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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정치는 어떻게 속이는가

[신간] 정치는 어떻게 속이는가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5.05.1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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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스와이저 지음/이숙현 옮김/글항아리 펴냄/1만 5000원

 
언뜻 보기에 '정치'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것처럼 보인다. 정치인들은 올바른 정책을 만들고, 그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가 곧 모금활동과 돈벌이의 다른 말이라면? 영속적인 정치집단들의 행위와 관련해 그들의 상업적 동기는 거의 의심받은 적도 없고 사실상 제대로 이해된 적도 없다.

1981년 미국 하원은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특별 세액공제 조항을 신설했다. 이 공제 조항은 신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혁신적인 기업들을 도울 수 있도록 특별 세금 감면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조항은 결코 영구적으로 법제화된 적이 없다. 대신 1981년 이후 계속 갱신만 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갱신을 반복하는 매우 특화된 세액공제는 무수히 많다. 1998년까지만 해도 42개에 달하는 '조세감면연장'안이 있었다. 하지만 2011년까지 그 숫자는 154개로 늘어난 상태다. 다시 말해서 더 많은 기업에게 세액 공제 혜택을 주고 있지만, 결코 법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우리 실정은 다를까?

피터 스와이저 미국 정부책임연구소장이자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원이 <정치는 어떻게 속이는가>를 펴냈다.

세액 공제 만료를 눈앞에 둔 기업에게는 두 개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하나는 0이 여러 개 적힌 수표를 써서 보내는 것이고, 하나는 세금을 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전자를 선택한다. 내야 하는 세금보다 조세감면을 연장해줄 국회의원을 매수하는 게 훨씬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돈은 국회 앞에서 자신들의 무고함과 투명함을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고 설득력 있는 언어이다. 그리고 정확히 같은 이유로 정치인들은 조세감면안을 결코 국회로 보내지 않는다. 미국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역시 무수히 많은 '후원'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이 있고, 고위 관료들이 차지할 무수히 많은 '자리'가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7월, 정부는 4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재취업시 퇴직 전 업무 연관성 적용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등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했다. 그렇지만 실상은 어떨까? 임기를 마친 후 채 5년이 지나기 전에 '다른 업무를 맡는다는 이유로' 국방부 관계자가 방산업체에 취직했고,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에 취직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책은 ▲공포를 심어라 ▲미국에서 가장 비싼 요금소 ▲보호: 대가를 위한 ▲워싱턴 지하경제 ▲이중 쥐어짜기: 너는 워싱턴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워싱턴은 너에게 관심이 많아 ▲비자금 ▲날 믿어봐: 넌 나한테 돈을 주고 싶어질 거야 ▲보호금: 워싱턴 부패행위방지법은 어때? ▲집안일 ▲남은 자들을 위한 보호 등을 통해 정치를 앞세운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탐욕을 낱낱이 파헤친다.

국제투명성 기구는 매년 '부패 인식 지수'를 발표한다. 2014년 기준 한국은 55점을 받아 175개국 중 43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2013년에는 46위로 역대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지난 십 년간 2009년·2010년에 턱걸이(39위)한 것을 제외하면 30위권 안에 들어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는 아시아권에서도 매우 낮은 순위로, 싱가포르(84점)나 일본(76점)은 물론 대만(61점)보다도 한참 뒤처진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약 85%가 공직사회의 알선·청탁이 심각함을 인식하고 있었다. 우린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더 심각한, 더 저열한 저들의 행태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를 떠올렸다면 그것은 아마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라, 사실일지도 모른다.

옮긴이 이숙현은 2000년대 초반 기자생활을 시작해 국회·총리실·외교부·통일부·기획재정부 등을 거치면서 주로 국내 정치와 외교 이슈를 취재했다. 2013년부터는 시사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라디오 매체 등을 통해 국내 정치 및 국제 이슈를 전달하고 있다. 현재 YTN라디오, 평화방송 등에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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