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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예약 주민번호 수집금지, 무엇 위한 규제인가
진료예약 주민번호 수집금지, 무엇 위한 규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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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0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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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진료과정 특성과 주민등록번호 처리 필요성
구태언 대표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 구태언 대표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지금까지 전국 병∙의원들은 '진료예약 단계'부터 '진료에 따른 진료기록부 기재' 등에 이르기까지 주민등록번호를 환자의 식별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후자의 경우 '의료법'에 근거를 두고 있어서 큰 문제가 없으나, 전자는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환자의 '동의'를 바탕으로 이뤄져 왔다(이러한 동의 절차를 구현하지 않은 경우도 안전행정부 점검에서 많이 적발됐다).

특히 진료예약과 관련해 병∙의원들은 환자들의 편의와 업무 효율을 위해 거액을 들여 '온라인 진료예약서비스'나 '콜센터'를 도입해 운영해 왔으며, 환자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병원계에 따르면 실제 초진환자의 60% 정도가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진료예약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진료예약과 접수를 완료할 뿐 아니라 진료 준비를 위한 환자진료정보를 공유한다고 한다.

이러한 진료예약 방법의 적법성에 관해 중요한 상황 변화가 발생했다. 주지하다시피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국회와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개정해 2014년 8월 7일부터 소위 '주민등록번호 수집법정주의'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종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23조의2가 2012년 8월 17일부터 온라인 상의 주민등록번호의 사용을 제한했고, 2014년 8월 17일까지 수집한 주민등록번호를 모두 파기하도록 했으나, 비영리 병∙의원들은 정보통신망법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주민등록번호 처리 제한의 범위 밖이었다고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일반법인 개인정보 보호법에 관련 규정이 신설됨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처리에 관한 법적 규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비록 정부가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의 전면 시행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혼란과 국민들의 불편을 고려해 내년 2월 6일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계도기간을 운영하기로 하면서 법시행에 따른 충격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황이기는 하나, ① 고의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거나 미수집 전환 작업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 ② 주민등록번호의 침해∙유출 등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개선권고 또는 시정조치 명령을 미이행한 경우에는 개정법에 따라 1차 위반시부터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인 점에 비추어 법적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안전행정부 2014년 8월 6일자 보도자료 참조).

진료단계 가능한 주민번호 수집, 예약 시엔 불가능

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 제24조의2 제1항에 따르면 ①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주민등록번호의 처리를 요구하거나 허용한 경우(제1호), ②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명백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제2호), ③ 앞의 사유에 준하여 주민등록번호 처리가 불가피한 경우로서 안전행정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제3호)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없다.

우선, 제2호의 경우 해석상 논란의 소지가 있고 법 개정의 취지상 엄격하게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제3호의 경우 아직 관련 안전행정부령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법령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진료 단계'의 경우에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9조, 제12조, 14조 등에 따라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근거가 있으나, '진료 예약 단계'에 관한 법령상 근거가 있느냐에 관해 정부(안전행정부)는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진료 예약은 업무상 편의를 위한 것이므로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한 진료예약 단계에서는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관해 대한병원협회 등이 안전행정부와 보건복지부에 전화 등을 통한 진료 및 검사예약, 예약 변경 및 검사결과 확인시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안전행정부령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안전행정부령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서 '과연 주민등록번호 수집법정주의라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주민등록번호제도로 인해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문제가 크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의 처리를 제한해야 한다는 대의에는 동의할 수 있다. 그렇지만 명분이 타당하다고 하여 개별 제도나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처리를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 할 것이고, 법령상 근거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도 '법률만능주의'적인 시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의료행위는 환자 개인의 생명∙신체와 직접적 관련을 맺고 있는 중요한 분야일 뿐 아니라 보험제도 등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환자를 특정하고 식별하는 것은 신속하고 적절한 의료행위를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중요한 업무이다. 만약 환자를 특정∙식별하지 못할 경우 오진으로 인해 생명∙신체에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보험사기 등에 악용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의료법에서 진료 단계에 있어서 주민등록번호 처리를 허용하는 것도 이러한 취지 때문이다.

진료예약 = 진료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인식해야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진료예약 단계를 단지 업무상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인 업무의 특성과 중요성을 간과한 단순한 접근이다. 진료예약 단계는 진료 단계의 시간적 전단계라는 의미를 넘어, 예약 대상 환자를 다른 환자로 오인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오진을 방지하고,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위한 '진료를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진료 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허용한다면, 진료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진료예약 단계에서도 진료 단계와 동일하게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진료예약 단계에서 주민등록번호의 처리를 허용하되, 예약 목적 외로 사용하지 않도록 엄격히 통제하고, 오남용시 무겁게 제재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만약 의료기관이 진료예약을 받는 즉시 진료기록부를 개설하면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있을텐데 형식논리로 진료예약은 진료개시와 다르므로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안전행정부는 진료 단계에 이르러 본인으로부터 직접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라는 입장이지만, 이러한 구분도 인위적일 뿐 아니라 실무상으로도 본질적인 '진료 행위'에 앞서 접수나 원무과 등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온라인 진료예약서비스나 콜센터를 병∙의원 본인이 아니라 제3자를 통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은 통상 개인정보 보호법상 '수탁자'이므로 개인정보처리자 본인이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수집 주체의 쟁점도 크게 문제될 바 없다고 보여진다.

살피건대, 진료예약 단계가 단순히 업무상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접근 방식으로써, 진료예약 단계는 진료를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는 점에 비추어 진료단계와 동일하게 주민등록번호 처리를 허용해야 한다.

안전행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앞으로 제정될 안전행정부령에 관련 내용을 포함해 논란의 여지를 없앨 필요가 있으며, 그 전이라도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업계의 혼란을 정리하는 것도 정부의 의무라 할 것이다. 주민등록번호 수집 법정주의는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그리고 환자를 위한 제도'라는 점을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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