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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21:53 (금)
나를 감상하다

나를 감상하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3.04.2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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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지음/황금알 펴냄/1만 5000원

 
여담이겠지만 문청시절 누구나 첫 도전은 시라고 한다. 그러다 시를 쓰면서 자신의 한계에 좌절한 이들이 옮겨간 곳이 수필이고 소설이고 평론이라는 것이다. 시쓰기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인듯하다. 그래서인지 시인의 산문은 정갈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그리고 쉽다. 언어를 조탁하며 느낀 고통을 감내한 이들이여서일까. 잘 쓴 글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지만 쉬운 글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의사 시인 신승철 원장(서울 강남·큰사랑노인전문병원)이 <나를 감상하다>를 펴냈다. 이 책은 시인이 쓴 산문의 매력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일상에서 정신과 의사로서, 시인으로서, 또 한편으로는 삶의 철학적 성찰을 가다듬어 읽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머릿글에서부터 마음을 빼앗긴다. 어머니와 아내에게 바치는 책이다. 여든 중반에 들어선 모친은 80세에 한글을 배우기 시작해서 이제 꽤 글을 읽게 되셨다. 질곡의 삶을 이어온 어머니의 무릎위에 바치는 책이다. 몸이 불편에 아내에게도…. 가족을 향한 마음 처럼 책 속에는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긍휼한 마음이 배어난다.

모두 여섯 부분으로 나눠진 책은 ▲귀녀운 노인들(노인병동 생활사·할배, 할망구의 연애사·고희 유감·노인의 성·치매환자, 몸으로 듣는다·내 어머니의 꼿꼿한 노화) ▲자살예방 고찰(우울증 다시 듣기·소신공양 혹은 분신자살의 문제·애도반응과 그 의미·알코올리즘 그 현상과 대책·순수의식과 정신건강) ▲자전 시네마 명상(멋진 신세계·주인 마음을 따르는 뇌·간디의 건강철학·세포의 기억·존엄사 재고·'죽음' 연습 좀 합시다!) ▲나를 감상하다(교동도에서·겨울은 행복하다·천사의 메시지·달터공원을 오가며·목욕탕에서의 사색·숯가마에서·개와 인생) ▲성찰에 대하여(개코원숭이 사회의 교훈·걱정되는 청소년 욕중독·아버지와 아들) ▲사랑의 노래, 자비의 노래(사랑의 양자물리학·갠지스강 근처에서·쿠시나가라에서·내 경험적 종교관) 등을 통해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저자는 정신과·신경과 전문의로 연세의대 교수와 미국 텍사스의대 정신보건과정 연구교수를 역임했으며, 1978년 혜산 박두진 선생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너무 조용하다> <개미들을 위하여> <그대 아직 창가에 서서 오래도록 떠나지 못하고 있네> <더없이 평화로운 한 때>와 에세이집 <한 정신과 의사의 노트> <남편인가 타인인가>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 등을 펴냈다(☎02-2275-9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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