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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photo Story
20년차 흉부외과 의사의 하루
Medical Photo Story 나는 오늘도 심장을 연다
2018. 07. 15 by 김선경 기자
나는 오늘도 수술대 앞에 선다. 20년째  해온 일이지만 이 순간 다시 심장이 떨린다. 낯 익은 긴장감. 나의 손에 환자의 생사가 달려있다. 수술은 최후의 수단이다. ⓒ의협신문
나는 오늘도 수술대 앞에 선다. 20년째 해온 일이지만 이 순간 다시 심장이 떨린다. 낯 익은 긴장감. 나의 손에 환자의 생사가 달려있다. 수술은 최후의 수단이다. ⓒ의협신문

죽음의 강저편에 저승사자가 있다.

강을 반쯤 건너고 있는 환자, 그를 억지로 물 밖으로 끌어내는 사람이 있다.

바로 흉부외과 의사다.

흉부외과는 생명과 직결된 수술을 한다. 신은 인간을 만들고, 흉부외과 의사는 인간을 살린다.

아주대병원 임상현 교수는 흉부외과 의사다.

주로 관상동맥, 대동맥, 심장판막 질환 환자를 본다. 그간 그의 손을 거쳐 간 환자는 약 2500여 명. 이 길을 벌써 20년째 걷고 있다.

흉부외과 전문의는 고도의 기술과, 체력, 정신력을 요구받는다. 10시간이 넘는 수술도 허다하고, 교수가 된다 한들 당직이 기본이다. 응급수술이 많다보니 에브리 데이 온콜도 일상다반사. 그렇다고 그만한 금전적 보상이 따르는 일도 아니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이틀이상 병원에서 잠을 잔다.

이 길이 내 길이니까 힘들어도 갑니다. 흉부외과는 건물의 기둥 같은 거에요. 다른 벽은 다 건드려도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이 무너지면 다 소용없죠. 그런 자부심이 힘이 됩니다.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은 못하겠다 싶다가도, 당장 죽을 것 같았던 환자가 드라마틱하게 병원 문을 나서면 다시 심장이 뛰어요.”

하지만 이런 고단함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수익이 나지 않는 진료과라는 멍에, 그로 인한 설움도 더 이상 대물림할 수 없다.

대한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연간 흉부외과 전문의 배출규모가 20여명에 불과한 대표적인 기피과목이다. 올해 기준 약 210명의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이며, 2022년이면 그 2배에 달하는 405명의 전문의가 부족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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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경 시작한 수술이 이제야 종반으로 넘어간다. 6시간 만에 사이다 한 모금으로 겨우 목을 축인다. ⓒ의협신문
심장 수술은 장시간이 소요된다. 10시간이 넘는 수술도 부지기수다. 오전 8시경 시작한 수술이 이제야 종반으로 넘어간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3시, 사이다로 겨우 목을 축인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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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내내 이어진 수술을 마친 후 수술방 한 켠에 겨우 몸을 기댄다. 장시간 서 있다 보니 발이 벌겋게 부어 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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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마친 환자가 급히 외과계 중환자실로 들어온다. ⓒ의협신문

 

수술이 끝난 후, 이제는 기다림이다. 환자의 의식이 제대로 회복되는지, 수술한 심장이 제 기능을 유지하는 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의협신문
기다림도 수술의 연장이다. 환자의 의식이 제대로 회복되는지, 수술한 심장이 제 기능을 유지하는 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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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새벽 응급수술을 마치고, 바로 오전 외래를 보기도 한다.  환자를 보는 사이 잠깐의 휴식 시간에도 끊임없이 전화가 온다. ⓒ의협신문

 

교수실 한 켠 간이침대에 몸을 눕혔다. 병원에서 정한 당직은 한달에 2~3번 뿐이지만, 수술한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응급수술이 예상될 때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의협신문
교수실 한 켠 간이침대에 몸을 눕혔다. 병원에서 정한 당직은 한달에 2~3번 뿐이지만, 수술한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응급수술이 예상될 때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의협신문

 

중환자실 한 환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했다. ‘온콜’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가운을 걸칠 여유 때위는 없었다. ⓒ의협신문
토요일 밤 중환자실 한 환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했다. ‘온콜’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가운을 걸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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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도 환자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의협신문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도 환자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종종 일어나는 일인데도 이런 상황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 이 또한 흉부외과 의사의 숙명이다. ⓒ의협신문

 

다시 또 수술장으로 간다. 환자를 잃었던 상처는 더 많은 환자를 살리면서 회복된다.ⓒ의협신문
다시 또 수술장으로 간다. 환자를 잃었던 상처는 더 많은 환자를 살리면서 회복된다.ⓒ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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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를 보던 중 급히 콜을 받고 심장파열 환자의 응급수술방에 들어갔다. 수술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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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게도' 아주대병원에는 훙부외과 전공의가 2명이나 된다. 1년차 이승욱 전공의와 4년차 박지예 전공이다. ⓒ의협신문
'고맙게도' 아주대병원에는 흉부외과 전공의가 2명이나 있다. 1년차 이승욱 전공의와 4년차 박지예 전공의다. 흉부외과의 미래를 바라보는 것 같아 기쁘면서도, 선배로서 가슴 한켠 짠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의협신문

 

8년 전 대동맥 발리증으로 부산에서 실려왔던 한 환자. 극적으로 살아났던 환자는 최근 재수술을 받고 완전히 회복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 ⓒ의협신문
8년 전 대동맥 박리증으로 부산에서 실려왔던 한 환자. 극적으로 살아났던 환자는 최근 재수술을 받고 완전히 회복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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