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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버거씨의 '금연 캠페인'

청진기 버거씨의 '금연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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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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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종 원장(경기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

요즘 의협신문에 <알면 쉬운 금연치료 따라잡기>란 코너가 연재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 이후 금연치료가 개원가의 화두가 되면서 금연치료를 하고자 하는 의사 회원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길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총 10회에 걸쳐 연재 중이다. 금연치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기획한 것이어서 관심 있게 보고 있다.

나도 젊은 시절 애연가였다. 학창 시절 좁은 골방에서 담배 연기 도넛을 만드는 친구들을 흉내 내다가 자연스럽게 담배 맛에 빠져들고 말았다.

담배를 꼬나 문 영화 속 비련의 주인공이나 고뇌에 찬 모습으로 장미 담배를 피우던 바둑 황제 조훈현의 모습은 한 가닥 희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학창 시절을 지나 힘들고 고달픈 수련의 시절, 그리고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도 담배는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든든한 벗이 돼 주었다. 몇 차례 담배를 끊으려는 시도를 했지만 바둑을 둔다거나 술 한 잔 하고나면 나도 모르게 담배를 입에 물곤 했다. 의과 대학시절부터 공부하는 질병마다 담배가 그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금연의 동기를 부여하진 못했다.

예술가의 초상에는 유독 담배를 입에 문 그림이나 사진이 많다.

이방인의 책 표지에서 알베르 까뮈는 자신의 고독을 담배로 표현하는 듯하다. '절규'라는 명작을 그린 에드바르트 뭉크의 자화상도 담배와 함께 한다. 자신이 잘라버린 귀를 붕대로 감고도 여전히 파이프를 입에 물고 있는 반 고흐의 자화상은 처연하기까지 하다.

'나와 시와 담배는 삼위일체'라며 하루에 담배 9갑을 피웠다는, 오죽하면 호까지도 꽁초의 변음으로 공초라 했던 시인 오상순은 또 어떠한가. 파이프를 문 시인 박목월의 사진도 유명하고 줄담배를 피우며 대하장편 '토지'를 써내려간 소설가 박경리도 빼놓을 수 없다.

어쩌면 예술과 담배는 연인처럼 가까운지도 모른다. 몇 해 전 정부의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소설가협회의 항의 성명 기사는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요즘 문학 모임에 나가보면 예전처럼 낭만적으로 담배를 입에 문 시인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 이유가 건강 때문인지 아니면 인상된 담뱃값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금연을 결심한 것은 개원을 하고나서 부터였다. 담배냄새 풀풀 나는 입으로 환자한테 담배 피우면 큰일 난다는 말을 하자니 몹시 불편했다. 비누로 깨끗이 손을 씻고 열심히 양치질을 했지만 깊숙이 몸에 밴 냄새는 어쩔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는 천식환자에게 담배의 폐해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설명했다. 한참 듣고 있던 젊은 여자 환자가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근데 담배 냄새가 많이 나는 걸 보니 원장님도 담배 피우시나 봐요?"
나는 그 날로 담배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연초부터 금연상담 및 치료를 동네의원에서도 시행하게 됐다. 담뱃값 인상과 더불어 금연치료를 함께 시행하면서 흡연율 감소에 상당한 효과가 있었던 건 틀림없다.

그렇다면 담뱃값 인상 후 6개월이 지난 작금의 성적표는 어떨까?

세금은 당초 예상보다 더 걷히고 흡연율 감소 효과는 미미하다. 정부가 처음 예상한 바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임이 분명하다. 뭔가 새롭고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매체를 통한 지속적인 공익광도도 하나의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폐암에 걸린 채 금연을 부르짖던 고 이주일의 공익광고는 숙연하기까지 했다. 이내 시들해졌지만 온 나라에 금연열풍이 불었다. 흡연에 대한 폐해는 뭐니 뭐니 해도 피해 당사자가 말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다리 한 쪽이 담배꽁초처럼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금연 포스터를 보고 나도 버거씨병을 앓는 꿈을 꾼 적이 있다.

파이프 오르간 같은 성기를
두 입술 사이에 넣고 힘껏 빨아들인다
누런 이빨사이
황홀한 치모가 알몸으로 활활 타오른다
절정의 순간 사그라드는 귀두처럼
제 한 몸 온전히 불사르고
그 잿빛 향기로 쌕쌕거리는 텅 빈 허파,
수채 구멍의 폐부를 따라
매캐한 타르 연기가 가는 혈관을 막을 때마다
한 모금씩 타 들어가는 뼈마디
극심한 통증이 혈관 벽을 쏠 때마다
담뱃재를 털듯
썩어 문드러진 종아리를 떨고 있는 버거씨
의족처럼 널브러진 꽁초들이
재떨이에 수북하다

- 버거씨의 금연 캠페인 전문, 시집 <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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