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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 의사들의 주전공은? 통계>법·경영>어학 순

만학 의사들의 주전공은? 통계>법·경영>어학 순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3.02.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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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대 새 학기 모집 117명 합격 "진료 틈틈이 자기계발은 필수"

#1. 공보의 이승우씨(31)는 2년차로 넘어가던 해에 늦깎이 대학 새내기가 됐다. 이씨가 택한 전공은 정보통계학과. 의학 관련 통계자료를 다루는 일이 잦은 직업 특성상 데이터베이스화에 대한 전문지식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있는 그는 모니터를 통해 수업을 듣고, 차곡차곡 학점을 이수했다.

#2. 개원의 성대림씨(56)는 올해로 12년째 '열공' 중이다. 환자가 없을 때면 어김없이 교재를 펼쳐든다. 외과 전문의인 그는 틈틈이 동영상 강의를 듣고 외운 단어를 중얼거리면서 일본어와 중국어를 마스터했다. 재작년부터는 컴퓨터 공부를 시작해 정보통신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국문학에 심취하면서 발표한 시로 문단에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대학에 다니면서 한번쯤 해본 생각, '△△과 말고 ○○과에 갔다면 어땠을까?'.

의사의 길을 걷고 있지만, 제2의 전공 공부를 선택한 이들이 꾸준히 평생교육을 실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1월 30일 2013년도 신·편입학 합격자를 발표했다. 본지가 입수한 전형 자료에 따르면, 현직의사 117명이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다. 전형별로 보면 편입학 비율이 90% 정도로 압도적이다.

올해는 그나마 저조한 편이다. 최근 5년간 방송대에 입학한 의사직군 현황을 보면, 2009년 115명에서 2010년 120명, 2011년 142명에서 지난해 168명까지 학생수가 뛰어올랐다[표]. 방송대는 매년 100명대의 의사 편입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2013년 2012년 2011년 2010년 2009년 합계
정보통계학과 18 37 39 25 21 140
법학과 14 28 18 18 22 100
경영학과 12 25 19 24 17 97
영어영문학과 18 21 16 12 20 87
중어중문학과 18 17 16 4 5 60
기타 37 40 34 41 35 178
117 168 142 120 115 662

▲최근 5년간 방송통신대 의사 지원 현황

의사들은 의학 데이터 관리와 빼놓을 수 없는 정보통계학과를 전공으로 가장 많이 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지원자가 18명, 지난해 37명, 2011년 39명 등으로 의사들 사이에서 4년간 줄곧 인기과 '1위' 자리를 고수했다.

통계학과 더불어 인기가 높은 전공은 법학과 경영이다. 최근 5년 동안 140명의 의사가 정보통계학과로, 100명이 법학과, 97명이 경영학과로 몰려 이들 3개 학과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의료기관을 개원하면서 필요한 실용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세대와 계층을 불문하고 어학에 대한 관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의사들은 통계학와 법·경영학에 이어 영어(87명)와 중국어(60명)에 높은 지원율을 보였다.

특히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인기가 치솟아올라 올해는 중어중문학과가 영어영문학과, 정보통계학과와 나란히 최상위 인기학과에 순위를 올렸다. 이밖에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하듯 문화교양학과와 유아교육학과, 가정학과, 농학과에도 매년 소수의 지원자가 문을 두드리고 있다.

"우물 안 벗어나자" 경영학, 문학으로 관심 돌리는 의사들

적지 않은 나이에 제2의 전공을 택한 의사들은 "본연의 업무 틈틈이 새로운 지식을 깨우쳐 가는 기쁨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첫번째 사례의 이승우 공보의(경북 문경 보건지소)는 올해 3월로 복무를 마치고 인턴 수련을 앞두게 되면서 부득이 휴학을 신청했다. 그에게는 '졸업'이라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

이씨는 "환자 사례를 다루는 데 있어 유용한 자료를 얼마만큼 활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통계를 공부했다"면서 "남은 학기는 전공의 2년차 때 복학해 이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송대에서만 4번째 학위를 받고, 올해 개설된 국문과 문예창작콘텐츠과에서 처음으로 석사 과정을 밟는 성대림 원장(제주 서귀포 대림의원)은 서귀포시에서나, 방송대에서 이미 유명인사로 통한다.

성 원장은 "의사는 아침에 출근해서 일정한 공간에 갇혔다가 저녁에 퇴근하는 신세다. 환자가 없는 철은 무료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보내느냐가 중요한데, 생업과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과를 선택해 알아가는 보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30일 합격 통보를 받은 이경옥 원장(38, 통영바른정형외과)은 의원에서 병원급으로 확장을 꾀하면서 경영지식을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껴 경영학과에 입학한 케이스다.

이 원장은 "그 동안 우물 안에만 있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에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치열하게 토론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 때 배운 지식을 경영학과 접목시켜 현실에 응용해보고 싶다"면서 "기회가 닿으면 대학원까지 진학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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