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프로포폴 수면마취 감시 소홀로 사망...3억 원 배상

프로포폴 수면마취 감시 소홀로 사망...3억 원 배상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9.30 11:4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중앙지법, "주의·설명 의무 제대로 안하고, 전원도 늦어"
독립된 의료진 지속적 관찰하고, 부작용 대비해 장비·약제 갖춰야

▲ 프로포폴 수면내시경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3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다만 정상적인 치료에서도 프로포폴 부작용이 발생하고, 부작용 예측이 어려운 점, 기관삽관이 쉽지 않은 점 등을 감안, 의료진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정맥마취제 프로포폴을 이용해 수면마취를 하는 경우 시술이나 수술에 참여하지 않은 독립된 의료진이 지속적인 환자감시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함께 예기치 않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발생에 대비, 감시장비·처치 약제·의료기구 등을 갖추고 적절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법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수면내시경을 받다 프로포폴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건(2014가합504606)에 대해 의료진의 책임을 인정, 유가족에게 3억 853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환자 A씨는 2013년 12월 17일 10시경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및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B의원을 방문, 프로포폴을 투여받았다. 수면유도가 잘 되지 않아 추가로 프로포폴을 투여받은 A씨는 수면 무호흡 증상과 함께 산소포화도가 70%까지 내려갔다.

B의원장은 산소코줄을 끼우고, 산소마스크와 앰부백으로 호흡보조를 시작했으나 호전되지 않자 바로 옆 C의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B의원장과 C의원장은 함께 응급처치를 하며 A씨에게 기도삽관을 시도했으나 목이 짧고, 턱관절 구축이 심해 후두가 보이지 않자 기도삽관을 포기한 채 수면마취가 깰 때까지 앰부배깅을 유지하며 상태를 살폈다.

하지만 산소포화도가 7∼8%로 떨어지고, 맥박이 불규칙해지자 에프네프린을 투여하고, 119 신고와 함께 심장마사지를 시행했다. 11시 22분경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 전문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회복되지 못했다.

유가족은 "프로포폴을 투여하는 과정에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감시 인력을 배치하지 않았고, 응급처치 장비를 구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도삽관을 하지 않아 응급처치를 소홀히 했고, 상급병원으로 신속히 전원하지 않았으며, 수면내시경 검사에 앞서 마취의 필요성·마취를 시행하지 않는 다른 검사방법·마취약물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프로포폴 부작용과 관련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우선 고려해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형사사건 수사에서는 B의원이 기본적인 호흡관찰 및 응급처치를 위한 장비를 구비하고 있었고, 프로포폴 투여량과 투여방법의 경우 용법·용량을 준수했으며, 호흡부전 및 심정지 응급처치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으로 처분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프로포폴에 의한 수면마취를 실시하는 경우 시술이나 수술에 참여하지 않은 독립된 의료진에 의해 수면마취의 깊이와 환자의 산소포화도·혈압·맥박·호흡 등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하고, ▲자발호흡이 불가능한 전신마취상태로의 전환이나 심각한 심혈관계 부작용 발생에 대비해 감시장비·처치 약제·의료기구 등을 완비해야 한다며 의료진의 주의 의무를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의무기록이나 기타 기록에 아무런 기재가 없다는 점을 들어 "심한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이 나타날 때까지 약 10분 동안 혈약·맥박·호흡·산소포화도 감시를 하지 않았고, 별다른 감시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병원내에 산소포화도 측정기·산소통·산소마스크·앰부백 등 인공호흡장비와 기관삽관 세트·에피네프린 등 기본적인 호흡관찰 및 처치를 위한 장비를 구비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호흡증상이 나타난 환자에게 신속하게 기도삽관을 실시하지 않았고, 전원조치를 지연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저산소증으로 인한 치명적인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윤상갑상연골절개술 등을 시행하지 않은 채 10분 이상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설명의무와 관련해서는 수면내시경 검사 동의서에 A씨의 성명이 기재돼 있지만 이것만으로 부작용 발생 위험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성명 역시 간호사가 기재했다며 설명의무 위반과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손꼽았다.

하지만 손해배상책임은 프로포폴이 불가피한 부작용으로 저산소증을 발생할 수 있는 점, 내수면내시경 검사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상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 턱관절 구축으로 기관삽관에 성공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윤상갑상연골절개술은 시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성공률이 달라진다는 점 등을 들어 의료진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2009∼2014년까지 마취 관련 의료분쟁에 관한 자문 105건을 분석한 결과, 전신마취가 52.5%(50건)로 가장 많았고, 프로포폴 수면마취는 36.8%(35건)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마취통증의학계는 "프로포폴은 호흡억제 작용과 심혈관억제 작용 등의 부작용이 있으므로 숙련된 기도관리가 가능한 사람에 의해서만 투여해야 하고, 산소포화도·혈압·심전도 등 환자 상태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며 "환자의 기도유지를 위한 장치·인공호흡·산소공급을 위한 시설을 갖추고, 즉각적인 심혈관계 소생술을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