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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결정구조 개선 '무산'...시민단체 반발에 굴복?

수가결정구조 개선 '무산'...시민단체 반발에 굴복?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5.10.2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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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진 의원, 건보법 개정안 발의 하루만에 '철회'
참여연대 등 압박 때문...의료계 "월권행위" 비난

법 개정을 통한 수가결정구조 개선 시도가 본격적인 논의를 거치기도 전에 무산돼, 뒷 배경에 의문이 일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관련법 개정에 시민단체가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히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일부 의원들이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요양기관단체 간 수가협상 결렬 시 건보공단 재정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 별도의 중립적인 조정기구에서의 협의를 통해 수가를 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김 의원은 건보법 개정안을 발의한 지 하루만인 23일 돌연 개정안 발의를 철회해, 개정안 입법 추진이 중단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 발의에 동참했던 일부 의원들이 동반발의자 명단에서 이름을 빼 줄 것을 요청했다. 일부 시민단체가 개정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면서 "이런 요청을 받아들여 최종적으로 개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개정안 재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27일 현재 국회 홈페이지 의안정보시스템 공지에는 김춘진 의원과 같은 당 김영록, 노영민, 박범계, 전순옥 의원 등이 개정안 철회 요청자로 공지돼 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이 발의된 다음 날인 23일, 참여연대는 국회에 김 의원의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내고 개정안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의견서에서 "이 법안은 현재 공급자 중심으로 구성돼 가입자들의 정당한 의사 반영이 미흡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제기되며, 사실상 요양급여비용 인상 결정에서 가입자를 배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을 배제하고 공급자들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면서 "당장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모 의원실 관계자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거기에 회원이 많은 시민단체에서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하거나 강력히 항의할 경우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으로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공동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에게도 강력한 항의가 이어지기 때문에, 공동발의자 역시 같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로서는 이러한 반대 표명과 항의를 더욱 무시할 수 없다"면서 "특히 상당수 시민단체와 정치적 입장과 정책에 대한 공통점이 많은 야당 의원들은 더욱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와 국회 관계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김 의원의 개정안에 참여연대 등이 공식적으로 반대성명을 내고 개정안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 것에 부담을 느낀 개정안 공동발의자들이 공동발의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 줄 것과 법안 철회를 요구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상황 결과에 의료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모 전 대한의사협회 임원은 "개정안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입법 논의 과정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수정토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정안 발의자와 공동발의자를 압박해 철회토록 하는 것은 총선을 미끼로 국회의원들의 정당한 입법활동을 방해하는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모 시도의사회 임원 역시 "시민단체의 건전한 비판은 수용돼야 하겠지만, 표를 의식하는 국회의원의 약점을 이용해 법안 발의 자체를 철회시키는 행태는 또 다른 집단 이기주의다. 시민단체들이 그토록 비난하는 집단 이기주의를 스스로 자행하는 행위를 반복하면 시민단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실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시민단체에서 국회의원들을 통해 발의시키고 입법화한 수많은 보건의료 관련법안 중 상당수가 의료계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악법들이었지만, 어떤 의료공급자단체도 국회의원을 압박해 법안을 철회시키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의사결정 구조와 수가결정구조 개선은 오래된 의료계의 숙원으로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공급자단체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횟수에 걸쳐 정부와 국회에 의견을 제시하고 대안을 제시해왔으며,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노력에 정부도 수긍해 지난해 2차 의정협의를 통해 수가결정구조 개선을 중장기과제로 채택해 의협과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개선을 논의하기로 한 바 있으며, 26일 공식 재개된 3차 의정협의에서 개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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