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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왜 이렇게 됐는지 되짚어볼 때 됐다"

"의사들이 왜 이렇게 됐는지 되짚어볼 때 됐다"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06.16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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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회비 납부 보류 결의 첫 심경 밝힌 정훈용 의대교수협의회장
"의대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의사 꿈…의협 역할 기대 크다"

대학에서 묵묵히 후학 양성에 힘쓰던 의대교수들이 대한의사협회의 기능에 의문을 표시하며 회비 납부를 보류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전체 의사의 권익을 보호하는 의협이 개원가에 치우쳐 운영돼온 것에 대한 일종의 항의 표시다.

지난 12~13일 무주 덕유산리조트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춘계 세미나에서 만난 정훈용 교수협의회장(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은 "교수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유는 지분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정훈용 전국의대교수협의회장. ⓒ의협신문 이은빈
그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의견이 의협에 전달되고, 적절한 협의과정을 통해 잘 받아들여지는 구조가 된다면 훨씬 진일보한 것"이라며 의사사회 안에서 보다 발전적인 소통을 희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4월 총회에서 상반기 의협 회비 납부를 거부키로 결의해 파장이 컸다. 교수들이 들고 일어선 이유는 무엇인가.
얼마 전 모 의대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30년 동안 꼬박꼬박 회비를 냈는데, 내가 회비내서 뭐가 됐는지, 가치가 있는지…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는 교수가 한두 명이 아니다.

의사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그럴 때 '내가 낸 돈을 저렇게 시끄럽게 쓰고 있나?' 생각이 드는 거다.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적어도 내가 낸 회비는 저기 안 썼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납부를 보류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안 내겠다는 게 아니다.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도록 내겠다는 메시지로 이해해달라.

26개 의대교수들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교수협의 정체성이 궁금하다. 친목단체에서 정치단체로 변모하는 과정인 건가.
첫 번째로 의협과의 관계, 두 번째로 우리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목적에서 이번 세미나를 기획했다. 항상 친목도모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그것 이상을 이뤄보자는 취지에서다.

그렇다고 정치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교수들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후학을 양성하는 입장에서 (의료계에) 너무 희망이 없어서다. 의대교수들이 조용하다고 해서 자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 그 시선을 대변해주는 게 협의회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바로가게 해달라고 의협에 요청한 거다.

그렇다면 의료계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선과제는. 의협이 뭘 해야 할까.
비판의식을 정립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의사라는 직종의 역사적 뿌리가 없었다. 우연히 던져져서 생긴 부분이라고 본다면 우리 선배님들은 누리기만 한 부분이 컸다. 그러다보니 점점 사회적으로 부딪히고, 사명감도 어떤 측면에선 줄어들고, 생각의 범위가 좁아지고. 결국 '나만 건드리지 않으면 행복하다'는 식, '내가 잘나서 의사 됐는데 왜 네가 간섭하냐'는 식의 풍토가 은연중에 있었다.

의사들이 어떤 비전을 갖고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 그런 관점에서 의협이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떤 일들이 필요한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돼서 좋은 방향으로 가면 학생들에게 조금은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의협회장 보궐선거에 대한 교수들의 관심도는 어떤가.
협의회장으로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하지 않는다. 중립을 지키는 입장이다. 다만 교수들에게 투표는 꼭 참여해달라고 독려하고 있다. 현재 교수협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교수표 비중이 적지 않다. 당선인이 가려진다면 잘해야 할 거다. 다행히 선거 분위기도 그렇고, 출마한 세 후보 모두 대학교수를 화두로 내세우고 있어서 생각보다 긍정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지 표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의사를 양성하는 교수 역할의 중요도를 인식해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선거가 끝나면 임시총회를 열어 다시 회비 납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끝으로 의대교수들을 이끄는 협의회장으로서 소회. 의료계에 전하는 바람은.
내년 4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새 의협회장이 선출되면 소통을 강화할 생각이다. 이전까지 교수협 세미나에서는 노인의학을 어떻게 잘할까, 학생들을 잘 가르칠까 하는 주제들을 다뤘다. 의사협회와의 관계 설정과 의대교수의 정치적 역할을 정하는 문제를 이번 세미나 주제로 정한 것 자체가 로드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의료계가 잘 돌아가면 세미나 주제는 원래대로 돌아갈 거다. 

의대교수는 관점이 조금 다르다. 수가나 현재 이익을 떠나서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는 측면에서의 비판과 반성이 필요하다. 이 일을 계기로 의협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상당히 획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이고, 정확한 이정표를 낼 것을 기대한다. 그래야만 분열되고 망가진 의사사회가 원상복구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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