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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photo Story
예술과 의술의 향연, 수지접합 의사들의 48시간
Medical Photo Story 나의 손 끝에 그의 손이 달렸다
2018. 11. 22 by 김선경 기자

 

1mm가 채 안되는 미세한 신경과 혈관을 잇는 수지접합 수술. 상당한 해부학적 지식과 숙련된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해 ‘외과 전문 수술의 꽃’이라 부른다.ⓒ의협신문 김선경
1mm가 채 안되는 미세한 신경과 혈관을 잇는 수지접합 수술. 상당한 해부학적 지식과 숙련된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해 ‘외과 전문 수술의 꽃’이라 부른다. ⓒ의협신문 김선경

한 외국인 근로자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공장 롤러기계에 손이 말려들어간 환자. 손 가죽이 벗겨지고 모든 손가락이 심하게 훼손됐다. 참을 수 없는 고통과 공포에 괴로워하는 환자. 상처를 살펴보는 의사의 표정이 심각하다. 이내 긴급 수술이 결정되고 의사는 서둘러 수술실로 향한다.

1mm이내 미세한 혈관과 신경을 이어 절단된 손의 제 기능을 찾게 해주는 수지접합 수술. 미세현미경을 보며 장시간 고난이도 수술을 해야 하기에 '외과 전문 수술의 꽃'이라 부른다.

최근에는 산업근로환경이 좋아져 사고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수지절단 사고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드물지만 목공이나 정육 등의 작업과정에서, 또는 교통사고로도 수지절단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어 숙련된 수지접합 전문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세부전문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등 배우기가 어렵고 응급외상환자에 대비해 24시간 대기를 해야 하는 고된 일상 때문에, 수부외과 의사는 ‘외과계 3D’가 된지 오래다.

개인의 고단함을 감수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수가 자체가 낮은데다 최선을 다해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 결과에 따라 수가가 삭감 당하기 때문이다. 이미 대형병원에서 수지접합술이 가능한 의사를 찾기란 쉽지 않고 수지접합전문센터가 있는 중소병원에서 조차 야간에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인력을 구하지 못해 명맥을 유지하기 힘든 실정이다.

대한수부외과학회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수부외과 세부전문의는 전국에 250명. 그 중 실제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수지접합 전문의는 20여 명이 채 안된다. 

이런 어려움을 묵묵히 견뎌내며 수부외과를 지켜오는 성민병원 수지접합센터 황준성 센터장과 김진영 소장. 그들을 지탱하는 것은 긍지와 사명감이다.

"손가락이 절단돼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외면 할 수 없어 사명감으로 일합니다. 고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요.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절단환자들은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 분들의 손이 살아나고, 환자들이 다시 희망을 갖고 병원 문을 나서는 모습을 볼 때 더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오랜 시간 고정된 자세로 혈관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연결해야 하는 수지접합 전문의에게 인내와 끈기는 필수 덕목이다. 황준성 센터장은 쿠션을 덧댄 수술 의자를 쓴다. 살짝 기울어진 낡은 수술 의자에서 고단함이 엿보인다. ⓒ의협신문 김선경
오랜 시간 고정된 자세로 혈관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연결해야 하는 수지접합 전문의에게 인내와 끈기는 필수 덕목이다. 황준성 센터장은 쿠션을 덧댄 수술 의자를 쓴다. 살짝 기울어진 낡은 수술 의자에서 고단함이 엿보인다. ⓒ의협신문 김선경

 

육안으로 보기 힘든 미세 혈관과 신경을 연결하기 위해 미세현미경을 사용한다.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의협신문 김선경
육안으로 보기 힘든 미세 혈관과 신경을 연결하기 위해 미세현미경을 사용한다.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의협신문 김선경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가는 실(10)과 바늘로 혈관벽을 꽤맨다. 실은 워낙 얇아 보이지 않고 바늘 끝 반짝거림만 카메라에 잡혔다. ⓒ의협신문 김선경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가는 실(10)과 바늘로 실지렁이 같은 혈관벽을 꽤맨다. 실은 워낙 얇아 보이지 않고 바늘 끝 반짝거림만 카메라에 잡혔다. ⓒ의협신문 김선경

 

응급수술을 마치고 늦은 밤 귀가하고 있는 황준성 센터장. 밤낮을 가리지 않는 응급환자에 대비해야 하는 수지접합전문의에게 '워라벨'은 딴세상 얘기다. ⓒ의협신문 김선경
응급수술을 마치고 늦은 밤 귀가하고 있는 황준성 센터장. 밤낮을 가리지 않는 응급환자에 대비해야 하는 수지접합전문의에게 '워라벨'은 딴세상 얘기다. ⓒ의협신문 김선경

