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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학, 임상의학에 밀려 죽어가고 있다

기초의학, 임상의학에 밀려 죽어가고 있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6.2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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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기초의학 학술대회서 기초의학자 양성 방안 집중 논의
'기초의학 교육·연구재단' 설립 및 보호학문 지정 필요성 제시

▲ ⓒ의협신문 김선경
생명과학과 임상의학에 밀려 고사위기에 놓여 있는 기초의학을 살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기초의학의 당면문제와 기초의학자 양성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는 기초의학을 살리기 위해 (가칭)'국립기초의학 교육·연구재단'을 설립하고, 보호학문으로 지정을 요구해 최소한 정부 지원이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의사국가시험에 기초의학분야를 명확하게 포함시켜 의과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진로를 고민할 때 당당하게 기초의학을 전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27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34차 의협 종합학술대회에서는 '기초의학 학술대회'가 별도로 진행됐으며, 오후 1시 30분에는 '미래의학을 위한 기초의학 육성방안 심포지엄'이 150여명의 기초의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기초의학의 당면문제-위기의 기초의학(채종일 기초의학협의회장) ▲기초의학 발전과 기초의학자 양성방안-기초의학의 미래를 준비하자(이혜연·대한의학회 기초의학이사) ▲기초의학의 비전(박래길·전 한국연구재단 의약학단장) ▲기초의학과 창조경제(박항식·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조정관) 등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먼저 채종일 회장은 "현재 기초의학은 교육과정이나 시간 등이 모두 위축되고 있으며, 임상의학·생명과학 연구의 활성화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상실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기초의학이 위축되다보니 결과적으로 기초의학 전공자(의대 출신)가 감소하고 있고, 교육 의욕 및 연구 의욕도 많이 감퇴됐다"고 덧붙였다.

채 회장은 "2014년 현재 기초의학 교수 수는 1381명인데, 병리학과 예방의학을 제외하면 의사출신 교수는 55%(비 MD교수 45%)밖에 안되며, 2024년이면 38%, 2034년에는 9%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일부 임상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교수들은 기초의학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면서 기초의학을 임상의학의 한 부분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기초의학의 중요성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초의학은 임상의학을 공부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며 "기초의학이 약하면 평생 체력이 약한 의사로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 회장은 "많은 후배들이 기초의학을 전공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평생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일을 하면서도 임상의학이나 생명과학에 비해 전망은 별로 밝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후배들이 기초의학을 안정적으로 전공할 수 있도록 병리학이나 예방의학처럼 전공의·인정의 제도를 도입하고, 병원 인증평가 항목에 기초의학 교수 기준 중 의사출신 교수 확보를 필수항목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의사국가시험에서 기초의학 부분을 대폭 강화하는 것은 물론 기초의학 전공자들에게 군대체복무 조건을 대폭 간소화 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칭)'국립기초의학 교육·연구재단'을 설립해 기초의학 학문을 발전시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 ⓒ의협신문 김선경
이혜연 기초의학이사는 '기초의학 발전과 기초의학자 양성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기초의학계는 앞으로 10년후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의과대학에서 심도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장 최근의 자료를 보면 전국 의과대학의 기초의학자 수는 평균 37.5명에 불고하며, 55세 이상 의사 교수 164명. 45세 이하 61명 밖에 되지 않아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후배 의사들이 사라질 판"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했다.<그래프 참조>

아울러 "기초교수 증가와 비교도 안될 만큼 임상교수가 증가했다"며 "2002년~2010년까지 기초와 임상교수의 증가율을 보면 기초의학 교수는 156명 증가하는 동안 임상교수는 2355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앞으로 학회에서는 충실한 교육을 위한 기초의학교수의 적정수, 연구활동에 필요한 기초의학교수의 적정수는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며, 기초의학 과정의 학습정도를 평가하는 기준도 마련해 수련과정을 표준화하고,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인정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기초의학을 살리기 위해 의사출신 기초의학자 양성을 위한 지원책을 만들어야 하고, 연구비 투자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기초의학의 비전과 관련 박래길 전 한국연구재단 의약학단장은 "국가 R&D 주도권은 생명과학쪽으로 넘어간 상태"라고 분석하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초의학의 범위를 넓혀 꼭 의과대학 출신이 기초의학 분야의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고 제시했다. 다만, "생명과학과 의학은 동일시되어서는 안된다"는 전제를 달았다.

마지막으로 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조정관은 기초의학 R&D 정책에 대해 발표를 했다. 박 조정관은 현재 정부는 ▲위기대응기술개발 및 질환극복과 안전관리 사업 지원 강화 ▲생명·보건의료분야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분야 지원 강화 ▲신약 및 의료기기 분야 지원 강화 등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조정관은 "정부는 기초의과학 발전을 위해 예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기초의과학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 연구개발시스템도 혁신하고 있다"며 "모든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4명의 주제발표에 이어 열린 패널토의에서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중개연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의료계 내에서 기초의학의 중요성을 공감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고시에 기초의학을 비중있게 포함시켜야 한다 ▲비의사 출신 기초의학 교수들이 90%를 넘어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전통적인 기초와 임상 구조를 탈피하고 기초와 임상을 통합하는 교실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초의학을 살려서 응용의학을 발전시켜야 한다 ▲기초의학자들이 열심히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재정을 대폭 지원해야 한다 ▲기초의학을 보호학문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기초의학협의회에서 정부에 적극 건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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