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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20:40 (금)
`休診'-`유보' 혼선…`휴진 강행' 선회
`休診'-`유보' 혼선…`휴진 강행' 선회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0.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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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시행일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의료계 상황은 더욱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휴진과 유보를 거듭하던 의협이 결국 휴진 강행으로 돌아서면서 `의약분업 정국'은 한치앞도 내다 볼 수 없는 혼미 속을 치닫고 있습니다. 이번 3월은 전국 시도의사회의 새 집행부를 선출하는 대의원총회까지 일제히 열려 더욱 바쁜 한달이었습니다. 우선 대통령의 중재를 실패로 돌아가게 한 전면 휴진 결정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한번 되짚어 봅시다.

―지난 2월17일 여의도 대회때 3월초 집단 휴진이 결의됐다가 같은 달 28일 의협 시도의사회장 및 의쟁투중앙위원회가 유보하기로 결정했지요. 이유는 정부가 의약분업 문제에 대해 의협과 합의 도출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성의없는 태도로 일관하자 다시 3월 30일부터 4월1일까지 집단 휴진키로 결정했습니다.

21일 부터 김재정 의쟁투위원장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면서 의협의 투쟁 강도는 정점에 달하게 되지요. 전국 시도의사회의 휴진 동참 성명과 회원들의 열화같은 단식 투쟁 지지가 이어진 가운데 집단 휴진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없는 듯 했습니다. 게다가 병협까지 시범사업 강행을 결정하면서 의료계는 그야말로 대 혼란을 눈앞에 두게 됩니다.

―김재정 의쟁투위원장 29일 김대중 대통령과의 면담을 가지면서 분위기가 일대 반전됩니다. 휴진 철회 결정을 내린 것이지요. 김 위원장은 대통령으로부터 “적정진료가 가능하도록 의료보험 수가를 적정화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의쟁투 중앙위원회가 투표까지 실시해 13대 11로 휴진 철회를 결의하고 전원 사표를 제출하게 됩니다. 병협도 이에 맞춰 시범사업을 잠정 연기했고요.

―그러나 휴진 철회에 대해 민주의사회 등 젊은 회원들이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게다가 가만 있어도 중간을 못갈 복지부 장관이 이상한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면서 간신히 꾹 참고 있던 회원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게 되지요. 차흥봉 장관이 김재정 위원장이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사실과 다르다, 즉 대통령은 의약분업에 따른 국민불편 해소에 노력을 기울이고 의보수가 조정을 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문건을 중앙 일간지에 배포한 것입니다. 결국 대통령 면담이 있던날 저녁, 차 장관은 의협회관에 끌려오다시피해 자신의 경솔한 `말 실수'를 공개적으로 사과했지만 회원들의 분노를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김재정 위원장은 휴진 철회에 반발하는 회원들의 압력에 결국 사퇴를 결정했다가 새로 구성된 의쟁투 중앙위원에 의해 재신임을 얻은 후 4월 2일 `휴진 강행'을 천명하게 됩니다. 결국 휴진 결의―유보 결정―다시 휴진―전면 철회―재 휴진 결정이라는 혼란을 거듭한 끝에 4월3일 현재 4·5·6일 3일간 휴진하기로 최종 결정된 상태입니다.

―휴진 강행 결정은 4월13일 실시되는 총선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국민 여론을 살피며 몸을 사리는 동안 의료계로서는 최대한 받아낼 것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일부 강경론자들은 13일 이전에 성과물을 얻지 못하면 총선 이후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보복전이 전개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휴진과 유보를 반복하는 사태 속에서 의료계의 가장 큰 손실은 투쟁의 구심점이 약화됐다는 것입니다. 휴진 유보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도 단위 의사회가 독자적인 휴업을 실시한 것은 현 의협과 의쟁투에 대한 불신을 보여준 것으로서, 앞으로의 투쟁에 있어서 중앙의 통제는 더욱 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계가 이런 극도의 혼미 양상을 보이는 동안에도 복지부는 의약계의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고 `의약분업은 좋은 제도니까 시행되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단순무식(?)한 논리로 대국민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의·약계와 정부, 시민단체가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장관과 의협회장, 약사회장이 손을 꼭 잡고 있는 사진의 홍보물을 계획하는 등 도무지 분위기 파악 못하는 짓만 골라서 하고 있다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지요.

―그렇다고 대국민 홍보를 열심히 해서 국민들이 의약분업을 찬성하냐면 대답은 `절대 아니다' 입니다. 한국 갤럽 조사결과 27%만이 의약분업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73%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습니다.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도 열명중 세명만이 의약분업을 찬성한다고 답했고 60%이상은 현 의료제도를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 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정부의 의약분업안에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모 인터넷 신문이 개원의·봉직의 36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의약분업 시행후 의약품 오남용이 어떻게 될 것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늘어날 것이다'라는 응답이 36%, `마찬가지일 것이다'가 34%로 나타나 현재 상태에서 의약분업은 하나마나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분석됐지요.

―총선 얘기가 잠깐 나왔는데, 의료계도 3월 한달동안 총선이 있었지요? 한달 내내 전국을 달궜던 시도의사회장 선거는 무엇을 남겼나요?

―이번 시도의사회 정기 대의원총회는 의약분업을 목전에 두고 새 집행부가 구성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민주의사회등 젊은 의사들의 바람대로 의료계의 젊은 바람이 집행부 선임에 전격적으로 미치지는 못했지만, 대부분이 개혁 성향의 `생각이 젊은' 집행부라는 사실에는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대의원 직선제, 의협 회장 직전제 등 불과 몇년전 까지만 해도 총회 석상에서는 `감히' 입밖에 내지 못냈던 말들을 당당하게 외쳐대는 젊은 회원들의 당찬 모습이 꺼져가는 의료계의 등불을 되살릴 한가닥 희망으로 비쳐졌습니다. 훗날 역사책에 `의약분업으로 잘 된 일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은 의료계 지도부의 신·구교체를 혁명적으로 이뤄 놓은 것'이라고 써 있지 않을까요.

―3월은 의협신보 생일이 있는 달입니다. 의료계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어 잔치분위기를 크게 내지는 못했지만 창간 기념일을 맞아 새로운 변모의 노력을 보이는 등 나름대로 많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특히 의협신보의 발전 방향을 논하는 토론회를 열고 회원들의 의견을 들은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기획이었습니다. 기획기사를 활성화 하고 발로 뛰는 기사를 실어야 한다는 지적은 가슴속 깊이 새기고 반드시 지켜야 하겠습니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의료정국이 지속되면서 모두들 심신이 극도로 지친상태 입니다. 서로를 격려하며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슬기를 보입시다. 4월에는 희망적인 뉴스를 기대하며 오늘 방담을 마치겠습니다.

〈정리=李錫泳·dekard@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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