 

이른 아침 진행된 수부외과 컨퍼런스에 참석한 의사들이 스터디를 하면서  커피와 토스트를 먹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이른 아침 진행된 수부외과 컨퍼런스에 참석한 의사들. 스터디를 하면서 커피와 토스트를 먹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매 주 네 번 아침마다 진행되는 컨퍼런스에서는 각 케이스별 스터디가 진행된다. ⓒ의협신문 김선경
매 주 네 번 아침마다 진행되는 컨퍼런스에서는 각 케이스별 스터디가 진행된다. ⓒ의협신문 김선경

 

컨퍼런스 후에는 아침 회진이다. 수지접합센터의 의료진들이 회진을 돌며 환자들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컨퍼런스 후에는 아침 회진이다. 수지접합센터의 의료진들(사진 오른쪽부터 황준성 센터장, 김진영 소장, 조영훈 과장)이 회진을 돌며 환자들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절단 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스리랑카인 외국인 노동자. 회진을 하던 김진영 소장이 급히 응급실로 내려와 환자 상태를 살폈다. 김포에서 온 이 환자는 사고 직후 인근 대형병원을 찾았지만 수술불가 판정을 받고 성민병원으로 전원 됐다. ⓒ의협신문 김선경
절단 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스리랑카인 외국인 노동자. 회진을 하던 김진영 소장이 급히 응급실로 내려와 환자 상태를 살폈다. 김포에서 온 이 환자는 사고 직후 인근 대형병원을 찾았지만 수술불가 판정을 받고 성민병원으로 전원 됐다. ⓒ의협신문 김선경

 

.김진영 소장이 보호자에게 환자 상태와 수술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김진영 소장이 보호자에게 환자 상태와 수술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응급실에는 병원 근처 공단과 항만 시설에서 절단 사고를 당한 환자가 끊임없이 찾아온다.ⓒ의협신문 김선경

 

공장 집진기 차단기에 손이 말려 들어가 수술한 환자. 한 손가락이 두 번에 걸쳐 절단돼 총 6개의 수지가 발생했고, 4번째 수지는 찾지도 못했다. 분진가루와 기름으로 범벅된 채 혈관이 뜯겨나간 절단 부위에 손목부분의 혈관을 이식해 손을 살려냈다. 무려 10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의협신문 김선경
공장 집진기 차단기에 손이 말려 들어가 수술한 환자. 한 손가락이 두 번에 걸쳐 절단돼 총 6개의 수지가 발생했고, 4번째 수지는 찾지도 못했다. 분진가루와 기름으로 범벅된 채 혈관이 뜯겨나간 절단 부위에 손목부분의 혈관을 이식해 손을 살려냈다. 무려 10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의협신문 김선경

 

외래를 보던 황준성 센터장이 응급환자를 수술하기 위해 수술장에 들어서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외래를 보던 황준성 센터장이 응급환자를 수술하기 위해 수술장에 들어서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복합손상된 수지 절단 외국인 노동자의 손. 피부가 벗겨지고 뼈, 힘줄, 신경, 혈관 등 연부조직이 모두 손상됐다.ⓒ의협신문 김선경
복합손상된 수지 절단 외국인 노동자의 손. 피부가 벗겨지고 뼈, 힘줄, 신경, 혈관 등 연부조직이 모두 손상됐다.ⓒ의협신문 김선경

 

김 소장이 수술용 드릴로 절단지와 손가락에 철심을 관통시켜 뼈와 뼈를 연결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김 소장이 수술용 드릴로 절단지와 손가락에 철심을 관통시켜 뼈와 뼈를 연결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방사능 차단복을 입은 채 다섯 손가락의 뼈를 모두 연결하느라 수술복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혈관을 연결하기 전 옷을 갈아입기 위해 수술방을 나서는 김 소장의 뒷모습. ⓒ의협신문 김선경
방사능 차단복을 입은 채 다섯 손가락의 뼈를 모두 연결하느라 수술복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혈관을 연결하기 전 옷을 갈아입기 위해 수술방을 서둘러 나서는 김 소장의 뒷모습. ⓒ의협신문 김선경
뼈를 이은 다음에는 끊어진 동맥과 신경, 정맥 등을 연결한다. 피부 표면으로부터 깊이 위치한 순서대로 작업이 진행된다. ⓒ의협신문 김선경
뼈를 이은 다음에는 끊어진 동맥과 신경, 정맥 등을 연결한다. 피부 표면으로부터 깊이 위치한 순서대로 작업이 진행된다. ⓒ의협신문 김선경

