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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하트' 최강국도 메스를 놓다…흉부외과 '잔혹사'
'뉴하트' 최강국도 메스를 놓다…흉부외과 '잔혹사'
  • 송성철·고수진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3.05.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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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과목 내건 '개원의' 15% 불과...대부분 전공과 무관한 진료

Cover Story

▲ 수가는 낮고, 일은 힘들다. 존경의 대상에서도 멀어졌다.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의 열정을 그린 뉴하트는 현실이 아닌 드라마의 이상일 뿐이다.ⓒ사진=MBC
생사의 갈림길에서 환자와 고락을 함께하는 인간적인 흉부심장혈관외과 의사의 모습을 그린 2008년 '뉴하트'는 33%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소망> <종합병원> <의가형제> <하얀거탑> 등 메디컬 드라마의 계보를 이었다. 흉부심장혈관외과 의사 최강국을 열연한 배우 조재현은 그해 최우수 연기상을, 레지던트로 분한 지성과 김민정도 미니시리즈 부문 황금연기상을 거머줬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흉부심장혈관외과도 외과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힘든 과로 손꼽히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뉴하트'가 막을 내린 후 흉부심장혈관외과 의사들에 대한 관심도 함께 막을 내렸다. 흉부심장혈관외과 전문의와 전공의들의 꿈과 열정은 그야말로 드라마 속에나 나올 법한 얘기가 되고 있다.

'뉴하트'는 꿈…흉부심장혈관외과 전공의 없는 수련병원 30곳

2008년 '뉴하트'가 시청률 30%를 오르내리며 인기를 끌던 해에 흉부심장혈관외과는 80명 정원에 42.5%(34명)를 확보했다. 하지만 2009년 77명 정원에 28.6%(22명)를 확보하는데 그쳐 역대 최저 확보율을 기록하며 곤두박질쳤다.

흉부심장혈관외과를 전공하겠다는 젊은 의사들이 없다보니 정원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1997년 100명에 달하던 전공의 정원은 2011년 76명에서 2012년 58명, 2013년 60명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1년차 전공의는 2009년 22명까지 내려갔다가 2010년 36명, 2011년 28명, 2012년 23명에 이어 올해 28명 수준이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가 전국 65곳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자체 집계한 '레지던트 정원 및 정원 확보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년차 전공의를 확보한 수련병원은 가톨릭대서울성모·건국대·경북대·고신대복음·단국대·동아대·삼성서울·서울대·서울아산·양산부산대·연세대세브란스·영남대·인제대해운대백·조선대·한림대성심·한양대 등 16곳에 불과하다.

2010∼2013년까지 1∼4년차 전공의를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해 대가 끊겨버린 수련병원은 30곳에 달했다.

원인은 밤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어렵게 공부해도 일자리가 없다는 것에서 비롯되고 있다.

환자들 사이에 흉부심장혈관외과 수술은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방에서는 수술환자수가 줄어들고 있다. 지방병원들은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흉부심장혈관외과를 유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의료분쟁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과를 없애는 곳이 늘고 있다.

 

흉부심장혈관외과 연도별 전공의 현황
년도 수련병원
신청
전공의
정원
전공의
확보
4년차
수료
 
1993년 71 71 65 65  
1994년 76 76 57 57  
1995년 83 83 46 46  
1996년 91 87 32 31  
1997년 102 100 51 51  
1998년 93 92 35 39  
1999년 93 92 34 36  
2000년 98 80 45 36  
2001년 99 70 43 35  
2002년 89 77 35 25  
2003년 94 70 39 33  
2004년 86 75 45 32  
2005년 83 63 51 39  
2006년 77 70 40 33  
2007년 80 72 35 30  
2008년 85 80 34 28  
2009년 77 77 22 22  
2010년 77 79 36 35 4년차
2011년 87 76 28 28 3년차
2012년 76 58 23 27 2년차
2013년 86 60 28 18 1년차

 

개원의들 전공 감춘 채 피부·미용으로 '연명' 

개원가 사정은 더 어렵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문과목별 전문의 인원 현황'(2011년)에 따르면 국내 흉부심장혈관외과 전문의 수는 총 942명. 이 가운데 의원급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는 34.1%(321명)에 달한다.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가 집계한 회원 현황에서 기타 주소불명 회원의 절반 가량이 개원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엇비숫한 수치다.

