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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에 마음 주고 사람에게 배웁니다"
"테니스에 마음 주고 사람에게 배웁니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4.06.1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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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사테니스대회 개인적 복식 10연패 이룬 조동규 원장

면벽수행에 나선 고승처럼 라켓을 떠난 공이 전해주는 울림과 떨림에 마음을 뺏겨 벽과 마주한지 27년이다.

라켓에 공이 맞닿을때 온몸에 전해지는 전율은 공명의 시간속에 잠기고 이내 허공을 가르는 경쾌한 파열음에 다시 벽을 향한 오감은 생동한다. 그리고 또다시 전율…파열음…생동…. 그렇게 테니스를 시작했고, 테니스는 그에게 인생이 됐다.

승부를 겨루는 경기이기에 끈기·근성·인내심·평정심을 서원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그 시간을 함께한 이들이 있어서 행복하고, 그들에게 존중하고, 배려하고, 나누는 삶을 배울수 있어서 좋을 뿐이다.

조동규 원장(전북 김제·한사랑마취통증의학과의원). 5월 18일 서울 목동테니스장에서 열린 전국의사테니스대회 개인전 복식경기에서 조 원장은 고광직 과장(전북 전주·다은병원 신경외과)과 짝을 이뤄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10연패다. 2005년부터 써내려간 조 원장의 우승 일지는 2014년까지 해마다 짝을 바꿔가며 이어졌다.

그는 테니스의 마력에 빠지고 매력에 홀려 있다. 그리고 30년 가까운 시간 속에 함께 했던 많은 이들 속에서 '사람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10년이다. 시간이 주는 의미 못지않게 남겨진 감회가 남다를듯 하다.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지나온 한 게임 한 게임이 모여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입니다만 한편으로 죄송함도 거둘 수 없습니다. 저보다 뛰어난 분들도 많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돌아보면 승부에서 얻는 보상보다는 수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과 좋은 만남들에 늘 감사합니다."

그에게 테니스는 무엇일까. 오랜시간 라켓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끝없는 도전이 테니스의 매력입니다. 물론 이룰 수 없는 도전이 대부분입니다. 이기기 위해 기술적인 훈련을 하고 체력을 기르며 강인한 정신력과 인내심을 갖추게 되면 결국 성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은 과정일뿐이고 그 속에서 얻는 것들은 승리 보다 값집니다. 테니스를 통해 풍요로워지는 저를 발견합니다. 기계적인 운동효과 못지 않게 더 좋고 아름다운 것은 많은 분들과 정신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안녕한 삶을 퍼뜨리는 운동입니다."

조 원장이 테니스를 시작한 것은 의대 1학년때다. 지친 생활의 탈출구였다. 그리고 테니스는 그에게 평생동지를 선물했다.

"초등학교 때 축구선수를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팀이 해체되면서 축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의대생활은 힘겨운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잠시라도 해방구가 필요했습니다. 어느날 학교 운동장을 지나다가 누군가가 테니스장에서 벽치기 연습을 하는 소리를 듣게 됐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지인에게 얻은 우드라켓으로 테니스를 시작했습니다. 마음을 뺏긴 운동이라 꽤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네트를 넘기는데 급급한 실력이었지만 스탠드에서 일면식도 없는 한 여학생이 박수를 치며 격려해 줬습니다. 열정적으로 운동하는 모습이 좋더라며…. 그 여학생이 지금의 아내입니다."

조 원장이 빛나는 것은 매번 우승을 일군 짝이 다르다는 것이다. 개인의 기량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가 최고일까. 최고의 짝을 만난 것일까.

"몇몇 분은 지금도 운동을 같이하지만, 또 몇몇 분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함께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양기환 과장님(남원의료원 산부인과)은 처음 의사테니스대회에 참가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의사테니스대회에 유일하게 2번 한 조를 이뤄 참가한 양 과장님과는 숨소리, 발소리만 들어도 공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할 정도입니다. 정재용 회장님(인제의대 교수·상계백병원 비뇨기과)과 짝을 이뤘던 대회도 기억에 남습니다. 의사테니스연맹 회장을 맡으시면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시는데 함께 우승까지 이뤄서 저 역시 기뻤습니다. 그동안 저와 함께 했던 분들은 제가 가진 약점을 보완하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셨습니다. 10년 동안 최고의 짝을 만난 것은 제 행운입니다."