 

모든 혈관과 신경 등을 연결한 후 피부를 봉합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모든 혈관과 신경 등을 연결한 후 피부를 봉합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수술의 마지막은 혈관과 신경이 체대로 연결됐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환자의 손 끝을 메스로 베어 피가 돈다면 개통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의협신문 김선경
수술의 마지막은 혈관과 신경이 체대로 연결됐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환자의 손 끝을 메스로 베어 피가 돈다면 개통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의협신문 김선경

 

엄지가 절단돼 수술했던 환자가 퇴원 후 외래진료를 보기 위해 내원했다. 김진영 센터장이 만든 집게 동작을 환자가 곧잘 따라한다. 손 전체 기능의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엄지손가락이 살았다. ⓒ의협신문 김선경
엄지가 절단돼 수술했던 환자가 퇴원 후 외래진료를 보기 위해 내원했다. 김진영 센터장이 만든 집게 동작을 환자가 곧잘 따라한다. 손 전체 기능의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엄지손가락이 살았다. ⓒ의협신문 김선경

 

수지절단 환자의 경우 근육이 손상된 경우는 4~8시간, 손가락의 경우 대개 8~12시간 이내로 수술을 해야만 한다.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외상부위 조직이 괴사하거나 평생 불구가 될 수도 있다. 수부외과 의사들은 24시간 응급환자를 맞아야 하기에 당직은 기본이고, 가능하면 병원 근처에서 산다. ⓒ의협신문 김선경
수지절단 환자의 경우 근육이 손상된 경우는 4~8시간, 손가락의 경우 대개 8~12시간 이내로 수술을 해야만 한다.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외상부위 조직이 괴사하거나 평생 불구가 될 수도 있다. 수부외과 의사들은 24시간 응급환자를 맞아야 하기에 당직은 기본이고, 가능하면 병원 근처에서 산다. ⓒ의협신문 김선경

 

오후 5시경 프레스에 손가락이 절단된 응급환자가 왔다. 황준성 센터장이 보호자에게 환부를 보여주고 있다. 응급실에는 병원 근처 공단과 항만 시설에서 절단 사고를 당한 환자가 끊임없이 찾아온다. ⓒ의협신문 김선경
오후 5시경 프레스에 손가락이 절단된 응급환자가 왔다. 수술을 막 끝마친 황준성 센터장이 응급실로 내려왔다. 그의 이마에 수술모 자국이 아직 선명히 남아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저녁 6시가 넘어 응급수술이 시작됐다. 야간에 응급으로 수지 절단 환자를 수술하기 위해 응급실, 수술팀, 마취팀 등이 움직인다. 의사와 간호사 등 최소 8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를 붙이는데 책정된 수가는 100만원 남짓, 예후가 안 좋으면 그마저도 받지 못한다. ⓒ의협신문 김선경
저녁 6시가 넘어 응급수술이 시작됐다. 야간에 응급으로 수지 절단 환자를 수술하기 위해 응급실, 수술팀, 마취팀 등이 움직인다. 의사와 간호사 등 최소 8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를 붙이는데 책정된 수가는 100만원 남짓, 예후가 안 좋으면 그마저도 받지 못한다. ⓒ의협신문 김선경

 

수지접합수술은 수술의 결과를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앞 뒤 혈관을 100프로 이어놓지 않으면 죽는다. '죽거나 살거나' 결과가 바로 보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크다. ⓒ의협신문 김선경
수지접합수술은 수술의 결과를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앞 뒤 혈관을 100프로 이어놓지 않으면 죽는다. '죽거나 살거나' 결과가 바로 보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크다. ⓒ의협신문 김선경

 

24시간 대기하며 응급환자를 수술해야만 하는 수지접합 전문의들. 2018년 현재 수부외과 세부전문의는 전국에 250여명, 그 중 수지접합수술을 5년 이상 집도한 전문의는 고작 20여 명에 불과하다. ⓒ의협신문 김선경
야간에도 응급환자를 수술해야만 하는 수지접합 전문의들. 2018년 현재 수부외과 세부전문의는 전국에 250여명, 그 중 수지접합수술 현장을 지킨 5년 이상된 전문의는 고작 20여 명에 불과하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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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팔 2018-11-23 11:26:34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의사샘들의 노고와 산업재해의 현실에서 고생하는 노동자들의 아픔과 이를 담고자 하는 기자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