개원의 321명 가운데 흉부심장혈관외과와 관련이 있는 하지정맥류나 다한증 등의 전공과목을 간판으로 내건 회원은 15%(50 여곳)에 불과하다. 전공과 무관한 미용·성형·피부·비만·감기 등을 진료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은 "어려운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밟으며 습득했던 술기를 써 먹을 수 있는 곳은 대학 수련병원에서 근무할 때 뿐"이라며 "대부분의 회원이 전문의 자격을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대학병원에 남을 수 있는 자리도 한정돼 있고, 개원을 하면 활용할 곳이 없는 흉부심장혈관외과 전공의들의 잔혹한 현실이다보니 올해 레지던트 4년차 38명 가운데 6명이 중도에 전공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년차도 2명이 포기, 23명이 남은 상태다.

전국 흉부심장혈관외과 병동과 수술장에서는 1년차 28명, 2년차 23명, 3년차 28명, 4년차 32명 등 111명이 명맥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심성보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홍보이사는 "과도한 업무량과 함께 높은 위험도와 낮은 수가로 대학병원은 물론 개원까지 어려운 상황"이라며 "흉부외과 환자량도 많지 않고, 응급의학과등 워낙 세분화된 과가 많아지면서 더욱 이런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32% 차지하는 49∼58세 은퇴 이후 공백…수급대책 마련해야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가 집계한 회원 현황에 따르면 전체 회원 1308명 가운데 ▲대학병원 532명(40.7%) ▲종합병원 200명(15.3%) ▲개원의 289명(22.1%) ▲군병원 및 보건지소 45명(3.4%) ▲기타 주소불명 242명(18.5%) 등으로 파악됐다. 흉부외과의 연령대별 분포는 ▲1946∼1955년(59∼68세) 125명(9.6%) ▲1956∼1965년(49∼58세) 417명(31.8%) ▲1966∼1975(39∼48세) 388명(29.7%)▲1976∼1985(29∼38세) 263명(18.0%) 등이다.

이중 31.8%를 차지하는 1956∼1965년생 의사들이 본격적으로 일선에서 물러나는 2025년을 전후해 매년 50명 이상의 흉부외과 의사들이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12년 뒤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흉부외과 인력의 공백사태를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흉부외과 전문의 수급전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5년부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시작해 2020년에는 수급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에는 수급차이가 2배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보건복지부, 100% 가산료 부양책 냈지만

▲ 개원가에서 흉부심장혈관외과를 표방, 전공을 살리며 특화에 성공한 전국의 개원의는 50여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전문과를 숨긴 채 피부·미용과 감기 등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보건복지부는 흉부심장혈관외과 전공의 확보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의료서비스 질 저하와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2009년 7월 1일 흉부외과 가산료를 100% 인상하는 부양책을 시행했다.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전문의 확보와 전공의 처우개선 등에 인상분을 투입,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는데 사용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협조 요청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흉부심장혈관외과 수가 인상분이 온전히 흉부심장혈관외과의 부양책으로 사용됐는지는 의문이다. 병원 사정에 따라 다른 과를 지원하거나 장비를 구입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실정이다. 지급비율 30% 제한 규정으로 인해 온전한 100%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최근에는 기피 진료과 지원 정책에 과연 효과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가산금 폐지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으나 학회와 개원가가 항의 성명서와 연판장까지 돌리며 강력히 대응에 나서자 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흉부심장혈관외과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인지는 수술 수가를 보면 알 수 있다.
흉부심장혈관외과 집도의와 조수 5명과 마취과의사·마취간호사·체외순환사·수술실 간호사 등 의료진 10여명이 24시간 동안 교대해 가며 진행한 복부 대동맥류 환자의 건강보험 청구 수가는 200만원이 넘지 않는다. 인공판막치환술 역시 100만원이 채 안되는 수준이다. 수술 후에도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 보이지 않는 수고도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외과분야의 수술수가가 얼마나 저평가되고 있는지는 할인가로 시술한다는 가슴성형수술(400∼500만원)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문제의 발단은 1977년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할 당시 일반적인 관행수가(비급여)의 55% 수준(당시 신현확 보사부장관은 75%로 국회에 보고)에서 출발한 의료보험수가의 출발선 때문이다. 1979년 고려대 기업경영연구소가 한일병원·전주예수병원·부산침례병원·강동동원보건원 등 4개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병원경영관리 및 수지실태 조사보고서'에서도 원가보상률이 최저 49.95∼최고 75.91%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출발선부터 뒤로 절반을 물러난 셈이니 이익을 내기는 불가능하다.
의료계 한 원로는 "처음 의료보험수가를 정할 당시 수술에 바빴던 외과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생명과 관련이 있는 흉부심장혈관외과를 비롯한 외과계열의 수가가 평균 이하보다도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을 것이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외과수술을 하면 할수록 손해인 현실을 바로잡지 않고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가 어렵다.

