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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혹사 당하는 전공의들 "잠 좀 자고 싶어요"

기획 혹사 당하는 전공의들 "잠 좀 자고 싶어요"

  • 송성철·이은빈 기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4.08.1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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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주당 100시간 근무하는 '철(鐵)의 전공의들' 28%
전공의 근무환경 실태조사...3시간 자고 버틴다

전공의들은 고달프다. 이 땅에 수련제도가 태동한 50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졸린 눈과 미처 감지 못한 머리로 병원에 상주하다시피하며 의료현장을 지키는 인턴과 전공의들은 온몸으로 피로를 호소한다. 주 5일제와 주당 40시간 근무가 보편화된 시대에 역행하는 그들이 보다 인간적인 삶을 살면서 수련병원과 공존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의협신문>은 최근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전공의 수련 및 근로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련환경 개선 추이와 전망을 살폈다. 

[기획 상]주당 100시간 근무하는 '철(鐵)의 전공의들' 28%

[중]"값 싼 근로자 아닌 국민건강 책임질 주치의" 인식 전환부터

[하]전공의 수련비용은 의료공공성 강화 비용…정부 지원 나서야

▲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가 당직실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전공의 수련 및 근로환경 실태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전공의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2시간 미만' 1%, '2∼4시간' 12%, '4∼6시간' 58%, '6∼8시간' 28% 등으로 조사돼 상당수의 전공의가 과중한 근로로 인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의협신문 김선경
"1∼2년차는 3시간, 3년차는 4시간 정도요. 1년차는 1년 내내 3시간 정도 자면서 버팁니다. 아침에 출근해 환자 보고 회진 돌면 점심 먹기 전에 한 시간 정도 비는데 정말 운이 좋으면 당직실에서 쪽잠을 잘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시간에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마저도 자지 못해요."

A대학병원 전공의는 "주 40시간 근무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전공의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365일 중에 365일 출근해야 하고, 주말은 커녕 매일이 월요일 같다. 1∼2시간이라도 잠 좀 더 자면 좋겠다"고 하소연 했다.

1958년 인턴제 도입을 시작된 전공의 수련제도는 56년 역사를 갖고 있지만 부분적인 변화를 제외하고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이해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물론 의학교육학계의 중론이다.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전공의 수련 및 근로환경 실태조사'(연구책임자 경문배) 연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과거(2008년·2010년) 실태조사에 비해 수련 및 근로환경 개선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에 등록된 8739명을 대상으로 2013년 5월 6∼31일까지 전자우편을 이용해 실시했으며, 2275명이 응답했다. 최종 설문분석은 부분 응답자 등을 제외한 116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번 2013년 조사에서 주당 평균 100시간 이상 근무하는 전공의는 2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80∼100시간은 26%였다.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전공의가 절반을 넘는 54%에 달했다.

2008년 조사에서는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한다는 응답자가 55%(100시간 이상 30%), 2010년 조사에서 69%(100시간 이상 43%)인 것과 비교하면 그간 수련 및 근로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응답자의 연차별 비율은 인턴이 73%, 레지던트 1년차 63%, 2년차 53%, 3년차 41%, 4년차 31%로 연차가 낮을수록 업무량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루 근로시간은 '11∼13시간'이 28%로 가장 많았고, '15시간 이상'이 27%로 조사돼 식사와 수면 이외 거의 모든 시간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련과별로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 실태를 조사한 결과, 흉부외과 83%, 신경외과 77%, 정형외과 76%, 외과 75% 등 수술과 응급환자가 많고, 지원 기피로 인해 전공의 정원이 부족한 외과 계열에서 근무 시간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전공의들이 지난 2012년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열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개정 공청회 시작 전, 3년차 이상의 레지던트가 당직전문의로 근무해야하는 개정안에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수술·응급환자 많은 기피과일수록 과다근무 '심각'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2시간 미만' 1%, '2∼4시간' 12%, '4∼6시간' 58%, '6∼8시간' 28% 등으로 조사돼 상당수의 전공의가 과중한 근로로 인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당 당직근무 횟수에 대해서는 '1∼2회' 27%, '3∼4회' 23%, '5∼6회' 10%, '7회' 15% 등으로 응답, 전공의 4명 가운데 1명은 연속당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당직 후 휴게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48시간 연속 당직의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실제 5회 이상 당직근무를 하는 전공의 가운데 58%가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매우 심각한 연속근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당직근무 후 업무에 복귀할 때까지 쉬는 시간이 없다는 응답이 59%에 달해 대부분의 전공의들이 당직근무를 하고 난 후 휴식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B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는 "당직을 하고난 다음날 아침에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오더를 내기도 한다"며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의사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수 많은 환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환자안전법 제정의 배경이 된 주사제 투약 사고의 경우 일주일에 100시간에 달할 정도로 가혹한 근무를 감당해야 했던 전공의의 피로 누적 때문인 만큼 환자안전을 위해 전공의의 수면과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05년 9월 JAMA에 실린 '전공의들의 신경학적 행동 변화: 과도한 야간당직 이후와 알코올 섭취 이후 비교 연구'에서는 "과도한 야간당직 후 근로수행능력은 0.04∼0.05%의 혈중 알코올 농도와 비슷한 상태"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에서 혈중알콜농도 0.05∼0.1% 미만은 운전면허 100일 정지 처분에 해당한다. 과도한 근무는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받을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

