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6 16:29 (금)
[신간] 아버지 눈물

[신간] 아버지 눈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5.12.02 21:3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성원 지음/동서문화사 펴냄/1만 5000원

 
칼잡이가 펜을 잡았다. 환부를 도려내던 칼 끝은 어느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펜 끝으로 다시 살아난다. 펜을 잡은 손이 움직여 가르키는 곳은 이 땅의 모든 '아버지'다.

3년 전 <아버지 마음>을 통해 우리 아버지들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그 사랑이 얼마나 큰 지를 알렸던 권성원 대한전립선관리협회장(차의과학대학 석좌교수)이 <아버지 눈물>을 출간했다.

비뇨기계 종양 권위자인 저자는 진료현장에서 수많은 암 환자들을 만난다. 대부분이 노년의 아버지들이다. 그들은 한결같다. 하나같이 마음은 비단결이고, 자식이라면 물불가리지 않고 무조건 쏟아붓기만 한다. 그러나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일편이나마 헤아리는 자식은 많지 않다.

암이라는 공동의 적과 맞서기 위해 몇 달 몇 년을 함께 하다보면 저자는 환자의 삶을 살게 된다. 그들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환자는 가족에게 못하는 이야기도 털어놓고, 가족들과는 임의로운 사이가 된다. 그들과 함께 하며 저자는 '아버지'에 다가설 수 밖에 없다. 스스로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지만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받쳐온 삶. 언제나 너른 마음으로 자식들을 품어주고, 언덕이 되고, 그늘이 된다. 여간해서 볼 수 없는 '아버지의 눈물' 역시 자식들에 의해, 자식들을 위해서만 흘린다.

이 책은 저자가 방광이나 전립선 등 비뇨기암에 걸린 환자들을 진료하는 동안 곁을 지키면서 그들과 함께 한 기록이다. 끈끈하게 맺어진 인간관계 속에서 울고 웃었던 감동이 이어진다. 2003년 <전립선> 발행인을 맡아 써내려간 수많은 칼럼 가운데 갈무리했다.

저자는 이 땅의 아버지들은 위대하다고 말한다. 특히 70대 이후 아버지들은 세계적인 명품 아버지라고 단언한다.

"나라없이 식민지에서 태어나 아비규환의 전장에서 살아남고 주린 배를 움켜쥐며 보릿고개를 넘었다. 독일로, 베트남으로, 중동으로 생존을 위해 달려갔고, 봉제품 하나 들고 전세계를 누볐다. 목적은 하나였다. 가족들을 살리고, 자식 교육을 위해 온 몸을 던졌다. 쓰레기통에서 피어난 장미처럼 민주주의를 살려냈고, 이제 무역규모 1조달러의 강국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아버지들은 불꽃이 다 타버린 하얀연탄재가 돼버렸다. 그게 미안했다. 그게 싫었다, 그게 슬펐다.…그래서 그들을 알리고 싶었고, 위로하고 치유해 드리고 싶었다."

모두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자식이 뭐길래!(동대문의 추억·아버지가 된다는 것·남자라는 이유로·유령의 편지·못말리는 회장님·꽃돼지 분식집 할머니·몸빼 할머니·오야 아주머니·달걀귀신·왕할머니·남몰래 흘린 눈물·가는 정 오는 정) ▲의학은 인간성을 초월할 수 없다(동대문의 추억·인술·친구·죽은 친구가 산 친구를 살립니다·차돌 원장·케슈타포 선생님·의학은 인간성을 초월할 수 없다·다국적군의 고민, 종양의학자들의 고민·남성에게도 갱년기가 있다·대통령 같은 의사·부자나라·양변기와 비뇨기과의사) ▲이런 호사가 어데 있능교?('하쿠나 마타타'를 외치세요·데스퍼 기자의 대동강 철교·조수미 그리고 그리운 금강산·길고도 길었던 3일·진짜 사나이·작은 영웅들·거인·러셀 브레이즈델 목사를 아시나요?·이런 호사가 어데 있능교?·쫄리 선생의 기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매일 암과 싸우는 의사가 이렇게 감성적인 글을 쓰다니? 구어체의 아름다운 글에 빠져들었다. 짧고 명료한 단문의 문체가 독특하고 재미있다.……이 책에는 따뜻한 아버지 마음과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아버지를 존경하지 않는 사회, 아버지의 권위가 무력해진 사회에 사는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을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게 해주는 훈훈한 이 책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립선 전도사' 또는 '전립선 아버지'로 불리는 저자는 2001년부터 한국전립선관리협회장을 맡아 전국 도서벽지를 찾아다니며 배뇨장애로 고생하는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고 있다. '비뇨기과학은 오줌외과학'이라며 어르신 환자 곁으로 달려가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 한 분의 어르신이라도 더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먼저 출간된 <아버지 마음>을 통해 1000명 이상 진료할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한 것처럼 이번 <아버지 눈물> 역시 수익금 전액은 어르신 전립선 치료를 위해 쓰여진다(☎ 02-546-0331~6).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