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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사 모두 피해자...정부만 생색"

"국민·의사 모두 피해자...정부만 생색"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06.1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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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회장, 잘못된 의료제도 폐해 심각 "국민의 권리 강조해야"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가 의료비 증가에 대한 부담을 국민과 의사에게 전가시키고 보장성 확대라는 정치적 생색만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11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의료정책최고위과정 첫 강의를 통해 한국의료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노 회장은 우선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인력이 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의료비 역시 58%에 그치고 있으나, 최근 50년간 평균수명 증가속도가 가장 빠를 정도로 의료수준이 급격히 향상됐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데도 국민 1인당 외래진료 일수는 13일로 OECD 평균 6.5일의 약 두 배, 입원기간 역시 우리나라 14.2일로 OECD 평균 7.2일보다 두 배나 길다고 설명했다.

노 회장은 "단순 수치로 얘기하면 우리나라 진료수가는 OECD 평균의 4분의 1 수준이며, 우리나라 보건의료인력의 노동 강도는 6배나 된다"고 말했다. 적은 의료비로 많은 의료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저수가 체제와 의료인의 열악한 노동환경 덕분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작 국민 개인이 느끼는 의료비 부담은 매우 큰 실정이라고 밝혔다. 노 회장에 따르면 전체 OECD 국가 34개국 가운데 의료비를 정부 보조 없이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out of pocket)이 2009년도 기준 32%로서 멕시코(45%)·칠레(34%) 등에 이어 5번째로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료비를 부담하느라 가계 재정파탄에 빠진 가구의 발생 비율이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다.

노 회장은 "흔히 인구 3억5000만 명 중에 5000만 명이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미국이 '재난적 의료비'(가구 가처분소득의 40%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하는 경우)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최고"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노 회장은 "전체 국가 예산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이라며 "개인적으로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의료비다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의료공급자들이 적은 의료비로 너무나 잘 해왔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이래도 되는구나' 하고 예산을 적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건보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금을 수 조 원씩이나 지급하지 않고 있는 행태도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10년간 법으로 정해진 국고 지원금 6조 4000억 원을 내지 않고 있다"며 "이 금액은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2만7000곳에 1억 원씩 줄 수 있을 정도로 큰 돈"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비 지원에 인색하면 국민과 의사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에 따르면 2008∼2011년 4년 동안 간접모성사망률이 8.4명에서 17.2명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진료수가가 지나치게 낮아 산부인과 의사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 동안 연도별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 숫자가 177명에서 56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제22회 의협 의료정책최고위과정에는 의사, 변호사 등 총 37명의 수강생이 등록했다. 사진은 11일 열린 첫 강의 모습. 

노 회장은 "지난해 건보재정이 약 3조90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의료공급자들을 압박하고 불경기로 인해 의료기관 이용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남는 돈으로 노인틀니 등 보장성을 확대하며 생색만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수가로 대변되는 정부의 의료비 억제 정책은 일차의료를 무너뜨리고 이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를 가속화 한다고 지적했다. 1990년∼2011년 사이에 요양급여비의 의료기관 종별 점유율 변화를 살펴보면 병원급이 55.9%에서 78.4%로 늘어난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은 44.·%에서 21.6%로 급격히 감소했다.

노 회장은 "일차의료의 몰락은 병원 집중화를 더욱 초래하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의 증가를 늘릴 것"이라며 "비현실적인 진료수가를 합리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못된 의료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함께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은 정치인들의 몫인데, 그들은 항상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 회장은 "포괄수가제의 폐해처럼, 잘못된 제도로 인해 국민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며 "항상 '돈' 얘기 보다는 국민의 권리를 먼저 꺼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민 의료정책최고위과정 운영위원장

한편 올해로 제 22회를 맞은 의료정책최고위과정에는 의협 회원을 비롯해 변호사, 국회의원 비서관 등 총 37명의 수강생이 등록했으며, 오는 10월 15일까지 매주 화요일 마다 의협 회관에서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11일 개강식에서 안민 의료정책최고위과정 운영위원장(서울 중랑구·안민의원)은 "2002년부터 10여 년간 85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최고위과정은 회를 거듭하면서 더욱 선별된 주제와 우수한 강사 초빙으로 보건의료정책 선도할 전문 인력의 발굴·육성 및 회원 교류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특히 최고위과정을 거친 많은 분들이 의사단체는 물론 국회 보건의료단체 등에서 중추적인 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현재 의료계는 의약분업으로 인한 건보재정 파탄, 불합리한 수가,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의료분쟁조정법 등 현안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의료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과정에서는 보건의료정책 수립과 결정과정, 건강보험 부과체게 구조개선 개편 방안, 지불제도의 문제점 등 심도 깊은 강의 주제를 선정해 의료정책 분야의 전문지식 함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제22기 의료정책최고위과정 자치회 임원으로는 △회장 현병기(현안과의원/오산시의사회 명예회장) △총무 박종률(서울 구로구 연세재활의학과의원/서울시의사회 보험이사/의협 보험전문위원) △재무 이은혜(순천향의대 부천병원 영상의학과 부교수/대한영상의학회 수련간사) 등이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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