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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조건·가이드라인 비공개...올해도 여전했다
부대조건·가이드라인 비공개...올해도 여전했다
  •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4.06.1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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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수가협상 관행 여전히 되풀이
공급자 "현재 구조로는 공정한 수가 기대 어려워"

▲ 대한의사협회와 건강보험공단이 내년도 수가협상을 진행한 모습. ⓒ의협신문 김선경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급자단체와의 내년도 수가협상을 최근 마무리했다.

수가협상은 5월 16일 수가협상 단체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수가협상 마지막날인 6월 2일까지 릴레이 협상을 진행하며, 긴박했던 일정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올해 수가협상에서도 기존의 문제점이 되풀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정위 소요재정 비공개 원칙..."편향적 결정" 비판

이번 협상을 통해 내년도 의원급은 올해보다 3.1%, 병원 1.8%, 약국 3.2%인상이 확정됐다. 치과와 한방은 수가협상이 결렬 되면서, 6월 중 건강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수가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단은 매년 수가협상의 잣대가 되는 가이드라인을 비공개 원칙을 주장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단은 매년 재정위원회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으나, 가이드라인 자체는 물론 가이드라인을 산정하게된 기준에 대해서도 협상이 끝날 때까지 함구하고 있다.

올해에도 협상이 끝나고 재정운영위원회를 열어, 계약 내용을 심의·의결하고 나서야 소요재정 6718억원을 공개했다.

소요재정을 모르고 협상에 임하다보니 공급자단체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어떤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재정위가 내준 파이를 토대로 수가를 결정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제시해줘야 게임하는 당사자들이 열심히 할텐데 상금이 뭔지, 선물이 뭔지도 모르고 게임을 하자 그러니 우리로선 답답할 따름"이라며 "추가 소요재정을 알아야 보다 구체적인 전략을 갖고 수가협상에 임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니 눈치게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원협회도 성명을 내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의원협회에 따르면, 재정운영위원회는 가입자대표 20명과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공익대표로10명이 포함돼 있으나, 공급자인 요양기관의 대표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지적이다.

의원협회는 "공급자가 완전히 배제된 가입자 위주의 편향적인 재정위가 전체 수가 인상폭을 결정하고 이 인상폭을 기준으로 수가협상을 하고 있으니, 민주적이며 공정한 수가협상을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기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공단 수가협상팀 모습. ⓒ의협신문 김선경
무리한 부대조건 언제까지...구체적 조건도 없어

이번 협상에서 공단은 부대조건을 제시해 협상의 성패를 가르려 했다.

공단은 지금까지 부대조건을 내걸고 협조를 약속하면 수가를 인상시켜 주고, 그렇지 않으면 일종의 패널티를 주는 방식을 관행처럼 진행해 온 것이다.

올해 협상에서도 공단은 진료량 변동에 따른 재정위험 분담제인 일명 '진료량 목표관리제'를 전체 유형의 부대조건으로 제시하며 공급자단체를 압박해왔다.

문제는 공단 협상팀이 내놓은 부대조건이 원칙과 근거에 미흡하다는 점이다.

한 공급자단체 협상 관계자는 "진료비 목표관리제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얘기도 없었다. 언제 시행할지, 어떤 방법으로 진행될지 전혀 언급이 없었다"며 "무조건적으로 제안하고 시행여부를 묻는 상황에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결국 공급자단체들은 부대조건에 대해 반발하며 부대조건 없는 수가계약을 타결했다.

이철호 의협 수가협상 단장은 "자칫 부대조건이 향후 있을 수 있는 지불제도 개편 등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일관되게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계융 병협 협상단장 또한 "진료비 목표관리제는 수가도 낮은상황에서 진료량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병원계에서 받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숙제라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마감시간 넘기고 이뤄진 타결...법적 검토 이어질까

협상 마감시간을 넘긴 후에 타결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가협상 마감일은 6월 2일 자정까지였으나, 자정이 지난 이후에도 협상이 이뤄지며 일부 단체 협상의 타결 또는 결렬에 도달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그동안 건물내에 머무르면서 협상이 계속 이어지면 자정을 넘겨도 협상결과는 유효하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협상장인 공단의 건물을 이탈한 후에 다시 불러들여 협상을 진행한 만큼 법적으로 유효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근거자료에 기반한 합리적 수가계약 이뤄져야

공급자단체들은 올해에도 수가계약의 불합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철호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올해에도 각종 통계와 지표 등 근거자료에 기반한 합리적인 수가계약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는 현실의 벽을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불공정하며 불합리한 수가계약 체결 구조로는 근거 기반한 수가협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물고 물리는 전쟁이 매년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 단장은 "의정합의 이행사항 중 올해 12월 내 수가결정구조 개선 아젠다가 명시돼 있는 만큼, 수가계약의 공정성을 최대한 담보할 수 있는 조정기전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공급자단체 관계자 또한 수가협상에 대한 문제점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원칙을 제안했다.

관계자는 "수가협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공급자단체들의 의견을 반영한 수가협상의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급자단체와 보험자가 원칙을 지켜 나갈 때 수가협상의 불공정성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이고,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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