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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100년 역사상 초유...'사원총회'란?
의협 100년 역사상 초유...'사원총회'란?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4.04.0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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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회보다 상위, 의사 5만7천명 참여해야 성립
회원 민주주의 실현 vs 조직 내부 갈등 극대화 명암
 ▲지난해 9월 8일 한의사협회는 사원총회를 열어, 앞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통과한 한약첩약 시범사업 참여 결정을 뒤집고, 당시 임총을 주도한 대의원회 의장 등을 해임시켰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 의협 내부 개혁의 일환으로 정관 개정 등을 위한 '사원총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혀 파란이 일고 있다. 노 회장은 1일 오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4월 말 정기 대의원총회가 열리기 전에 사원총회를 열어 협회의 중요 권한이 회원에게 돌아가도록 의협 정관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원총회란 민법에 규정된 비영리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이다. 의협의 정관상 최고 의결기구는 대의원총회이지만 사원총회는 이보다 상위에 위치하는 의사결정단위로서, 회원들의 뜻을 직접 물어 의협 정관을 고치겠다는게 노 회장의 의도다.

대의원총회가 아닌 사원총회를 열어 정관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 의협의 중요 사안이 소수의 대의원들에 의해 결정됨으로써 민초 의사회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즉 대의원 중 상당수가 시도의사회장 등 지역 의사회 임원 또는 임원들의 영향권에 있는 인물로 채워져 있어, 대정부 투쟁과 같은 중대한 결정에 회원 개개인의 의중이 반영되는게 아닌, 의협 집행부와 시도의사회·대의원회 간의 정치적 이해갈등에 따라 민의가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 노 회장의 시각이다.

노 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의협 임시 대의원총회 결과를 일반 의사회원들과 대의원들 사이의 괴리감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로 꼽고 있다. 당시 임총을 개최한 대의원회는 의협 집행부가 요구한 '총파업 재진행' 안건 상정을 거부한채, 의협회장을 배제한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투쟁 관련 사항을 위임키로 결의했다.

이는 의협 집행부가 실시한 대회원 설문조사 결과와 완전히 상충되는 것이다. 의협이 회원 2만48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총파업 재개'에 대해 85.76%가 찬성했으며, 총파업 돌입 여부는 대의원총회 결정이 아닌 전회원 투표 결과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수가 넘었다.

또 임총은 의협회장을 배제한 비대위를 구성키로 결정했으나, 회원 조사에서는 정반대로 '의협 회장이 새로 구성되는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78.67%)이 압도적이었다.

설문조사를 통해 회원들이 대의원회를 통한 의결권 행사 보다, 직접적인 의사표현 권리를 보장받길 원하는 것으로 파악된 만큼, 이번 기회에 의협의 권한을 기존 대의원회 보다 회원쪽으로 강화하는 방향의 정관개정을 시도하겠다는 것이 노 회장의 의도인 것이다.

▲한의사협회가 사원총회를 개최하기 위해 사용한 위임장. 

사원총회의 법적 근거는 의료법·민법

의협이 사원총회를 개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의료법과 민법에 명시돼 있다. 우선 의료법 제28조(중앙회와 지부)는 '중앙회에 관하여 이 법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돼있다. 의료법에는 중앙회의 사원총회 규정이 없으므로 민법을 따르게 된다.

민법 제68조는 '사단법인의 사무는 정관으로 이사 또는 기타 임원에게 위임한 사항외에는 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와 함께 제42조(사단법인의 정관의 변경)는 사원총회를 통해 의협의 정관을 변경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제공하고 있다.

현행 의협 정관에는 사원총회 관련 규정이 없으므로 이를 개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1987년 제정된 '상업등기선례 제1-130호'는 '민법상 사단법인의 사원총회는 사원 전원으로 구성되는 최고의 의사결정기관으로서 반드시 두어야 하는 필요기관이므로 정관의 규정에 의하여서도 이를 폐지할 수 없다'고 적시하고 있다. 정관과 무관하게 사원총회는 사단법인이 의무적으로 두어야 하는 기관이라는 의미다.

의협은 대의원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사원총회가 곧 대의원총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대의원총회는 사원(의사회원)의 의견을 효율적으로 수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상업등기선례 제1-130호'에는 '정관에 의해 사원총회 고유권한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의 일정한 사항을 의결하게 하기 위하여 별도의 대의원으로 구성되는 대의원총회를 둘 수는 있다'고 돼있다.

