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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공의 살인적 근무환경이 세계 의료계 움직여

한국 전공의 살인적 근무환경이 세계 의료계 움직여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5.11.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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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A 총회 "의사 웰빙이 환자의 안전" 결의문 채택
의협 "전공의 처우개선 지속적 요구가 이뤄낸 쾌거"

세계의사회 모스크바 총회 한국 대표로 참석한 강청희 의협 상근부회장, 박경아 세계여자의사회장, 신동천 세계의사회 재정기획위원장(왼쪽부터)

우리나라 전공의 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 의사 단체들의 모임인 세계의사회(WMA)가 의사들의 삶의 질이 환자의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공식 표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은 WMA가 지난달 14∼1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총회에서 '의사의 웰빙이 환자의 안전'이란 제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17일 밝혔다.

WMA는 결의문을 통해 "의사 및 의대생들이 직업생활의 모든 단계에서 긍정적 경험과 함께 웰빙을 해칠 수 있는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된다"며 "의사들은 이같은 스트레스 요인을 유발시키는 정책 및 관행을 확인 및 개선하고, 이에 대한 방어력을 갖춘 정책 및 관행을 개발하기 위해 의사협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의 웰빙은'의사의 생물학적·정신적·사회적 건강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의 최적화 및 정신질환·장애·근무상 위험요소(work hazards)로부터 발생하는 부상, 직업적 스트레스 및 탈진 등을 포함해 의사가 경험하는 급성 및 만성질환에서 자유로운 것'이라고 정의했다.

WMA는 각국 의사회가 인지하고 적극 대응해야 할 주요 권고사항으로 △안전하고 합리적인 연속 및 총 근로시간 △교대 사이 적절한 휴식시간 △적절한 수의 비번 일 등을 포함한 적절한 근로조건 마련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WMA는 의료계의 각 조직들은 직업적 자율 및 일-생활간의 균형 문제에 대해 건설적으로 접근하고, 근로생활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 의사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조건으로 인해 환자 및 의사가 위험에 처해서는 안되며, 궁극적으로는 전공의가 최적의 근로여건을 수립하는데 파트너이자 리더로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공의를 포함한 모든 의사는 희롱 및 폭력이 없는 직장에서 일할 권리가 있고, 이는 언어적·성적·육체적 남용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사·수련의·의대생은 협업적이고 안전한 직장에서 일할 권리가 있으며 직장에서는 다제간 협업을 권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와 직장 간 의사소통은 협력과 상호 존중의 분위기 속에서 이뤄져야 하며 의사소통 기술, 자기 인식 및 팀워크에 관한 교육 제공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기관내 폭력행위에 대해서도 권고했다. WMA는 의료종사자가 폭력성이 있는 환자를 식별하고 대응하고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교육받아야 하며, 의료시설은 폭력위험에 대한 감시를 포함해 폭력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신과 치료시설과 응급실의 경우 이러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폭력 피해를 입은 의료종사자 혹은 폭력을 신고하는 의료종사자는 경영진의 지지와 함께 의료적, 심리적 및 법률적 조언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WMA의 결의문 채택은 의협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로 알려졌다. 의협에 따르면 결의문은 지난 2010년 세계의사회 산하로 발족된 '젊은의사네트워크'(JDN, Junior Doctors Network)에서 최초로 제안됐는데, 당시 의협을 비롯해 산하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참여한 첫번째 JDN회의에서 한국 의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현실을 알린 것이 이번 결의문 채택의 단초가 됐다.

이후 JDN에서 작성한 안건이 WMA 본회의에 상정돼 회원국들의 많은 관심 속에 수 차례 토론과 논의를 거쳐 4년 만에 총회에서 채택된 것이다.

강청희 의협 부회장은 "의사의 웰빙이 환자의 안전이라는 인식이 세계의사회 총회에서도 확인된 만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촉구한다"며 "정부는 전공의 인권이 국민의 안전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해 더이상 전공의 처우를 외면하지 말고 수련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협은 세계의사회 러시아 총회 때 강 부회장을 비롯해 신동천 WMA 재정기획위원장, 박경아 세계여자의사회장 등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번 총회에선 의협이 제안한 '의사의 방송 출연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최종 통과·채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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