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7 06:00 (수)
[의협신문 실습기] 예비의사가 바라본 파업은...
[의협신문 실습기] 예비의사가 바라본 파업은...
  • 박선영 인턴기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4.03.12 18:27
  • 댓글 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선영 인턴기자
부끄럽게도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학생으로 살아왔다. 학생이니까 학생의 본분인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사실 그것만 하기에도 벅찼다.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과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열심히 배우는 가이드라인대로 진료하면 삭감을 당한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교과서가 아닌 심평원 삭감 기준을 가르쳐야 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는 한 교수님의 말씀 때문이었다.

충격적이었다. 열심히 공부만 하면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배운 대로 진료하면 수가를 받지 못해 병원에 손해를 끼치는 나쁜 의사가 된다니.

그렇게 의료현실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고 대한의사협회와 노환규 회장의 페이스북을 구독하면서 지금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의사협회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지켜봐왔다. 그런 과정에서 예비의사로서 공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실제 마주할 현실이 어떤 것인지 직접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해 한달 동안의 4학년 선택실습을 <의협신문>으로 선택했다.

<의협신문>에서 실습을 하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의료계 상황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의료계는 3월 10일 전일파업을 진행하고 24일부터 6일간 휴진 파업을 예고하면서 의사 파업은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의료계는 지난해부터 뜨거웠다. 지난해 12월 여의도에서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가 있었다.

잘못된 의료 정책이 환자를 올바로 진료할 수 없게 한다며 2만 명의 의사들이 모여 구호를 외쳤고 의협 회장은 목에 칼까지 대며 의료제도 개혁을 촉구했다. 하지만 실제로 바뀌는 건 별로 없어 보였다. 정부에서는 의사들이 반대하는 원격의료와 투자활성화대책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는 듯 했고 의사협회는 결국 집단휴진이라는 강수를 꺼내들었던 것이다.

실습을 하면서 사실 조금은 파업이 잘 될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그런 불안한 마음도 잠시, 3월 10일 월요일에는 서울 시내 여러 대학병원에서 온 전공의들로 의협회관이 꽉 찼다. 준비한 장소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전공의들이 모였다는 게 굉장히 놀라웠다.

전공의들은 병원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입원 환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밤을 새 처방을 내고 아침 회진을 끝낸 후 집회에 참석한 뒤 병원에 돌아가면 그 날 해야 할 일들이 그대로 쌓여있었을 터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휴진에 참여해준 전공의들과 사람이 줄어 더 바쁘게 병원을 뛰어 다녀야 했던 필수 인력 수련의, 전공의분들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날 대부분의 기자들은 기자회견과 그들이 원하는 장면만을 담고 돌아갔지만 전공의들은 계속 남아 질의응답과 자유발언대까지 진행하면서그런 상황을 모두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이번 투쟁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의사, 잘못된 정책 막고, 국민들에게 알리는 역할 해야

이전보다 의사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외부에는 아직도 "의사들은 돈의 노예이고, 돈을 많이 벌면서도 돈을 더 달라며 파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신문·방송도 핵심은 결국 '수가인상'이 아니냐며 여론을 호도한다. 심지어 의협 회장이 직접 나간 인터뷰에서까지 그런 식으로 몰아가려는 아나운서들의 태도가 보여 정말 안타까웠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적어도 월요일에 직접 목격한 의사협회와 전공의들의 주장은 단지 수가인상 그것만은 아니었다. 원격의료와 영리병원이 불러올 부작용과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막고 잘못된 건강보험제도를 바꿔 제대로 된 진료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분명 언론 보도와는 차이가 있다.

이제 의사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파업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주변 선배들과 학생들의 반응도 한결같다. 지금의 의료 현실은 잘못됐고,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일반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공감을 끌어내느냐에 있다.

의사협회는 예산이 부족해서 정부만큼 홍보를 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럴수록 회원 개개인과  예비의사인 '학생'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먼저 이번 투쟁의 목적이 무엇인지 현 정부 정책에서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나와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줄 수 있어야겠다.

의료 정책은 의사뿐만 아니라 언제든 환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국민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다. 잘못된 의료 정책이 있다면 그것을 막고,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도 의사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투쟁을 통해 잘못된 의료를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

박선영 인턴기자는...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했다. 2011년 가톨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현재 가톨릭 의전원 4학년이다. 3월 3일부터 한 달간 의협신문에서 선택실습을 하고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