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5 18:04 (목)
백신 전쟁 치열…주권 확립 절실

백신 전쟁 치열…주권 확립 절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3.04.02 17:4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체 27종 백신 중 국내서는 10종만 생산 가능…80% 수입 의존
범정부 차원에서 백신산업 육성책 만들어 팬데믹 상황 대비해야

백신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백신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실제로 국내에서 개발된 백신은 전 세계 백신 시장에서 약 2% 수준만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고, 전체 27종의 백신 가운데 국내에서는 10종만 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금액기준으로 보면 80%가 수입산 백신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범정부차원에서 백신산업 육성책을 만들어 펜데믹 상황을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주권'확립으로 국민 안전 지켜야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전 세계 국가들은 독감백신 확보를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백신을 생산하는 국가들은 우선적으로 백신 확보가 가능했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백신생산 자급능력이 부족했던 나라는 백신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통해 '백신 주권' 확보는 국가 경쟁력·국가안보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필수예방접종으로 지정돼 있는 천연두·디프테리아·소아마비·일본뇌염과 같은 전염병의 국내 질병감소율은 100%에 가깝다. 하지만 예방접종률이 3%에 불과한 폐렴을 비롯해 A형간염은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예방접종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필수예방접종 확대 뿐 아니라 신종전염병에 대한 예방접종 확대를 위한 백신 확보도 필수적이다. 신종전염병인 SARS,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과 같은 대유행(팬데믹)이 발생할 경우 인명피해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정태 상무(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는 "팬데믹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백신의 국산화, 백신원천기술의 확보, 백신 수급의 균형유지 및 국가통제시스템의 구축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전체 27종의 백신 가운데 오직 10종만 생산 가능하고, 금액기준으로는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범정부차원의 백신 산업 육성책이 하루속히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있는 '백신'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치료제를 사용해 질병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예방목적의  백신 사용도 중요하다.

예방중심 의학의 핵심에는 바로 백신이 있는데, 전통적으로 백신은 질병예방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암이나 알츠하이머 등 불치병에 도전할 첨단 기술로써 백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2010년에 전립선암 치료백신인 'Provenge'가 미국 FDA의 승인을 받는 등 치료를 위한 백신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시장규모는 2011년도 2.9억 달러에서 2018년도 110억 달러까지, 7년간 연평균 6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치료백신에 대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학·연의 관심과 정부의 투자확대가 필요하다.

성백린 연세대 교수(생명시스템대학 생명공학과)는 "백신제제는 대부분의 경우 외부에서 감염하는 바이러스 및 세균 등의 감염예방의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최근에는 우리몸의 대사질환으로 기인하는 만성질환의 예방 및 관리차원에서의 치료용 백신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는 감염성 질환을 대상으로 해 전 세계 시장이 형성돼 있으나, 앞으로는 기존 치료제로 사용해오던 이러한 만성질환 영역까지 백신 바이오의약품의 영역이 확장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백신 산업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보건산업 동향'에 의하면 전 세계 백신 시장의 규모는 2011년도 317억 달러(약 35조원)로, 최근 6년간 연평균 11.5%씩 성장함으로써 2017년도에는 567억 달러(약 65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장규모의 확대는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신흥국가의 백신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고, 폐렴구균 백신, 자궁경부암 백신, 로타 바이러스 백신 등 고가의 프리미엄 백신과 개량백신(혼합백신 등)의 성장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프리미엄 백신은 개발에 성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경우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데, 예를 들어 머크의 'Rota Teq'은 연구개발비로 약 3.5억 달러가 소요됐으나 2011년도 한 해에만 6.95억 달러의 매출액을 달성해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또 백신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액을 나타내는 'Prevenar'는 2011년도 매출액만 약 36.57억달러(약 4조원)로 국내 상위 47개 제약사의 2011년도 매출액 합이 9조 6005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프리미엄 백신의 글로벌 시장성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대형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이러한 백신 산업의 성장잠재력을 오래전부터 감지하고 백신회사의 인수를 통해 백신 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백신시장에 턱도 없는 국내 백신시장
앞으로 백신 산업의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제약산업의 치료영역별 성장전망을 보면 2018년에는 백신시장이 매출액 규모 4위로 도약하고, 성장률과 시장점유율을 고려할 때 항암제 시장, 당뇨병치료제 시장에 이어 3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백신시장은 2011년도 기준 약 7100억원 규모로 최근 6년간 연평균 11%의 성장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전 세계 백신시장의 약 2% 수준을 점유하고 있을 뿐이다.

