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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유발 직장인 스트레스...정신건강검진 중요

자살 유발 직장인 스트레스...정신건강검진 중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08.1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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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부소장
연간 20만 케이스 축적된 데이터 분석 통해 조기에 문제점 찾아낼 것

잡코리아(2012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OECD 평균보다 훨씬 많은 시간 근무하고 있고, 전체 직장인의 75%가 '회사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우울·불면·중독(흡연·음주·도박), 그리고 자살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유발하는 스트레스는 일의 능률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개인의 문제를 넘어 기업의 생산성과 직결되기도 한다. 따라서 직장인의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2013년 설립한 강북삼성병원의 '기업정신건강연구소'가 주목받고 있다.

기업정신건강연구소는 긴 근무시간, 업무과다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직장인의 정신건강 증진, 그리고 직장인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효율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됐다.

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는 임세원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만나 직장인 정신건강 문제가 얼마나 중요하고, 연구소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Q.기업정신건강연구소라는 것이 생소하다. 연구소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최근 직장인의 삶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장인들은 정상적으로 출근해서 일을 재미있게 하는 것이 필요한데, 출근은 했지만 일을 생산적으로 하지 못하는 멍한 상태는 문제가 된다.

직장인의 이같은 상태는 기업의 생산성 저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단편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국에서 정신건강연구소가 있는 곳은 없다. 강북삼성병원이 유일하다. 2010년 말부터 직장인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었고, 2013년 2월 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가 설립되기 전에는 일반적인 정신건강 보고서를 내는 수준이었지만 연구소 설립 이후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보고서를(특정 직장에 대한 그룹 보고서, 개인 맞춤형 보고서 등) 내고 있다.

직장인 정신건강검진은 매년 20만 케이스 모인다. 일반 직장인 건강검진을 할 때 정신건강검진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검진 시 측정을 하게 되고 회사에는 집단 보고서를 제공한다.

연구소는 처음 시작할 때보다 10배 이상 커졌다. 연구소 인력은 의사 전문의 3명, 임상심리전문가 6명, 의학통계 전문가 1명, 정신보건전문간호사 4명이 일하고 있다. 처음에 2명밖에 없었는데, 일이 많아지다보니 인력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Q.정신건강평가를 어떻게 하는 것인가? 그리고 결과를 진료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궁금하다.
면담과 관찰을 통해 진단과 치료를 하게 된다. 정신건강검진은 집단 규모가 크다. 그래서 자가 설문지를 작성토록 하고(여러 영역을 교차해서 물어본다) 일정기준 점수에 따라 추스리게 된다. 각각의 영역에 대한 점수가 나오고 그 점수를 토대로 검진을 심층적으로 하게 된다.

심층적으로 검진한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기업(회사)과 개인에게 제공해서 회사 복지정책 등을 수립하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직장인 정신건강검진은 기업에 속한 개인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이 40%, 대기업이 60% 정도 차지한다. 최근에는 공공기관에서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주요 고객사는 금융감독원·식품의약품안전처·감사원·삼성문화재단·삼성자산운용·검찰·KBS 고향악단·우리카드·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대우건설 등이다. 현재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위주로 정신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Q.직장인 스트레스가 매우 심각하다. 직장인의 정신건강관리가 왜 중요한가?
직장인 스트레스 문제는 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을 조기에 발견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신건강검진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우리나라 자살율은 10만명단 30명에 가깝다. 직원이 10만명 이상인 기업을 생각해보자. 평균으로 따졌을 때 30명은 자살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직장인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는 경우가 많다. 취미활동도 직장에서 동호회를 만들어서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긴밀한 관계에 있던 동료가 자살을 했다고 하면 주변사람들의 충격도 매우 클 것이다.

그래서 자살을 미연에 방지해주는 것이 중요하고, 자살이 있는 기업에는 '직장위기개입'을 통해 외상후 스트레스를 겪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직장위기개입은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외상 사건 발생 시, 위기관리 팀이 구성돼(정신과 전문의 및 임상심리전문가) 개인 및 집단을 대상으로 적절한 정신의학적 개입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외상 사건이라고 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일컫는다. 동료 자살, 직장 내 성폭행, 사업장 내에서 일어나는 사고 등 평생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남기는 외상(Big Trauma)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 자신감 혹은 자존감을 잃게 만드는 감정노동 등의 경험과 사건(Small Trauma)으로 인해 굴욕·무시·배신·억울함·통제·따돌림·냉담 등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외상 사건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며, 기업정신건강연구소는 개인과 집단으로 나눠 맞춤형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Q. 직장인들이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자도 발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전문의, 임상심리사들이 그동안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 요소에 대처하는 방법을 사례를 들어 현실적으로 안내하는 <오늘, 내게 인생을 묻다>라는 책도 발간했다.

이 책은 스트레스 받고 화나는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조언을 비롯해 직장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대인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 그 밖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는 다양한 고민을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한 방법과 가정생활을 행복하게 유지하기 위한 조언까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거의 모든 심리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Q.방대한 데이터가 모아지면 활용할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계획은?
직장인 검진은 대규모로 진행된다. 자가 설문조사를 먼저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회사 승진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문제가 있어도 괜찮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있다.

앞으로는 자가 설문을 할 때 회사로부터 패널티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즉, 정신건강검진 결과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 직장인들이 자신의 문제를 숨기지 않고 설문조사에 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로자, 사용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소에는 방대한 데이터가 모아지고 있다.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다 보면 예측모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있어도 괜찮다는 응답을 해도 다른 응답에 대한 패턴을 통해 거짓말하고 있는지, 제대로 답을 하고 있는지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조기에 문제점을 찾아내서 자살 등 하지 못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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