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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몸집 불려라? 대웅이 갈 길은 아니다"

"우선 몸집 불려라? 대웅이 갈 길은 아니다"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5.01.1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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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CEO 릴레이 인터뷰 ③] 이종욱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

이종욱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
이종욱 대웅제약 사장은 국내 대표적인 '연구맨' DNA를 가진 CEO다.

제약계 CEO를 '연구맨'과 '영업맨' 스타일로 나눠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는 1971년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미국으로 건너가 1년 동안 플로리다 A&M대 약학전문대학원에서 객원 연구원을 지냈다.

이때  선진 연구 프로세스를 몸으로 체득했다. 

그때의 경험은 이 사장과 한국 제약계에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됐다.

이 사장은 한국 제약회사와는 수준이 다른 미국 제약 연구 환경을 체험하며 "우린 멀었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틈새를 잘 비집고 들어가면 한 번 해볼 만 하다!"는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

분명한 수준차를 절감한 속에서 한 줄기 가능성도 본 것이다.

귀국 후 1991년부터  모 대형 제약사의  중앙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신약 개발에 덤벼들었다.

90년대 초반 연구 개발 토대가 미진했던 국내 상황에서 이종욱 사장은 소위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제약 연구사를 써 나갔다고 한다.  

그는 "밤 세는 것은 다반사고 저녁 11시 퇴근이 유난스럽게 이른 퇴근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때  쌓은 내공 덕에 직원들은 아직도 이종욱 사장 앞에 서면 작아진다. 어쭙잖은 기획서나 자료를 내밀었다가는 여지없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맨 DNA를 속일 수 없는 건지 이종욱 사장은 앞으로 대웅제약이 나아갈 길을  첫째도, 둘째도 연구 역량 강화라고 못박았다.

그는 연구 개발 능력을 키워 신약을 내놓고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 안하고 글로벌 제약사 됐단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최근 국내 제약계의 발전 모델의 하나로 거론되는 우선 몸집 키우기 전략에도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몸집만 키운다고 글로벌 제약사로 가나? 만약 대웅제약하고 A제약을 합병해 매출 2조원이 되면 글로벌 제약사가 되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연구 개발 역량을 갖췄느냐이다.

제약 기반 기술에 대한 전문가도 있어야 하고 전문성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인수합병이든, 오픈 리노베이션이든 의미가 생긴다. 대웅이 나가야 할 길은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다."

M&A 통한 몸집 불리기 대웅의 길은 아니다

물론 그가 말하는 연구 역량 강화는 신약 개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약 개발은 물론 좋은 제네릭을 생산하고 마케팅까지 해내는 전반적인 역량을 말하는 것.

이종욱 사장은 "신약만이 능사는 아니다. 좋은 제네릭이나 개량신약을 내놓는 것도 능력이다. 제네릭은 신약보다 리스크가 낮다. 약을 개발하기에 앞서 이미 전체 시장 규모 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능력도 강조했다. "신약 가운데 시장에 나가 성공하는 비율은 20%도 안된다. 글로벌 제약사로 가기 위한 제약사의 역량에는 신약이나 개량신약, 제네릭 등을 시장에서 경쟁력있게 마케팅할 줄 알아야 한다."

이종욱 사장이 생각하는 글로벌 제약사의 필요조건은 신약이든 좋은 제네릭이든 좋은 제품을 생산해 해외마케팅에서 의미있는 매출을 기록하는 것.

대략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해외 매출로 올려야 글로벌 제약사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사장은 "일본 최대 제약기업 다케다 등은 전체 매출 대비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제약사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현재 다케다의 매출액은 대략 15조원이다.

그러다보니  대웅제약의 2020년 목표가 두 가지다. 하나는 전체 매출 3조원을 기록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체 매출 3조원의 절반인 1조 5000억을 해외에서 달성하겠다는 것.

이종욱 사장은 올해를  글로벌 대웅 원년의 해로 삼을 작정이다.

우선 글로벌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외 국제적인 선진 제약공정 기준 'cGMP'급 공장을 짓는다. 올해 충북 오송에 2000억원을 들여 신공장을 착공한다. 완공 목표는 2017년이다.

인도네시아와 중국, 베트남에도 역시 'cGMP'급 공장을 설립한다. 마음 같아서는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이나 유럽을 공략하고 싶지만 동아시아부터 차근차근 다져나가기로 했다.

이 사장은 모 다국적 제약사를 예로 들었다. "욕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연구역량을 키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작은 제약사였던 곳을 기술력있는 알찬 회사로 만들었다"며 대웅제약이 참고해야 할 사례로 꼽았다.

대웅제약의 대표 품목 '나보타'와 '올로스타'에 대한 기대도 컸다.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는 최근 보툴리눔 톡신의 원조라 할 '보톡스' 대비 효능 국내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으며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고혈압 치료제 ARB와 고지혈 치료제 스타틴을 합친 복합제 '올로스타'도 해외 라이센싱 협상 중이다. 인슐린 바이오 베터와 골다공증 신약 등도 개발 중이다. 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종욱 사장은 특히 미국에서 3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의 A치료제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특허가 만료된 지 몇해 지났지만 아직 제네릭이 글로벌 시장에서 출시가 안 돼 대웅제약이 제네릭을 내놓으면 적지 않은 매출이 기대되는 분야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대웅제약의 전체 매출 규모가 커지는 것과 동시에 해외 매출 비중이 같이 커지는 '이종욱식 성장'의 모범 모델이 될 전망이다.

이종욱식 성장 모델은 해외 매출 늘리기

이종욱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최대 고민은 글로벌화다. 이종욱 사장 역시 후발 주자인 국내 제약사를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시키기 위한 지름길을 고민한다.

그는 빠른 시간 안에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학습'과 '몰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집중하고 몰입해야 최고의 효율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 사례로 이종욱 사장이 군대 시절 6년 동안 테니스 즐겨 온 지인에게 6개월간 테니스를 배워 이긴 경험을 얘기한다. "어떻게 6년 구력을 이길 수 있었겠나? 계속 학습(연습)하고 테니스에 온 정신을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이종욱 사장의 핵심 가치에 학습과 몰입에 이어 '소통'과 '직원 행복'이 추가됐다. 지난 시절 제약 강국으로 가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자칫 중요한 가치를 잊어  버리지 않았나 하는 반성 탓으로 보인다.

"구성원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면서 인류의 건강을 얘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직원 성장과 행복을 회사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난 나이를 기준으로 젊거나 늙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호기심이 얼만큼 있는가로 젊었는지, 늙었는지를 규정한다."

아직도 흥미로운 주제가 나오면 얘기 중이라도 칠판을 꺼내 들고 화학식을 적어 가며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토론하기를 즐긴다는 이종욱 사장.

청년 이종욱은  "올해가  글로벌 대웅제약의 기반을 닦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다시한번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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