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8 09:57 (목)
학술기획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 조현병 재발률 낮춰야

학술기획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 조현병 재발률 낮춰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3.05.20 09:28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현병 치료 목표가 변하고 있다 ②

조현병(정신분열병) 치료의 목표가 변하고 있다. 증상을 억제하는데서 최근에는 재발을 방지하는 쪽으로 변화하면서 약물 순응도를 높인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최근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장기지속형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주사제가 익숙하지 않다. 실제로 경구용보다 주사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여러 연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주사제 처방이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의협신문>은 조현병 치료의 목표가 어떻게 변해 왔고, 약물들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조현병 치료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해 갈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또 국내·외 석학들과의 특별 대담을 통해 조현병 치료의 최신 흐름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정신과 질환인 조현병(옛 정신분열병)은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 아니라 치료제를 통해 충분히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또 꾸준한 치료를 통해 상당수가 취업·결혼 등 건강한 생활이 가능하다.

조현병 치료 방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치료인데, 이는 약물치료가 다른 치료법보다 접근이 쉽고, 외부적 요인에 의한 방해가 적은 것은 물론 약물치료를 통해 병의 증상을 개선하는 직접적인 개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현병 치료에 있어서 문제는 많은 환자들이 스스로 치료를 포기한다는 것인데, 이는 재발률을 높이고, 환자의 사회복귀를 어렵게 한다.

특히 조현병은 발병 후 몇년 동안에 뇌의 회백질 감소가 서서히 진행돼 재발할수록 치료가 어려워진다는 측면에서 초기 1~2년 사이의 적극적인 치료가 고려돼야 한다.

오늘날의 조현병 치료제는 이같은 질환의 치료 특성과 목적 때문에 발병초기부터 개입해 재발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약물성분 및 제형의 점진적인 개선을 이뤄왔다. 또 비교적 쉬운 방법을 통해 장기간 치료 및 관리가 가능한 형태로 발전 하고 있다.

▶비정형약물 중 경구제 복약중단 높아 치료에 난관

항정신병 약물은 크게 '정형약물'과 '비정형약물'로 구분된다. 정형약물이 1세대 치료제라면 비정형약물은 2세대 치료제에 해당한다.

항정신병 약물 중 정형약물은 초기에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줬지만 지연성 운동장애 등 부작용면을 갖고 있어 1990년대 이후에 개발된 비정형약물로 대부분 대체됐다.

비정형약물은 크게 경구제와 주사제형으로 구분되는데, 2000년대 초반 최초의 비정형 장기지속형 주사제인 '리스페달 콘스타(성분명:리스페리돈)'가 나오기 전까지는 경구제(Risperidone, Olanzapine, Quetiapine, Ziprasidone, Airpipirazole, Invega)가 많이 사용됐고, 아직까지 사용률이 97%에 이른다<그림 참조>.

 ▲ 조현병 치료제의 변천사

비정형약물 가운데 일반적으로 경구용 제제는 유지치료를 위해 하루에 1~2회씩 매일 약물을 복용하는 방법을 따른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들은 질병의 특성상 스스로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약물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 때문에 정해진 용법과 용량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특히 이러한 자의적인 복약중단은 증상 재발 등 환자 치료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오래된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실제로 환자의 74%는 수개월 내에 다양한 이유로 약을 중단한다는 보고가 있고, 이러한 환자는 약물의 자의적 중단 3개월 내에 증상악화, 응급실 방문 횟수, 재입원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발방지 위해 경구제서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전환해야

이처럼 경구용 제제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제형이 1회 투여로 장기간의 약효 지속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long acting injection)'이다.

조현병 치료를 위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은 1960년 대부터 본격화 됐다. 최초의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데포(depot)'라고 불리는 '플루페나진 에난테이트(fluphenazine enanthate)'와 '할돌 데카노아스(haloperidol decanoate)' 였다.

정형 데포 주사제는 아직도 사용되고 있지만 정형약물이 갖는 약물적 한계로 인해 다른 경구제와 함께 비정형약물로 대체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데포 주사제 개발 이후 조현병 치료는 '리스페달 콘스타'가 개발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주에 한번씩 주사를 맞는 리스페달 콘스타는 정형 약물의 단점과 경구제가 갖는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조현병 유지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2011년에는 리스페달 콘스타보다 더 진화된 4주에 한번 투여하는 비정형 장기지속형 주사제인 '인베가 서스티나(성분명:팔리페리돈 팔미테이트)'도 출시됐다.

인베가 서스티나는 투여 초기에 경구약물을 보충할 필요가 없고, 4주에 한번 투여해도 안정된 혈중농도를 유지할 수 있어 실제 임상에서도 유연하게 사용될 수 있는 치료제로 기대되고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효과적이지만 정부정책은 '제자리'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최대 장점은 증상재발을 방지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유럽뿐 아니라 일본·대만 등 아시아권국가와 개발도상국까지, 조현병 관리를 위해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국가들은 조현병 관리 시스템의 하나로 이같은 장기지속형 약물을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일본은 의료수가 이외에 월 3000엔의 인센티브를 주면서 장기지속형 주사제 처방을 장려하고 있다. 필리핀·말레이시아와 같은 개발도상국 역시 장기지속형 주사제 치료에 필요성을 인정하고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실정은 다르다. OECD에서도 최근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시스템 실태 분석을 통해 입원 중심 치료에서 지역사회 기반 치료로의 전환을 권고했지만 아직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급여 기준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올해 3월 들어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보험급여 기준은 '재발로 입원 경험이 있는 환자'로 변경돼 적용 대상이 넓어졌지만 지금도 초발(발병 초기)환자나 첫 입원환자에게는 여전히 급여가 제한돼 있다.

또 변경된 급여기준에 따라 환자에게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처방했으나, 경구제제를 처방하지 않고 주사제를 처방했다는 이유로 급여가 삭감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학병원 한 정신과 교수는 "장기지속형 치료제를 사용해 재발률을 낮추고 의료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보험급여에 제한을 두고 있다"며 정부정책이 치료제의 진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 "조현병의 경우 주로 발병 초기 몇 년 사이에 신경손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임상에서는 초기치료와 급성기 치료가 중요하다"며 "초기부터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사용해 증상을 조절하고 재발률을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