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백신 시장은 자궁경부암·폐렴구균 등 고가의 수입 백신이 포함된 '기타예방백신'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가검정량으로 볼 때 전체 백신 시장에서 기타예방백신은 20%에 불과하지만 금액으로는 56%를 차지하고, 2006년도부터 2011년도까지의 성장률은 무려 24%에 이른다.

반면 '필수예방백신'은 전체 백신 사용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나 금액으로는 44%에 불과하고, 연평균 성장률은 1%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2010년도에는 약 9000만 달러였던 백신 무역수지 적자가 2011년도에는 약 1억 2000만 달러로 증가됐다.

박정태 상무는 "국내 백신 개발은 SK케미칼·녹십자·LG생명과학·보령바이오파마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양약품 및 종근당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개발 투자는 연 610억원 수준으로 다국적 제약사가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평균적으로 드는 비용(1600억원~6500억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정부의 백신 개발에 대한 지원도 여러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체계적인 지원과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신기술 연구개발 추세 변화 예의주시해야
최근 신규 백신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점막면역유발 백신, 접종횟수 감소 백신, 열안정 백신 및 기존 백신항원을 혼합한 다가혼합백신 등에 대한 연구와 백신시장의 블루오션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가혼합백신 제조, 일체형 주사기 제형 적용, 치료용 백신, 세포배양 백신, VLP형 백신이 개발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다가 혼합백신을 보면, 크게 DTaP 기반·DTwP 기반·HepB 기반·약독화병원균 항원기반 혼합백신의 4개로 구분할 수 있고, 현재 6가 혼합백신인 DTaP-HepB-Hib-IPV까지 개발돼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또 기존 감염성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영역을 확대해 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백신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암·치매·당뇨·비만 등에 대한 치료백신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돼 임상에 진입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small molecule' 중심으로 형성됐던 치료제 시장을 잠식해 의약품의 시장변화를 주도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성백린 교수는 "현재 치료용 백신은 암환자의 치료에 사용되는 화학요법·방사선요법 등에 대한 대체 또는 보조수단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2010년에 개발된 전립선암 치료백신(Provenge)을 필두로 유방암·흑색종·위암·폐암·췌장암·대장암 등 다양한 암에 대해 대략 150여 개의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사 백신 반격 시작되나
우리나라 정부는 2000년 이후 꾸준히 투자를 한 결과 2009년 최초로 국산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과 기술력을 확보했다. 또 이를 신종인플루엔자 예방백신의 생산에 활용함으로써 자국 생산 백신으로 신종인플루엔자 발생을 극복한 몇개 안되는 보건 선진국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천두성 연구관(국립보건연구원 백신연구과)은 "국내 제약사의 경우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천 연구관은 "우리나라 상위 5개 제약사의 연구투자비를 모두 합하더라도 GSK라는 다국적 제약사(세계 투자규모 5위)에 비해 4.7% 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고, 제조 및 생산 공정에 관련된 연구에도 힘겨워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백신이나 경제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예방백신에는 거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국가적으로 필요하지만 기업의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 예방백신관련 연구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으로 주요 감염성 질환의 백신개발을 위한 인프라 및 기초연구에 국가의 선제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식약처 차료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거나 개발중인 백신에 대한 분석결과 13종의 필수예방접종 대상질환군을 포함해 27종의 대상질환 가운데 약 30%인 8종만이 국산화 돼 있어 이들에 대한 예방백신의 개발 및 국산화가 시급히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덕영 부장(LG생명과학 백신사업부)은 "우수한 연구개발 역량, 탄탄한 제품 계열군, 그리고 세계적인 영업 기반을 갖추고 있는 상위 5개 다국적 제약 회사(GSK, Sanofi-Pasteur, Merck, Novartis, Pfizer)가 세계 시장의 85%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태"라며 "당분간은 선진 제약사들에 의한 시장 과점상황은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산업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보다 성공적인 백신 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백신 제조업체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이같은 경쟁력이 확보되면 충분히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