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기획 입원율 줄이고 '재발방지' 초점 맞춰야
학술기획 입원율 줄이고 '재발방지' 초점 맞춰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3.05.13 09:42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현병 치료 목표가 변하고 있다 ①

조현병(정신분열병) 치료의 목표가 변하고 있다. 증상을 억제하는데서 최근에는 재발을 방지하는 쪽으로 변화하면서 약물 순응도를 높인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최근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장기지속형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주사제가 익숙하지 않다. 실제로 경구용보다 주사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여러 연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주사제 처방이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의협신문>은 조현병 치료의 목표가 어떻게 변해 왔고, 약물들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조현병 치료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해 갈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또 국내·외 석학들과의 특별 대담을 통해 조현병 치료의 최신 흐름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지역사회에 기반한 치료시스템 활성화 필요

올해 4월, OECD 자문관인 수잔 오코너 박사가 발표한 'OECD의 대한민국 정신건강시스템 분석 결과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신질환 치료는 다른 국가에 비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입원치료가 정신건강 의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는데, 문제는 이런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가 입원치료 이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OECD 보고서는 정신건강 의료모델의 변화를 입원중심 치료에서 지역사회 기반 치료로 이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지역사회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보니 정신질환 입원 병상수만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기관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데 있어 입원치료를 해야 부족한 수가부분을 채울 수 있어 근본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선진국들이 입원치료보다 지역사회에 기반한 정신건강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는 재발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약물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도 이같은 서비스 시스템과 약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입원율 높은 '조현병', 사회·경제적 부담 증가

조현병은 지역·인종·문화적 특성에 관계없이 평생 유병률이 1% 정도라고 알려진 정신과질환이다. 이 때문에 매일 약을 챙겨먹어야 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들이 매일 약을 복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약물순응도가 낮고 재발이 잦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실제로 항정신병 약물에 비순응하는 환자는 순응하는 환자에 비해 약 2.5배 정도 정신병원 입원율이 높고, 약 3배 정도 높은 의료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이민수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조현병은 재발을 거듭할수록 임상양상이 악화되고 항정신병 약제에 대한 반응성 및 치료 성공률이 떨어져 삶의 질 회복도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또 "조현병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급성기 증상을 안정시키는 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재발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목표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0년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요양시설에 입원(소)한 환자의 진단명은 조현병이 약 55.8%로 1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초발 입원 중증정신질환자 가운데 3년 동안 장기입원을 경험한 환자 5507명 중 약 78%가 발병 첫해에 이미 장기입원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권준수 교수팀이 6개월간 재발환자와 안정기 환자의 총 진료비를 비교한 결과를 보면, 재발 환자가 안정기 환자에 비해 약 7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재발 환자의 총 의료비용 중 52.4%가 입원 관련 비용을 차지하고 있었다.

즉, 조현병은 재발이 잦고, 입원을 하면 할수록 질환이 악화돼 결국에는 환자의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발하므로 입원율을 줄이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 한국 정신병상 수 증가 추이

▶조현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 추가재발 방지

조현병은 재발과 만성화로 인한 입원을 막기 위해서는 초발 환자의 초기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조현병은 재발을 거듭할수록 임상양상이 악화되고 항정신병 약제에 대한 반응성 및 치료성공률이 떨어진다. 때문에 최근 조현병 치료는 추가적인 재발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약물치료에서 비순응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고, 지역사회공동체 치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정신보건정책 시스템의 변화 역시 요구된다.

선진국에서는 1일 치료비가 늘어나더라도 재발과 의료시설 의존도가 줄어들어 전체 치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에 적용하고 있다.

한 예로 독일은 환자의 장기입원을 방지하기 위해 입원 1주일부터 매주 입원적정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한국은 6개월 단위로 시행), 일본은 환자를 퇴원시키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의료행위에 높은 수가를 책정하고 정신과 외래 및 낮 병원 수가를 대폭인상 하는 등의 유인책을 적용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 기반의 조현병 환자 관리시스템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먹는 약을 대치할 수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도 장려하고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 선진국에 훨씬 못미쳐

조현병 재발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독일에서는 2006년에 이미 36%, 홍콩은 37%의 사용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영국은 무려 50% 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의료수가 이외에 월 인센티브를 적용하며 장기지속형 주사제 처방을 장려하고 있다. 초발(발병 초기)환자나 첫 입원환자에게 건강보험급여가 제한돼 있는 우리나라와는 치료환경부터 다른 셈이다.

OECD에서 권고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조현병 초기 발병 환자가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입원에 의존한 치료보다 사회적 차원에서 치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활용해 사회·경제적 비용도 줄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입원시설의 진료기준을 개선하고, 입원치료를 유도하고 지역사회 치료를 저해하는 현재의 제도적 장치에 변화를 줘야 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지역사회 치료모델의 단기적·중장기적 비용효과를 비교 조사하는 과정도 선행돼야 한다"며 "이제는 조현병 치료를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도 입원일수 감소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대안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