그런데 민법 제42조는 사단법인의 정관을 총사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는 때에 한해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의협 정관 개정의 고유 권한은 사원총회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12년 10월 7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 1회 한마음 전국의사 가족대회 모습. 사원총회가 의사들의 축제의 장이 될수 있을까?

사원총회에서 개정될 의협 정관은?

지난해 9월 대한한의사협회는 보건의료 단체 중 처음으로 사원총회를 개최해 정관 개정을 시도했다. 당시 한의협은 두 달 앞서 한의협 임총이 결의한 첩약의보 시범사업 참여 결정에 대한 반대 및 임총 책임자 문책과 더불어 한의사협회 정관 개정안을 사원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정관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회원투표' 조항을 신설해 회장이나 대의원총회, 회원 10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전회원 투표를 실시토록 명시했다. 또 회원투표는 민법의 사원총회 의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며, 온라인투표를 통해 회원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투표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토록 규정했다.

전회원 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으로는 △회장·수석부회장·감사, 대의원총회 의장·부의장의 해임 △대의원총회의 해임 △정관개정 등을 열거했다. 특히 대의원을 분회총회에서 회원들의 온란인 직접투표로 선출토록 하고, 협회 임원이나 지부의 임원 및 분회 회장은 대의원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노 회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관 개정과 관련해 "한의협에서 내가 하고 싶은 상당 부분을 이뤘다"고 밝혀 한의협 사원총회에 상정된 정관개정안을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원총회 성립 및 정관개정 가능성은?

사원총회에 부의된 안건은 민법 제75조(총회의 결의방법)에 따라 과반수 출석과 출석사원의 과반수 찬반으로 결의된다. 그러나 반드시 회원들이 물리적으로 참석할 필요는 없다. 제73조(사원의 결의권)에 따라 서면이나 대리인으로도 결의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의협 사원총회의 경우 유권자 2만24명 중 9월 8일 잠실체육관에 모인 회원은 3234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8000여명은 위임장을 제출했다. 당시 한의협은 위임장을 효율적으로 받기 위해 1억1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반송등기'를 이용했다.

한의협은 법률 자문을 통해 사원총회 유권자 수를 보건복지부에 면허신고된 건수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우리나라 의사면허 발행건수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총 11만5127명(사망자 제외)이다. 사원총회가 성립되려면 이 중 과반인 5만7564명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지난달 3월 21∼28일 실시된 총파업 투표에 의사 4만8861명이 참여한 것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정관개정은 만만치 않다. 민법 제42조에 따라 사단법인의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총사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전체 의사의 7만6751명이 찬성해야 가능한 것이다.

한의협 사원총회에서도 총 6개의 안건 중 임총 책임자 문책 등 5개의 안건은 모두 가결됐으나, 회원투표제 신설을 골자로 한 정관개정안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정관개정안은 지난달 23일 열린 정기 대의원총회에 와서야 결국 통과됐다. 

한의계, 사원총회 둘러싼 내부 갈등 극에 달해

한의사협회 사례는 의료인단체의 사원총회 개최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사원총회를 둘러싼 조직 내부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선례도 남기고 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

당시 한의협은 사원총회를 추진하려는 집행부와 반대하는 대의원회가 맞서 총회 개최 전후로 극심하게 대립했다. 사원총회가 열리기 한 달전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한의협 대의원회는 사원총회가 정치적 목적으로 열린다며 사원총회 당일날 보수교육을 동시에 실시키로 한 집행부 방침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총회가 열린 뒤에는 송사가 잇따랐다. 총회를 통해 해임된 한의협 대의원회 의장과 부의장, 감사 등은 사원총회결의 무효확인 청구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각각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가처분신청의 일부를 받아들여 본안 소송 확정 판결 때까지 사원총회 결정 사항의 일부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의협 집행부화 평회원협의회 등 사원총회 추진측과 대의원회 등 반대측의 상호 비방은 극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한의협의 사원총회는 정부의 첩약 보험적용 추진 반대라는 회원들의 중지를 하나로 모으는데는 성공했으나, 협회 조직의 근본적 개혁을 위한 정관 개정에는 실패한 채 '회원 민주주의' 실현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성과적 측면과 조직의 내부 갈등으로 한의계 결속력이 약화됐다는 비판적 평가를 동시에 낳았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1일 "(사원총회 개최가) 쉽지 않겠지만 지금이야 말로 내부 제도개혁을 할 때다. 전력으로 추진하겠다"며 개최가 불발될 경우 회장직에서 자진사퇴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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