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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7개월 여군 중위는 왜 죽었나
임신 7개월 여군 중위는 왜 죽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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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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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주당 최동익 의원은 2011년 한 해 동안 동일상병으로 서로 다른 병원에서 CT를 재촬영 받은 환자 수가 9만 9000명, MRI는 8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성주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올 7월 현재 전국 전문의 7만 4085명 가운데 절만이 넘는 52%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은 올 6월 현재 분만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전국 46곳에 이른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우리 사회는 의료 왜곡 현상의 원인을 주로 의료계 내부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영상의료기기의 불필요한 촬영을 줄이기 위해 의사의 촬영처방을 제한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분만 산부인과가 있는 공공 의료기관을 증설하는 따위의 식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이 아닌, 겉으로 드러난 증상에 치중하는 대증요법에는 한계가 있다.

의료왜곡 현상의 상당 부분은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부터 시작된다. 동네의원과 병원, 대형 종합병원간 역할과 기능이 정립돼 있지 않아 감기 환자 한 명을 놓고 다투는 약육강식의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병원들은 의료소비자가 밀집된 대도시로 향할 수밖에 없다.

전문의들도 어쩔 수없이 이를 뒤따른다. 치열한 경쟁은 의료시설의 대형화·고급화를 부추겨 병상수 증설, CT·MRI 등 고급 의료장비의 경쟁적 도입으로 이어진다. 고가 의료장비의 원가를 보전하기 위해 불필요한 재촬영을 남발한다. 늘어난 병상을 채우기 위해 환자 유치에 몰두하고, 이는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을 초래해 '1시간 대기, 3분 진료'란 기현상을 만들었다.

규모의 경쟁에서 밀린 동네의원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져간다. 도시지역에서도 적자를 면키 어려운 산부인과의원이 하물며 의료취약지에서 버틸 여력은 없다.

비뚤어진 의료전달체계로 인한 피해는 의사와 국민 모두가 입고 있다. 개원의들은 경제적 몰락으로 사지에 내몰리고, 의학연구에 몰두해야 할 의대 교수들이 외래환자 진료실적 채우는데 급급하며, 전공의들의 살인적인 노동량은 강도를 더해 간다. 의료기관의 대형화·고급화는 의료비 상승을 유발해 국민의 부담이 날로 늘어간다.

임신 7개월 여군 중위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이 있었다. 근본을 들여다보면 부실한 군 의료체계 때문도, 단순히 인근에 산부인과 의료기관이 없어서도 아니다.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린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비극의 출발점은 바로 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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