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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동 사진관
2000년 의약분업 투쟁-⑦폭풍우 속 4만 의사의 포효 '보라매 집회'
이촌동 사진관 폭풍우 속 4만 의사의 포효 '보라매 집회'
2020. 09. 28 by 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DB
2000년 8월 서울 동작구 대방동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국민 건강권 수호를 위한 의사·학생 대동 한마당 및 의료개혁 원년 선포식'. 이날 쏟아지는 폭풍우 속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온 약 4만여 명의 의사들은 4시간 동안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2000. 8. 31)ⓒ의협신문 DB

 

의약분업 투쟁의 서막을 알렸던 1999년 11월 장충체육관 집회에 이어, 2000년에는 여러 차례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특히 태풍이 몰아치고 폭우가 쏟아지던 8월 보라매공원 집회는 많은 의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모든 직역에서 사상 최대의 인파가 집결했을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모든 의사들이 폭풍우 속에서 물웅덩이에 앉은 채로 4시간 동안 집회를 강행하며, 끈끈한 연대의식을 확인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2000년 8월 31일 의대 교수와 학생·전공의·개원의·봉직의를 망라한 의사 4만여 명은 폭풍우 속에서 장대비를 맞으며 서울 보라매 공원에 집결해 '의료개혁원년 선포식'을 거행했다.

당시 역대 최강의 태풍 '프라피룬'이 한반도를 강타할 것이라는 재난 방송이 이어졌지만, 전국의 의사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집회가 열리는 보라매 공원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의료계 인사들의 잇따른 구속, 연세대 집회에서의 폭력 진압, 약사법 개악 등으로 인한 의사들의 분노를 몰아치는 태풍도 막지 못한 것이다.

이미 중년을 훨씬 넘긴 노 의사도, 아이와 함께 나온 아버지도, 아직 배움으로 커 가야 할 어린 학생들도 장대비가 쏟아지는 진흙탕 속에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비닐봉지 한 장에 엉덩이를 맡긴 채 '의권쟁취'를 목놓아 외쳤다.

집회장은 색색 가지의 비옷을 입은 4만여 명이 넘는 의사와 학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메워졌고, 참석자들은 비바람을 피하지 않고 꿋꿋하게 맞서 대오를 지켰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 강행된 이 날 집회에서 의사들은 "끝까지 하나가 되어 의사의 권리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자"고 굳게 다짐했다.

서울 장충체육관 집회 이후 네 번째로 치러진 매머드급 의사 결의대회는 전국 7만 의사와 2만 의대생을 하나로 묶어 의료개혁의 주체로 승화시켰다.

대회 마지막에는 '우리는 더 이상 의사 노예가 아니다', '5000만 국민과 함께 의료개혁 원년을 선포한다'는 외침에 실려 수백 개의 풍선이 빗줄기를 거슬러 비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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