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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8월 정부의 의약분업 강제시행에 맞선 의료계의 투쟁 열기는 그야말로 최고조에 달했다.
무장한 전투경찰들과 맨몸의 전공의들이 정면으로 맞붙었던 8월 12일 '연세대 집회'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뜨거웠던 장면 중 하나로 기억된다.
의료계가 8월 1일 전면적인 재폐업 투쟁에 돌입하면서 ‘올바른 약사법 개정과 국민건강수호를 위한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공의 비대위)’는 8월 12일 의대생·일반 회원들과 함께 중앙대학교에서 전국의사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대회 전날부터 중앙대 주변을 원천 봉쇄해 집회 무산을 기도했고, 전공의 비대위는 기습적으로 연세대로 집결해 결의대회를 강행했다.
이번에도 정부는 전투경찰 21개 중대를 동원, 정문과 주변 출입구를 철저히 봉쇄하고, 지방 참가자들의 단체 상경까지도 바리케이드를 치며 막고 나섰다.
그런데도 교내에는 경찰의 봉쇄를 뚫고 들어온 전공의 등 1만여 명이 대오를 이루고 있었던 상황. 교문 밖에도 수천 명의 참가자들이 인도를 가득 메운 채 교내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 상황이 계속되자, 그날 오후 400명의 전공의가 사수대로 나서 정문으로 행진을 시작하면서 무력 충돌이 일었다.
경찰은 집회 장소에 진입하려던 참가자들에게 최루탄을 쏘고 방패와 곤봉으로 비무장 시위대를 무차별 가격, 전공의와 학생 등 10여 명이 부상을 입고 응급실로 후송되었다.
결국 교문을 사이에 두고 전경과 대치한 상태에서 결의대회가 시작됐다. 교문 안과 밖에 운집한 2만 여명의 의사 회원들은 밤 늦은 시각까지 '라이터 시위', '파도 시위'와 함께 투쟁가를 부르며 평화 집회를 이어 나갔다.
이후 정부는 집회에 참여했던 전공의를 강제 군 징집하겠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당시 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참가자들의 의사면허를 박탈해야 한다는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평화 집회에 대한 정부의 강경 진압과 연이은 망언은 의료계 안팎에서 큰 비난을 받았고, 추후 서울경찰청장은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며 의료계에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