 

일자리 더 만들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필요

취재 과정에서 흉부심장혈관외과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부분이 일자리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흉부심장혈관외과의 적정인력을 산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소한 흉부심장혈관외과를 열고 있는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당직·전문간호사·수술건수·응급수술·의료사고·연도별 적정 인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필요한 전문의와 인력을 도출한 뒤 적정인력을 확보하도록 하고, 손실에 대해서는 정부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병원 봉직의사는 "외상센터와 응급실에 생명과 직결돼 있는 장기를 다루는 흉부외과 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하지 않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소중한 생명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흉부외과 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방대학 흉부외과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적정 흉부외과 전문인력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정부가 정책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며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과나 분만실 존폐 여부를 따지고 있는 산부인과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흉부심장혈관외과의 보험급여 인정 항목도 넓혀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승진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은 "흉부심장혈관외과 의사가 호흡재활과 심장재활이 가장 밀접한 분야임에도 재활치료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것들부터 우선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어른신들의 경우 활력 증후(vital signs)와 ABC(airway 기도·breathing 호흡·circulation 순환)가 가장 필요하다"며 "요양병원 의사인력 등급에 가점을 받는 진료과에 흉부심장혈관외과는 빠져 있다"고 밝혔다.

 

진단분야를 강화하지 못한 채 흉부심장혈관외과의 영역이 수술에만 집중돼 있는 것도 문제라는 인식도 있다. 심장질환을 놓고 심장내과·혈관내과 등과 겹치는 상황이 잦아지면서 흉부심장혈관외과의 범위도 좁아지고 있다는 것.

한 봉직의사는 "학회에 심장초음파 분과와 경피경혈관심장동맥확장술(PTCA)분과를 만들어 교육하고, 잃어버린 진단을 되찾아와야 한다"며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학회의 그늘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흉부심장혈관외과 전문의를 포기한 채 미용과 피부 진료를 하고 있다는 한 개원의는 "웬만한 종합병원 흉부외과에서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주도하는 수술이 줄어드는 대신 타과의 시술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흉부심장혈관외과에서도 시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길수 부천세종병원 과장은 "학회 차원에서 흉부외과의 다양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나서고 있고, 후배들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높다"며 "전공의들과 전문의들을 위해 다양한 주제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로 명칭 변경 추진…'백서' 발간 착수

정경영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이사장(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은 취임 이후 일부 원로교수들의 우려를 무릅쓴 채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학회 명칭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대한흉부외과학회'에서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로 공식 명칭을 사용하기 위해 대한의학회를 비롯해 유관학회와 대화에 나섰다.

이사회를 전면 개편하고, 위원회 별로 참신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귀를 열고 있다.
권역외상센터 운영지침에도 적극적으로 관여, 기존 5개 센터와 추가 지정될 예정인 4개 센터에 흉부심장혈관외과 전문의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5월 10일에는 심성보 기획홍보위원장과 양지혁(성균관의대)·최창휴(가천의대)·박국양(가천의대) 교수 등이 참여한 TFT를 가동, 백서 발간을 추진하고 있다.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백서' 발간을 통해 흉부외과의 현실을 근거에 기반한 통계를 통해 객관적으로 분석한 정책자료를 제시함으로써 학회와 학문을 살리는데 주력키로 했다.

