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만성질환자 85% 불필요한 병원 외래 이용

만성질환자 85% 불필요한 병원 외래 이용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12.13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원 대신 동네의원 진료 받으면 1213억원 절감
서울의대·충남의대 공동연구 "전달체계 왜곡 탓"

고혈압·당뇨·고지혈증 환자 중 약 85%의 환자가 불필요하게 병원 외래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합병증이나 중증도를 동반해 병원 외래를 이용해야 할 정도는 15% 정도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동네의원을 이용해도 괜찮을 정도로 동반질환이 없거나 중증도가 경미했다는 것.

은상준 충남의대 교수(예방의학)와 이진용 서울의대 교수(보라매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의료관리학) 등은 최근 불필요한 병원 외래 이용의 규모와 비용을 추계한 연구논문을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12월호에 게재했다.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의원-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병원급 의료기관과 의원급 의료기관이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경쟁수준이 전국적으로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계량화된 지표를 제시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들 연구팀은 단순질환자 진료를 놓고 대한병원협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가 논쟁을 벌인 것에 주목했다.
그동안 병협은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 가운데 단순 질환자는 암 환자라든가 이전에 중증 질환이 있어 병원에 내원했던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개원의들은 "동네의원에서 충분히 진료가 가능한 단순 질환자에 대해서도 병원이 직접 진료를 수행해서 마치 마트 때문에 동네 슈퍼가 망하듯이 동네 의원이 경영난에 처하고 있다"고 맞서면서 갈등을 겪었다.

따라서 연구팀은 병협과 개원의협의회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실제로 병원 외래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고 계량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중립적 의견 제시를 위해 외부 연구비 수주 없이 교수들이 각출해 연구비를 충당했다.

연구팀은 불필요한 병원 외래 이용 규모와 비용을 추계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먼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9년 입원환자표본 자료를 이용해 합병증이 없는 단일 만성질환 청구건을 분석했다. 또 찰슨동반상병지수(CCI)가 '0'(굳이 병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수치)이면서 합병증이 없는 단일 만성질환(고혈압·당뇨·고지혈증)으로 의료를 이용한 경우 '불필요한 병원 이용'으로 간주했다.

그 결과 85%의 환자가 불필요하게 병원 외래를 이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다시 말해 병원은 의원을 이용해야 할 고혈압의 18.7%, 당뇨의 18.6%와 고지혈증의 31.6%를 진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필요한 병원 이용에 따른 비용은 고혈압 1095억 3100만원, 당뇨 207억 2200만원, 그리고 고지혈증 732억 1900만원에 달했다. 또 불필요한 병원 외래 이용 환자가 모두 의원에서 진료를 받는다면 1213억 71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총 진료비가 의원보다 비싸기 때문에 병원 이용자가 의원을 이용할 경우의 건강보험진료비 차액이다.

은상준 교수는 "이러한 결과는 약 85%에 달하는 불필요한 병원 외래 이용으로 비효율적으로 의료비가 사용되고 있고, 이는 건강보험과 환자에 부담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구결과 병협의 주장보다는 개원의협의회의 주장이 더 일리가 있다는 것을 수치적으로 증명했는데, 이번 연구의 진정한 목적은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돼 있고 기능이 분화돼 있지 않아 의원과 병원이 불필요한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 교수는 "이 연구결과를 해석하는데 있어 병원·의원·환자를 일방적으로 비판하거나 매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힌 뒤 "지금까지 저급여-저수가-저비용의 구조적 문제와 환자에게 무제한적인 의료기관 선택권을 준 국가의료체계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연구의 결과로 왜 병원이 굳이 의원이 봐야 할 환자까지 유치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어떻게 정상화 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2009년 자료만을 사용했기 때문에 2009년 이전에 중증질환을 앓았거나 입원 경력이 있는 환자를 제외시키지 못한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전국 상황을 대표할 수 있는 입원환자표본자료(심사평가원)을 이용해 불필요한 병원 외래 이용규모를 추계한 최초의 연구여서 의미가 크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