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시간 단축으로 인한 진료공백...5000억원 규모 손실 발생
정훈용 내과학회 수련이사, "정부 재정 지원 반드시 있어야"
특별법에서는 전공의 수련시간을 1주일에 80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20시간 이상 연속 근무를 금지했다. 또 연장된 시간의 수련과 야간수련 또는 휴일수련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했다.
이처럼 근무시간이 80시간으로 제한되자 병원에서는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진료공백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기 바쁘다. 또 전공의 교육의 질도 높여야 하는 본래의 목적까지 살려야 하기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기도 양평 대한의학회 임원 아카데미가 열리고 있는 현장에서 정훈용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울산의대 소화기내과)와 박중신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서울의대 산부인과)를 만나 실제로 병원에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처방을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정훈용 교수는 먼저 "특별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이제 남은 과제는 들어가는 비용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모든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해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다른 인력을 고용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을 정부가 줄 것인지, 아니면 병원에서 감수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것.
정 교수는 "어찌됐든 시대적 요구가 전공의 특별법을 통과시킨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전공의 수련교육의 내용 및 방향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수련병원은 양질의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고, 전공의들이 병원의 수익을 책임지기보다는 수련교육에 더 치중할 수 있도록 기존의 수련교육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문제는 병원에서 지도전문의가 교육에 더 매진할 때 이에 대한 보상이 고려돼야 하고,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약 5000억원 규모(내과만 3500억원)의 손실에 대한 보전이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내과학회의 경우 특별법 제정 이전에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진료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호스피탈리스트(입원전담 전문의)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3개병원에서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제도를 적극 추진할 의지가 있다면 특별법 제정 이후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호스피탈리스트를 운영하려고 해도 이에 대한 비용을 정부가 책임지지 않으면 특별법은 시행도 되기전에 수많은 문제점만 노출한채 좌초될 수도 있다"며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그리고 관련학회와 특별법 제정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 논의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특별법에서는 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시된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애매한 문구로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떻게든 정부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전공의는 교육보다는 진료에 투입되는 것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그동안 잘못돼 있던 전공의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중신 교수도 "특별법이 이렇게 빨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지 병원계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대한의학회는 내부적으로 특별법 제정에 따른 수련교육시간 단축과 진료공백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비용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곤란하지만 최소한 최소한 5000억원 이상 예상되는 추가재정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