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폭행범 고소하니 '네 아들 어느 학교...'"
"의사 폭행범 고소하니 '네 아들 어느 학교...'"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08.2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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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술 응급의학회 이사장, 응급실 폭력 실태 고발
"언론 노출되는건 1%도 안되...경찰은 있으나마나"

"응급실 근무 25년동안 온갖 위협과 협박을 다 겪어 봤죠. 응급실에선 폭언 같은건 일도 아니에요."

대한응급의학회 유인술 이사장(충남의대)이 응급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실태와 문제점을 생생히 전달해 관심을 모았다. 유 이사장은 2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등 5개 의료단체의 '환자와 의료인 모두를 위한 안전한 진료환경 만들기' 기자회견에 참석,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의료인들이 겪는 폭력의 현장을 낱낱이 고발했다.

이날 유 이사장은 "응급실에서 폭력행위는 일년 열두달 끊이지 않는다. 25년째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그동안 총, 칼, 야구방망이, 망치 등으로 실제 위협을 경험해봤다. 나 뿐만 아니라 응급실 근무자 대부분이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 폭력 사건이 언론에 노출되는건 1%도 안된다. 폭언은 하도 비일비재해서 일도 아니다"라며 "과거에는 주로 조직폭력배들이 행패를 부렸는데, 요즘엔 일반인, 주취자에 대한 폭력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유인술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특히 폭력을 경험한 의사 대부분이 깊은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고 전했다.

최근 CCTV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줬던 응급의학 여자 전문의에 대한 환자의 잔혹한 폭력행위와 관련해 유 이사장은 "두 달전 사건이지만 해당 전문의는 아직까지 연락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일반 사회에서도 폭행을 당하면 후유증이 엄청난데 의료기관에서 환자 보면서 그런일을 당하면 정상적인 진료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인은 폭력·폭언을 당해도 법적으로 대응하기 매우 힘든 현실도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의사는 신분이 다 노출돼 있어서 가해자를 고소할 경우 협박 당하기 쉽다"며 "생각해 보라. 가해자가 '네 아들 어느 학교 몇 학년이지?'하면 누가 고소를 취하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유 이사장에 따르면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피해 입은 의료인을 두 번 죽이고 있다.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증거가 있어도 사건 처리 자체를 안하려 하고, 심지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경찰에 연락하면 '피해자가 고소해야 일처리가 된다'면서 경찰서에 직접 와서 진술서를 쓰라고 하는데, 업무에 시달리는 의사들로선 고소에 뒤따르는 온갖 절차들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소를 취하하게 된다.

일부 병원들이 자구책으로 고용하는 '안전요원'도 폭력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다. 안전요원은 사법권이 없다보니 폭력을 휘두르는 환자·보호자에 맞대응하는데 한계가 있고, 심지어 폭력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몸이 살짝 부딪치기라도 하면 가해자가 되레 안전요원을 고소한다는 것이다. 처벌받게 되면 직장을 잃고, 행여 다치기라도 하면 자기 돈으로 치료비를 충당해야 하는 안전요원들은 진료실 폭력 앞에 허수아비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유 이사장은 경찰병력을 전국 응급실에 적극 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찰이 야간에 상주하는 보라매병원 등에서는 환자측의 폭행·폭언이 경감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일례로 입구 바로 앞에 경찰서가 있는 전주예수병원 응급실은 항상 조용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250명 정도면 전국 응급실을 커버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찰이 9만7000명인데 그정도 못할 이유가 어딨나?"고 물었다.

사법당국이 응급실 폭력행위에 대해 응급의료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안전요원에 준사법권을 부여하는 경비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회 차원에서도 전공의 수련 과정에 응급실 폭행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고, 수련병원을 심사할 때 의료인 폭행방지 노력 여부를 평가 항목에 삽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병원과 의료인, 정부와 국회 등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지만 의료기관내 폭력행위를 방지하고 안전한 진료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응급의학회는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해 법 제도 개선 및 국민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23일 발표했다<성명서 전문 기사 하단>

응급실 폭력 예방을 위한 대한응급의학회 성명서


응급실 폭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으나 최근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보호자나 환자에 의한 폭력은 진료마비를 유발하고 다른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위협하며 사회질서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응급실에서의 폭력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되어서는 안되며 폭력에 의존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 이에 대한응급의학회는 응급실 폭력을 근절하고 안전한 진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료공급자, 소비자, 국가기관 등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촉구한다.

하나. 응급의료인은 의학적 치료 우선순위에 의거 의료인으로서의 양심에 따라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고, 신속한 진료와 결과의 설명을 위해 노력하고, 환자 및 보호자와의 관계 형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폭력예방을 위한 의료진 교육을 강화한다.

하나. 환자와 보호자는 응급실이 중증응급환자, 감염환자, 일반환자 등이 혼재되어 질서유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간임을 이해하고, 환자 안전을 위해 중환자실보다도 보호자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자각하여, 응급실 진료환경 유지와 안전을 위한 병원측의 보호자 출입통제에 적극 협조해 주길 당부한다.

하나. 병원은 환자의 안전과 의료인의 안전을 보호할 책무가 있다. 이를 위해 응급실 시설개선과 안전요원의 확보, 보호자 출입에 대한 관리 조절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응급실에서의 폭력 상황 발생시 병원차원의 폭력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이고 자동적인 고소, 고발 등의 조치를 통해 예방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하나. 정부는 진료현장에서의 폭력을 예방하기 위하여 의료기관 인증, 수련병원 인정 기준 등에 폭력예방을 위한 의료기관의 인정기준을 제시하고 평가하며, 원가이하의 응급의료수가를 현실화하여 의료기관에서 응급실에 의료인력을 추가 배치하여 신속한 진료가 이루어 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하나. 경찰, 검찰, 법원 등 사법당국은 응급실 폭력이 의료진과 가해자의 개인적인 사건이 아닌 다른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며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전환을 통해 응급실의 폭력 상황 발생 시 의료인이나 병원의 고소 없이도 CCTV 자료나 목격자의 진술을 참조로 인지사건으로 처리하거나 응급실에 경찰인력을 상주 시키는 등 적극적인 개입과 엄격한 법적용을 통해 사회질서 확립에 나서야 한다.

하나. 국회는 응급실 안전요원이 폭력행위 상황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쌍방폭행으로 고소되고, 이로인해 직장으로부터의 퇴출, 부상 시 안전요원이 자비로 치료해야 하는 불합리한 점 등으로 폭력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원천적으로 제한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경비업법의 개정 또는 안전요원에 대해 준사법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제정하라.

2013. 8. 23

대한응급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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