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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동 사진관
2000년 의약분업 투쟁-②상여 맨 의대생들, '謹弔 국민건강'
이촌동 사진관 상여 맨 의대생들, '謹弔 국민건강'
2020. 07. 10 by 김선경 기자
의약분업 시행을 한 달 앞두고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잘못된 의약분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결의대회'. 의협은 의료계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폐업을 강행하겠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2000. 6. 4) ⓒ의협신문 DB
의약분업 시행을 한 달 앞두고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잘못된 의약분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결의대회'. 의협은 의료계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폐업을 강행하겠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2000. 6. 4) ⓒ의협신문 DB

 

33도를 육박했던 6월 초여름, 폭염과 어우러진 뽀얀 흙먼지와 더불어 과천정부청사 앞에는 4만여 의사들이 운집했다.

흑색 바탕에 선명하게 쓰인 글씨는 '謹弔 국민건강'.

노란 상의를 입은 의대생들은 상여를 연상케 하는 대형 조형물을 매고 대회장에 들어섰다.

대한의사협회와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주최로 2000년 6월 4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잘못된 의약분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결의대회'.

이 집회는 후일 '6.4 결의대회'로 명명되어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미 투쟁의 전면에 나섰던 전공의에 개원의·봉직의·의대생이 가세해 전 의료계가 대동단결을 이뤄낸 최초의 집회다.

거대한 상여 뒤로 '국민건강권' 글씨를 하나씩 새긴 글자판을 든 초록색 상의의 전공의들이 그 뒤를 따랐으며, 이어 의료계의 요구를 담은 300여 개의 만장물결이 대회장을 가로질러 중앙 무대로 입장했다. 

올바른 진료환경 속에서 국민건강을 지켜내려는 소망을 담은 장엄한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대회장은 이내 '의권 쟁취,''국민 건강'을 외치는 의사들의 구호로 뜨겁게 달궈졌다. 

이날 의사들은 잘못된 의료제도로 인해 실추된 의사들의 의권을 되찾고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는 의료계의 결연한 의지를 정부에 선포했다.

그리고 의약분업과 관련 의료계가 제시한 '10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국 의료기관이 폐업에 들어갈 것임을 천명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60여 명의 의료계 대표자들이 단체 삭발을 감행하고, 각 계를 대표하는 깃발을 내세워 국민건강 염원탑을 쌓는 '국민건강권 모둠식'도 거행됐다.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의사들은 '바른 분업' 관철에 대한 결의를 다지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개사한 '우리의 소원은 완전분업'을 함께 불렀다.

한국 의료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밀레니엄 시대를 열었던 2000년 대한민국 의사들은 정부의 의약분업 강제 시행에 맞서 '의권쟁취'를 외치며 진료실을 박차고 나왔다. 당시 의료계를 매도했던 정부와 언론·시민단체는 '의료대란'으로, 의료계는 '의권쟁취 투쟁'으로 서로 다르게 불린 역사의 현장을 의약분업 시행 20주년을 맞아 다시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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