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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불편 초래하는 진료예약 규제 풀릴 듯
국민 불편 초래하는 진료예약 규제 풀릴 듯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09.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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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행정부 "환자 위해서라면 예약때 주민번호 수집 가능해야"
보건복지부 "불편 해소 방안 조속히 마련"...청와대발 규제개혁 '약발'

▲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에 따른 대책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25일 열렸다. 보건복지부와 안전행정부의 개인정보 업무를 맡고 있는 주무 사무관들은 이날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진료예약 업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른쪽 끝이 박미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사무관. ⓒ의협신문 송성철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진료예약 규제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국민불편을 해소하는 규제개혁을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의 강도높은 발언 이후 행정부가 움직이는 모양새다.

김진욱 안전행정부 개인정보보호과 사무관은 26일 킨텍스에서 열린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에 따른 대책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진료예약 과정에서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못함에 따라 국민에게 불편을 주고, 안전에도 영향을 끼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 마땅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규제로 인해 국민이 불편해 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사무관은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법을 개정했는데 이로 인해 환자의 안전에 영향을 주고, 불편을 주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오늘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병원계의 의견을 청취했고, 어떤 것이 환자를 위해 최선인지에 대한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박 사무관은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이겠다"며 "법령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법령을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고, 가이드라인만 바꿔도 된다면 가이드라인을 손질하겠다"면서 "계도기간이 끝나는 내년 2월 6일 이전까지 안전행정부와 협의해 개선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국제병원의료산업 박람회(K-HOSPITAL) 행사의 하나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 병원에서 의료정보를 전담하고 있는 원무와 전산정보 관계자 500여명이 참석, "주민번호 수집 금지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개선하지 않으면 환자 안전과 불편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진료에 차질을 빚고, 환자 안전과 불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안전행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기로 했다.

■ 병원계 "환자 안전 영향·불편 초래" 국민 입장서 눈높이 주장
주제발표에 나선 조주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외래원무팀장과 선홍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래원무 파트장은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추진한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 조치가 안전에 악영향을 주고, 막대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국민'의 입장을 전했다.

포문은 조주희 팀장이 열었다. 조 팀장은 "진료예약 과정에서 주민번호 뒷번호를 확인할 수 없어 이중번호·타인 예약·개명 등으로 인한 예약 오류가 발생해 환자 안전사고와 민원이 늘어날 수 있다.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병원 이용에 어려움을 주게 된다"며 주민번호 수집 금지조치가 국민의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선홍규 파트장은 "병원 이용환자 1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89.4%에 달하는 대부분의 환자들 역시 진료예약시 주민번호 수집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을 초래하는 주민번호 수집 금지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제시하는가 하면 불가피성을 피력하며 설득전도 폈다.

선 파트장은 특히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건강보험 무자격자 확인 의무화에 따라 의료기관들이 환자를 접수할 때 반드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서버에 접속, 자격을 확인토록 하는 '수진자 조회 제도'와 건강검진 업무를 위해 대상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건강검진기본법을 예로 들며 "의료법·국민건강보험법·건강검진기본법 등의 관련법령에 주민번호를 처리할 수 있는 근거법령이 존재하는 만큼 진료예약시에도 주민번호 수집이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이나 유권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인 김선욱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은 환자의 오인식별 가능성과 안전 문제는 물론 환자의 불편과 부담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법안"이라며 "의료기관의 진료예약시 주민번호 처리가 불가피하고, 안전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진료예약시에도 주민번호를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행정안전부령에 반영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근 병협회장은 "환자들은 자신 뿐 아니라 가족의 병력까지 모든 것을 의료진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질병을 치유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며 "의사가 진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제한한 개인정보보호법을 어떤 형태로든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번호 수집 금지조치 이후 일선 진료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도 전달됐다.

노경화 대구파티마병원 원무과장은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으로 주민번호 수집을 통한 예약을 하지 못하면서 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한 신환 예약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콜센터에서 재진환자 예약업무를 하는 과정에서도 생년월일과 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정보만 갖고 업무를 하다 보니 상담시간이 길어지거나 본인 확인에 애를 먹기도 한다"고 현장의 애로점을 전했다.

▲ 김진욱 안전행정부 개인정보보호과 사무관
토론회 직후 김진욱 안전행정부 사무관은 "개인정보 보호법이 무조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다른 법령에 근거가 있으면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가능하도록 했다"면서 진료예약에 관한 부분도 의료관계 법령에 따라 수집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는데 무게를 실었다.

김 사무관은 "국민건강보험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에 수진자 확인업무를 규정하고 있고, 업무를 위해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함에도 이런 경우까지 수집하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며 "공익 목적의 진료는 주민등록번호 수집할 수 있듯이 진료예약을 하는 목적 역시 마찬가지 아니냐"고 언급했다. "국민의 입장에서 필요성이 우선"이라는 소신도 내비쳤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신호철 병협 병원정보관리이사(강북삼성병원장)는 "환자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고 피해를 주는 것은 의료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라며 "국민의 소중한 진료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이 얼마나 더 잘 관리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법 시행...진료예약 불가
정부는 카드사·은행·포털사이트 등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들이 대량으로 유출되는 사태가 잇따르자 개인정보 보호법을 강화, 지난 8월 7일부터 모든 공공기관 및 민간 사업자에 대해 법령상 근거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처리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법령 개정 이전까지는 개인이 동의하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있었지만 8월 7일 이후에는 개인동의와 여부와 관계없이 주민등록번호 수집 자체를 금지했다.

진료목적이 아닌 홈페이지 가입이나 홍보 등의 목적인 경우에는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할 수 없다.

다른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수집한 경우라도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지 않아 유출된 경우 최대 5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금지됐지만 의료기관의 경우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예외 조항에 따라 진료목적상 필요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밖에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상의 이익을 위해 명백히 필요하다고 인정된 경우에도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가능하다.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법령을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히 풀이한 <의료기관 개인정보 가이드라인>(2013년 12월)에서 인터넷·전화 등에 의한 진료 예약시 동의없이 수집할 수 있는 개인정보 항목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한 채 성명·생년월일·주소·연락처를 제시한 것이 인터넷 및 전화에 의한 진료예약 불가 사태의 진원지가 됐다.

보건복지부는 인터넷과 전화를 이용한 예약업무에 차질이 빚어져 환자들의 불편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자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을 코 앞둔 8월 6일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때까지 6개월간(2015년 2월 6일) 법 시행을 유예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6개월 유예 방침을 밝힐 당시 보건복지부는 시스템 개편을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 개정을 주도한 안정행정부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법 시행 유예를 밝힐 당시 곽숙헌 의료기관정책과장은 "법 특수성 상 안전행정부와 협의할 사항이 있다면 협의하겠다. 도저히 답이 없는 경우에는 다시 한번 협의할 수 있다. 의료계 특성에 따라서 의견을 내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역할"이라고 밝혀 현실적으로 진료예약 업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일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경제를 살려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규제개혁에 여와 야, 정부와 국회,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국민 불편을 해소하는 규제개혁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진척이 더딘 상황"이라며 "규제개혁 법안이 상당수 국회에 묶여 있고, 부처간 협업이 제대로 안 되거나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때문에 규제개혁이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너무 안이하고 더디다. 눈을 딱 감고 화끈하게 풀어가야 간에 기별이라도 간다"며 속도감 있는 규제개혁을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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