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전국 대학병원 산부인과 '복강경수술 중단' 현실화되나

7월 전국 대학병원 산부인과 '복강경수술 중단' 현실화되나

  • 조명덕 기자 mdcho@doctorsnews.co.kr
  • 승인 2013.06.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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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6곳 주요 대학병원 등 수술일정 조정…지방서도 가세
학회 입장 강경…보건복지부와 의견차 좁히기 어려울 듯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대한산부인과학회가 6월 4일 긴급성명을 통해 7월 1일부터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대한 포괄수가제(DRG)를 강행할 경우 복강경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의 산부인과가 7월중 복강경 수술일정을 7월 이후로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7월초 대학병원에서의 복강경수술이 대거 중단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부인과학회는 "중증의 환자가 많은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에서는 포괄수가제 강제적용을 중단하고, 암담한 현실에 빠진 산부인과를 회생시킬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이같은 요구에도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7월 1일부터 포괄수가제를 강행한다면, 전국 대학병원에서는 부득이하게 산부인과 복강경 수술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포괄수가제가 그대로 강행될 경우 7월 1일부터 일주일간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는 복강경수술을 중단하겠다는 산부인과학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학회 관계자는 "우선 서울 소재 6곳 주요 대학병원 산부인과는 무조건 이같은 학회의 지침을 따르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동요없이 학회의 지침을 따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7월 1일 이전이나, 그후 복강경수술을 중단하는 일주일안에 정부의 태도에 긍정적인 변화가 보인다면 학회의 방침도 바뀔 수는 있을 것"이라며 "7월 1일부터 복강경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정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불가피한 선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K대병원의 경우 7월 1일부터 일주일간 복강경 수술일정을 취소하고 상황의 변화를 알 수 없는 만큼 그 이후에도 수술일정을 정하지 않고 있다.

또 대학병원은 아니지만 여성전문병원으로 잘 알려진 서울의 J병원도 학회의 지침에 따르기로 하고 이미 복강경수술을 대폭 줄이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포괄수가제로 정해진 수가 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복강경수술은 자연히 줄어들고 대신 개복수술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Y대병원 관계자도 "수술 일정이 잡힌 환자를 외면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면서도 "산부인과학회의 지침을 따를 것"이라고 밝히고 "7월 이전에 정부의 태도 변화와 합의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S대병원에서도 "앞으로 상황의 변화에 따라 학회의 지침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7월 1일 이후 수술일정 등을 조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S대병원에서도 "산부인과학회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복강경 대신 개복술로 예정된 환자를 수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의 D대병원도 "7월 1일부터 일주일 동안 복강경 수술을 연기하기로 한 산부인과학회의 방침을 따르겠다"며 "다만 환자에게 양해를 구해 수술을 일주일 가량 연기할 수는 있지만 그 이후 투쟁의 동력이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우려하고 학회 차원에서 투쟁의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학회는 "임산부와 산부인과 의사가 자연진통 또는 유도분만을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결국 제왕절개수술을 할 수밖에 없는 응급의 상황인 경우는 허다하며, 이같은 경우 앞으로는 포괄수가제로 정해진 금액 안에서 진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임신 41주의 초산모가 질식분만을 위해 입원해 유도분만을 시도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유도약물을 2일간 투여했으나 결국은 분만진행 실패로 3일째 제왕절개 수술 시행하는 경우 포괄수가제 하에서는 ▲유도분만 약제 투여 ▲진통중 태아심박동 감시 검사 ▲입원료 및 간호인력의 노력 등 2일간 자연분만을 위해 노력한 여러가지 행위에 대한 수가는 발생하지 않고, 정부가 정해놓은 포괄수가제에 묶인 제왕절개수술료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학회 관계자는 "유도분만이든 자연진통이든 결국 진통을 하다가 안돼 수술을 하는 경우 이전 행위료는 인정되지 않아 원가의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은 상황에서는 제왕절개수술 시행을 빨리 결정하게 돼 산모를 위한 '최선'의 노력이 아닌, 포괄수가제라는 환경에 따른 '최적'의 노력만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기진통 및 조기양막파수로 3차병원으로 입원한 산모들이 입원 6일 이내에 불가피하게 제왕절개를 시행하게 되는 경우도 포괄수가제가 적용된다. 태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사용되는 고가의 자궁수축억제제를 비롯한 모든 검사 및 처치 비용이 원가의 손실을 초래한다면 3차병원에서도 고위험산모 기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학회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출산장려 정책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포괄수가제가 마치 환자에게 만병통치약인 것 처럼 포장돼 사실과 진실이 왜곡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부인과학회는 13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대표단을 보내 포괄수가제 전면시행의 문제점을 거듭 지적하고 "굳이 시행해야 한다면 '정상산모의 제왕절개 분만'과 '개복에 의한 자궁적출술'에만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학회는 또 17일 건정심 소위에 앞서 16일 전국산부인과주임교수및과장회의 등을 열어 최종입장을 정리했으며, 17일 건정심 소위의 결정에 따라 향후 대응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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