 교육 비용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윤 대한환자안전학회 총무이사는 "모든 요양기관이 당연 지정되는 상황에서 의료를 건강보험과 분리할 수 없다. 그래서 환자안전 관련 질 향상 부분에 대해서도 보험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서 "그런데 민간이 주도하는 형식인 국가환자안전관리위원회의 구조상 보험재정 투입 의견이 정부에 건의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안전에 관해 알게 된 제3자의 보고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병원계에서 이를 악용하는 이들로 인해 안 좋은 수단으로 이용할 우려가 있어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 우려를 이해하지만, 그래도 제3자 보고는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이제 걸음마 시작...국가 지원 확신 못 해"
이런 지적에 대해 정영훈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환자안전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는데 벌써 뛰라는 지적이 있다"면서 "보건복지부는 환자안전 관련 종합계획을 작성해 보고해야 하는데, 이상적인 부분들을 모두 수렴해 하위법령을 만들기는 힘들다. 그렇게 하위법령을 만들어서 법을 시행했는데 기대했던 데이터나 효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종합계획 자체를 세울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전담인력 자격에 관해서도 "간호사의 경우 10년 이상의 임상 경험자로 한정한 것에 대해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3년 이상으로 하자는 제안도 있었는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담인력 배치와 교육 비용 국가 지원에 관해서는 "국가 예산 지원의 원칙은 공공영역을 지원한다는 것인데, 보건의료 분야는 민간영역이 크고 공공영역이 작다"면서 "결국 어느 정도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느냐가 문제인데, 보건복지부과 편성안 내년도 지원 예산안의 1/10만 반영됐다. 솔직히 앞으로 관련 단체들이 만족할 만큼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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