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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계 장기 6개 이식 2세 환아 새생명

소화기계 장기 6개 이식 2세 환아 새생명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5.0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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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 뇌사아 숭고한 장기기증...위·십이지장·췌장·비장·소장·대장 이식
이명덕 가톨릭의대 교수팀(서울성모병원) 변형다장기이식 국내 첫 집도

▲ 4세 교통사고 환아의 숭고한 장기 기증으로 새 생명을 얻은 신 군이 퇴원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부모와 서울성모병원 의료진들이 건강한 퇴원을 축하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18시간 30분이 넘는 사투 끝에 소화기계 장기 6개를 이식하는 '변형다장기이식'을 통해 꺼져가던 생명을 살려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이식 및 위장관재활팀 이명덕 교수를 비롯해 장혜경·김지일·김상일·박재명 교수팀은 위장관 거짓막힘증을 앓고 있는 2세 소아에게 4세 뇌사아의 소화기계 장기 6개를 동시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신00 군(만 2세)은 출생 후 약 70일경 뚜렷한 원인없이 장 폐쇄증상이 나타났다. 소장의 운동성이 약해 음식물을 소화하거나 통과시키지 못하는 신 군은 위장관 거짓막힘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공장루을 만들어 인공적으로 영양을 공급받아야 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장애범위가 전체 위장관으로 확대되는 위장관 거짓막힘증은 영양결핍뿐 아니라 창자속 음식물의 부패와 세균 번식으로 인한 감염과 패혈증까지 유발하는 치명적인 질환.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소화기계 장기를 모두 떼어내고 정상적인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수술밖에 희망이 없었다.

미국 마이애미대학 잭슨 메모리얼병원에서 변형다장기이식 연수를 받고 국내에서 처음 소장이식수술에 성공한 이명덕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가 신 군을 진료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은 했지만 한꺼번에 많은 장기를 기증받기가 어려웠고, 성인이 아닌 소아장기를 기증받는 것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

하지만 2014년 11월 25일 기적이 다가왔다.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은 4세 장기 기증자가 기적처럼 나타난 것.

다른 병원에서 심장·폐·간을 이식하기로 했기 때문에 촌각을 다퉈야 하는 장기 이식의 특성상 의료진들간 손발을 맞춰야 했다.

특히 변형 다 장기이식은 내장동맥부터 상장간막동맥까지 한꺼번에 대동맥에 붙은 채로 얻지 못하면 혈류를 유지할 수 없으므로 간·소장-췌장·신장의 혈관을 정확히 나눠야 했다. 기증자의 장기 적출술이라는 첫 관문은 김지일 가톨릭의대 교수(혈관이식외과)가 넘었다.

다장기이식술은 국내에서 이미 성공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간을 그대로 남겨둔 채 소화기계 장기 6개를 이식하는 변형다장기이식은 이번이 처음.

이명덕 교수는 수혜자 수술은 간을 보전하면서 소화기관들을 절제해 나갔다.

총 다섯 군데의 혈관 문합과 담도 연결을 포함한 위장관 부분 다섯 곳 문합이 진행됐다. 배설을 위해 장루 두 곳을 만들고, 급식용 장루관 한 곳을 조성하는 등 총 열 세 곳의 수술이 계속됐다.

18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장기이식이 마무리되자 이식된 장기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장기이식 수술 이후에도 신 군은 진균성간농양과 폐렴을 비롯해 이식편대숙주반응까지 고비를 넘어야 했다.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이식 및 위장관재활팀 이명덕 교수팀이 18시간 30분이 넘는 소화기계 장기 6개(위·십이지장·췌장·비장·소장·대장) 이식수술을 통해 새 생명을 불어 넣었다.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신 군은 하루 식사 필요량의 2/3 이상을 입으로 섭취할 정도로 호전되고 있다.

퇴원 이후 당분간 소량의 정맥영양제와 수액보조투여를 받아야 하지만 이식된 췌장 기능이 좋아 혈당이 안정되고, 혈중 아밀라아제 역시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

이 교수는 "소장 단독이식이나 다장기이식보다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워 긴장했지만 어려운 과정을 환아와 보호자들이 의료진들과 머리를 맞대고 힘을 보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1년 후 장루 복원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중대한 고비는 모두 넘긴 신 군은 5개월이 넘는 입원생활을 끝내고 지난 5월 1일 부모의 품에 안겨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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