심성보 학회 홍보이사는 "현재까지는 특별한 해결책과 대처방안이 없다. 우리 학회만 움직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산부인과·외과 등 어려운 진료과들과 연계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심 홍보이사는 "흉부심장혈관외과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공청회도 한 두 달 내에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적인 온도차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의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양성화 방안이 대표적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대형병원은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지 않고, 문제 회피와 이윤감소를 이유로 적정수의 의사 고용을 회피한 채 적은 인건비의 PA를 고용해 불법 의료행위를 시키고 있다"며 "정작 실력을 연마해야 할 전공의는 현장에서 배제되고, 불법 PA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고 보건복지부와 병원계를 비판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보건복지부의 근시안적 땜질 처방이 의료의 왜곡된 구조와 난맥상의 원인"이라며 PA 양성화에 반기를 들었다.

이상은 멀고, 현실은 가까운 PA 문제를 전문간호사제도(Physician's Nurse)를 통해 풀어보자는 대안도 있다.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 반목하고 갈등하기 보다는 대화와 협상이 절실해 보인다. 대화의 전제는 흉부심장혈관외과를 비롯한 외과계열의 위기에 공감하고 있는가가 될 것이다.

▲ 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은 "수술실에 들어갈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흉부심장혈관외과에서도 성공적인 개원모델이 계속 나와야 전공의 지원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서울하고 강남에 흉부외과 간판을 달았다. 흉부심장혈관외과의 전문성을 살린 하지정맥류로 건실하게 기반을 닦았다.

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이 문을 열고 있는 서울시 강남구 역삼1동 751-7번지 센트럴흉부외과를 찾았다.

전공을 살리며 성공적인 개원모델을 보여주고 있지만 흔치 않은 사례라고 했다.

김 회장은 동료와 후배들 걱정부터 했다.

"전공의 4년에 펠로우까지 몇 년을 더 하며 대학에서 자리를 찾아보려 하지만 절반은 개원을 해야 한다"고 밝힌 김 회장은 "심장수술을 하는 흉부외과 의사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경외과는 우리들병원이나 고도일병원 처럼 전공의를 마치고도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 반면에 흉부외과는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자리가 전무합니다. 대학이나 종합병원에 남는다는 보장이 없고, 흉부외과 전공을 살려 개원을 할 수 없다보니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김 회장은 "권역외상센터·응급의료센터·중환자실에 vital signs(활력 증후)과 ABC(airway 기도·breathing 호흡·circulation 순환)를 커버할 수 있는 흉부심장혈관외과 전문의를 배치하도록 하고, 요양병원에서 의사를 채용할 때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 명이라도 더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고, 흉부심장혈관외과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흉부외과의 미래를 위해 '대한흉부외과개원의협의회'에서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로 명칭을 바꾸고, 과의 위상을 높이는 일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흉부심장혈관외과를 표방하면 하루에 10여명을, 흉부심장혈관외과를 표방하지 않으면 40명을 진료할 수 있습니다. 전문과를 숨겨야만 하는 것이 개원가의 현실입니다."

 김 회장은 어려운 개원의들을 위해 개원에 성공한 흉부심장혈관외과 개원의들의 경영과 진료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세미나를 열 계획도 세워놨다.

"하지정맥류와 다한증 등 흉부심장혈관외과 의사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질환을 중심으로 전문화를 꾀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하다"고 밝힌 김 회장은 "대학교수 출신 개원회원이 흉강경 수술로 특화를 시도한 적이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삭감을 당하는 바람에 포기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전국적인 조직을 만들고, 의사회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기금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입니다."

김 회장은 의사의 감독 아래 전문간호사의 영역을 확대하는 의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양성화 방안과 관련, "병원들이 흉부심장혈관외과 전문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해야만 전공의들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주면서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힐 수 있고, 전공의들의 기피 현상과 PA 문제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 늦기 전에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방병원과 개원가에서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들이 신음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면 지방의료가 몰락하고, 환자들은 모두 수도권으로 몰리게 될 것입니다. 흉부심장혈관외과의 위기가 대한민국 의료계의 위기로 확대되기 전에 책임있는 정책결정권자들이 나서야 합니다."

김 회장은 "벼랑 끝에 서 있는 흉부심장혈관외과 의사들의 외침을 허투루 듣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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