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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사부족 신호에 의대·의전원 신설 곳곳서 욕심

정부 의사부족 신호에 의대·의전원 신설 곳곳서 욕심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3.12.0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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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목포·순천·창원 이어 인천가톨릭대 의전원 신설 희망
국민경제자문회의 "고령사회 의사 더 부족…의대 정원 확대" 밝혀

▲ 내년 3월 개원을 목표로 인천시 서구에 건립 중인 인천국제성모병원. 805병상 규모(노인복지시설 237세대 별도)로 26개 진료과목에 36개 세부전문분야를 갖출 계획이다. 전체 병상이 모두 가동되면 약 1800여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속병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실습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의과대학에 대해 '모집정지'·'학과폐쇄' 등 강력한 제재조치가 가능해지면서 의대 신설을 염원해 온 지방대학교들의 치열한 유치 경쟁이 재현될 전망이다.

지난 11월 12일 부속병원이 없는 의대의 실습교육 의무 위반 시 제재처분의 기준을 정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법률안' 및 '대학설립·운영규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교육부는 당장 내년도 신학기 시작 전까지 직접적인 제재조치를 내릴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의대 부속병원을 갖추지 못한 대학에 대해 의무적으로 '실습조치'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실습조치의 의미가 명확치 않고, 이를 위반하더라도 제재할 기준이 미비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이후 기준을 충족하는 부속병원을 직접 갖추거나 교육에 지장이 없도록 해당기준을 충족하는 병원에 위탁해 실습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실습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1차 위반하면 '해당학과 100% 모집정지'를, 2차 위반하면 '학과 폐쇄'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법령상 '실습조치'의 의미를 명확히 해 형식적인 물적 시설 구비 여부 만이 아닌, 실제로 학생 실습이 이뤄지는지를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실습교육에 대한 교육부 장관의 평가 시 전문성 확보를 위해 관련 단체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교육부는 부속병원을 갖추지 못했거나 실습교육이 부실한 의대에 대한 평가에 착수, 교육환경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면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관동의대는 1995년 당시 의대설립 인가조건인 '부속병원 설립'을 이행하지 않아 2012학년도부터 행정제재를 받고 있다. 2012년도부터 49명이던 신입생 정원이 44명으로 감축된데 이어 2013년도에는 39명으로 줄었다. 올해도 정원의 10%를 감축, 70%(34명)만 선발할 수 있다.

관동대는 강릉에 2년 내에 부속병원을 착공한다는 조건으로 1994년 의대 신설을 인가받아 1996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했지만 20년 째 공사가 불발되면서 학생들과 마찰을 빚어 왔다. 올해 1월 명지병원과 협력병원 계약이 전격 종료되자 부랴부랴 광명성애병원의 지원을 받아 임상실습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동의대 학생들은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등록과 수업거부를 선언, 파문을 예고했다.

관동의대 학부모협의회는 정당한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며 4일 저녁 의협 앞마당에 천막을 치고 단식기도에 들어갔다. 이동근 관동의대 학부모협의회장은 "학생들은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도록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학생들의 정당한 학습권을 보장받기 위해 부모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남대도 지난해 12월 교육부 감사에서 교비 횡령·임상실습 교육과정 관리 및 운영 등 부당 행위가 드러나 학점 학위 취소명령과 함께 의대 폐쇄 결정이라는 극약처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서남의대는 지난 8월 전주예수병원과 교육병원 협약을 체결, 전주예수병원 의사들을 전임교원으로 임명해 의대 교육과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서남대 자치기구 총장·서남대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서남대 교수협의회는 11월 27일 '서남대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정상화를 위한 재정 지원·서남학원 이사회 사퇴 및 관선이사 파견·조속한 소송 완결 등을 요구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서남의대 총동문회는 "설립자의 사욕으로 인한 교비횡령과 과도한 학사운영 개입 등으로 축적된 그간의 병폐들을 해결하기 위해 서남대교수협의회와 전주예수병원 및 여러 지역사회단체가 협의체를 구성했다"며 무조건 의대 폐쇄로 여론몰이를 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을 파악해 달라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실습교육이 부실한 의대 제재 방안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 유치를 추진해 온 공주대·목포대·순천대·창원대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천가톨릭대가 의전원 신설 방침을 밝히면서 치열한 유치전이 재현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입학정원이 40명 이하인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의대생들의 교육을 잘 시킬 수 있는 교육환경을 갖춘 대학에 정원을 더 늘려야 한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도 의료인력 확충 움직임에 무게를 실으면서 의료계 안팎에 의대 신설이 다시 추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말까지 '공공의료인력 양성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보고한 적이 있고, 지난 7월 열린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에서는 의료취약지 공공의료인력 양성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28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는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현장사례조사 및 정책제언 보고'를 통해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영리병원 설립 기준 방안과 의료 분야의 규제 완화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청와대는 국민경제자문회의 토의부분 브리핑을 통해 "의료 인력은 현재도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향후 고령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의료인력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혀 서비스산업 발전의 하나로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최근 가톨릭 인천교구 관할인 인천가톨릭대학과 인천국제성모병원(건설본부장 이학노 몬시뇰)이 의학전문대학원을 유치하겠다고 밝혀 의료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

인천가톨릭대는 지난해 송도 특구에 간호대학을 신설하면서 신축 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 개원을 목표로 인천시 서구에 건립 중인 인천국제성모병원은 805병상 규모(노인복지시설 237세대 별도)로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743병상의 인천성모병원과 함께 의대 부속병원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

인천교구는 인천국제성모병원이 양질의 진료는 물론 성체줄기세포연구와 치료제·신약·의료기기 개발 등 의료산업 발전의 교두보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의전원을 통해 세계적 의과학자를 양성하고, 의료산업 인재를 키워 병원의 임상과 결합하면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인천지역 병원계는 "인천지역에 이미 가천의대와 인하의대가 자리하고 있고,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진출하면서 과잉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새로운 의전원이 신설되면 치열한 과열 경쟁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새 병원 개원에 따라 이 지역 병원계의 의사·간호사·의료기사·행정직 등 의료인력의 대규모 이동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간신히 의료인력을 유지하고 있던 지역 중소병원계는 "지난 7월부터 대대적인 인력채용에 나서면서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소병원 간호사들이 빠져나가나면서 최소한의 근무인력으로 조정하거나 간호조무사로 대체하며 버티는 것도 이젠 한계에 달했다"고 밝혔다.

백성길 대한중소병원회장은 "간호등급제를 폐지하거나 유보하고, 대체인력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중소병원들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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