스포츠는 기록으로 말한다. 의사 대회 뿐만 아니라 일반인 대회의 수상 역정도 화려하다. 그 원천은 꾸준함이다. 주중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의 발길은 코트로 향한다.

"현재 전북대학교 테니스코트를 이용하는 타이브렉클럽에 소속돼 있습니다. 구성원은 의사가 30% 정도이고, 교사·공무원·직장인 등이 70%를 차지합니다. 이 분들과의 만남과 교류가 테니스를 하는 이유입니다. 그동안 전라북도의사회팀으로 참가한 전국의사테니스대회 단체전에서는 2006년 이후 입상권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국대회 우승 6회·왕중왕부 우승·전라북도 금배부 9회 우승·전국단식대회 우승(2014)·전라북도 생활체육금배부 우승(2013)을 이뤘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김연아·박태환의 등장으로 설레임과 행복감에 젖었다. 테니스에서는 기대할 수 없을까.

"가장 큰 문제는 성적지상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성적을 내야 진학이 가능한 상황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체력이나 기술을 익혀나가기 어렵습니다. 이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을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선수육성 시스템이 더욱 필요한 이유입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면 강인한 체력·강력한 서비스·확실한 주무기·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테니스 현장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이어지고, 정부 차원의 투자와 지원이 뒤따르면 머지않아 우리도 세계적인 선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조 원장이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은 무엇일까. '위닝샷'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경기는 승부를 가려야 합니다. 지기 위해 하는 경기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상대의 실수를 유발해서 득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실제 게임에서 모든 것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공격적인 포인트를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사실 저는 반쪽짜리였는지도 모릅니다. 포핸드 스트로크를 주무기로 오랜시간을 지내다가 아내의 조언으로 백핸드 스트로크를 접하게 됐습니다. 백핸드를 치면서 처음으로 라켓면과 공이 제대로 닿았을 때의 희열과 감흥은 온몸에 새겨졌습니다. 한시간 넘게 라켓에서 손을 뗄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지금도 그 느낌이 되살아납니다."

27년동안 마음 속 갈채를 주고 받는 조 원장 부부와 닥스훈트 '깜지'·'깜순'이 함께했다. 어미와 새끼 사이인 그들도 가족이다.
그는 최근 프랑스오픈 5연패에 성공한 라파엘 나달을 좋아한다. 그의 진지함이 좋고 절제된 모습도 그렇다.

"나달은 그만이 칠 수 있는 플레이를 합니다. 그러면서도 절제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브레이크 타임 때 물병 하나, 수건 한 장을 정리해 놓는 모습에서 경기를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실력도 세계 최고지만, 그를 지켜보는 수많은 이들이 그가 왜 최고인지를 느끼게 해줍니다."

조 원장이 참가하는 대회에는 항상 그미가 곁을 지킨다. 27년전 홀로 갈채를 보내던 그 여학생이다. 지금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유랑길을 마다않는다.

"대회가 있을 때면 아내가 함께 합니다. 서울·김천·대구·여수·안성·부천·연천·사천…. 대회가 열리는 곳이면 아마 제주도 외에는 한번씩 돌아본 것 같습니다. 아내는 대회 때면 소풍가듯 준비합니다. 먹을 거리를 준비하고 둘만의 소중한 이야깃거리도 펼칩니다. 테니스 마니아이기도 하지만 경기 후 피곤에 내몰린채 운전대를 잡아야 할 저를 염려하는 까닭입니다. 항상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그는 행복하다. 코트에 나설 때마다 다가오는 새로운 세상을 경이로움으로 맞는다. 라켓을 떠난 공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찰나의 순간 속 무위의 사유를 즐긴다. 그의 곁은 언제나 가족이, 벗들이 지킨다. 그의 특별한 테니스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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