전공의 수련 및 근로환경 실태조사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은 "수면부족은 피로를 증가시키고, 업무의 집중력과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에서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전사고 보고 및 환류 시스템을 마련해 환자안전사고의 재발을 막으려는 환자안전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불합리한 의료제도를 개선하고,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환자안전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의원은 "환자안전사고의 상당부분이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비롯됐다"며 "종현이 사건의 경우에도, 해당 전공의가 100시간 이상 혹사에 가까운 근무를 한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수술실에 주치의 대신 전공의 심지어 간호사가 들어가는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 안전사고 DB를 제공한다고 해서, 그것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며 "정부가 안전사고 실태보고를 해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세우는 것이, 의료기관에 안전사고 보고를 요구하는 것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루 4시간 자고 주당 100시간 근무 일상 다반사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해야 하고, 24시간 근무한 후에 또 근무를 계속해야 하는 후진적인 전공의 수련환경은 50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이 일방적인 지식 전달에서 경험과 참여를 통해 임상수기를 강화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고, 의사와 환자의 관계도 권위와 지도의 관계에서 수평적 계약관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환자 안전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따라 시민사회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법률과 제도도 이에 맞춰 강화되고 있다.

세계 의학교육계 역시 이같은 요구에 맞춰 수련제도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수련환경과 제도는 세계적인 변화와 흐름에 이렇다할 변화없이 전통과 관습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수련현장에서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진료업무 및 연구 업무 이외의 잡무(사적 심부름 등) 비중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전혀 없다'는 12%에 불과한 반면 '10∼15%' 20%, '15∼20%' 13%, '20% 이상' 17% 등으로 조사됐다.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상대적으로 잡무가 많다고 응답, 의사로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수련교육의 개선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수련병원의 교육과정 만족도는 '불만족' 6%, '대체로 불만족' 23%, '보통' 41%, '대체로 만족' 29%, '매우 만족' 2% 등으로 조사됐다. 연차별로는 인턴의 불만족이 31%로 가장 높았다.

수련병원의 교육적 지도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는 '그렇다' 42%, '아니다' 30%, '잘 모르겠다' 28%로 응답했으며, 수련교육 지도 적절성에 대해서는 '적절하다' 43%, '적절하지 않다' 30%로 답했다.

수련교육지도가 적절하지 않다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이유에 대해 물은 결과, 54%가 '업무량 과다'를 지적했으며, '교육에 해당하는 활동이 명확하지 않다' 34%, '교육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12% 등으로 응답, 교육이라고 하기에는 근로의 양이 많고, 수련과 근로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점이 수련교육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요인으로 손꼽혔다.

연구팀은 "진료외 업무비중이 20% 이상일 때 수련의 만족도는 현저히 악화되는 수치를 보였다"며 잡무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무량 과다로 교육 부실…잡무 비중 20% 이하로 낮춰야

 ⓒ의협신문 김선경

열악한 전공의들의 근로환경은 직무스트레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1168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국인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를 이용해 스트레스 정도를 조사한 결과, 주당 평균근로시간 80시간을 기준으로 49.7점에서 54.28점으로 근로시간에 따라 스트레스 점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4시간 이하는 48.6점으로 높은 반면 8시간 이상은 37.7점으로 낮았다. 당직 후 휴게시간이 없는 경우 53.31점에 달했으나 12시간 이상은 45.29점으로 낮게 조사됐다.

평균연봉이 4000만원 이상은 48.81점이었고, 2500만원 이하는 55.95점이었으며, 당직수당 역시 4만원 이상은 44.92점인 반면 없다는 52.14점에 달해 급여가 직무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80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직무스트레스와 피로가 크게 증가한 것은 근로시간이 80시간 이하로 줄어들 경우 스트레스가 크게 호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수련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스트레스 중 인간관계·위계질서·보상 등과 같은 부분 보다도 병원에서 요구하는 직무의 양이 너무 높아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과계열의 경우 전공의 지원기피로 인한 인원 부족으로 수술·당직업무가 증가하고, 그 결과 업무 증가와 수면부족이 큰 문제로 지적됐다"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직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업무의 분배와 효율화·의료전달시스템을 개선하고, 직무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멘토링 프로그램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전공의의 직무스트레스와 피로는 의사로서 직무효율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환자의 건강 및 질병 치료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전공의를 수련 목적이 아닌 저임금의 노동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병원의 인식 전환과 더불어 전공의 수련과정 및 근로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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