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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공심장 이식, 국내최초 따지는 일이 중요할까?

시론 인공심장 이식, 국내최초 따지는 일이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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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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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고려의대 흉부외과 교수 한국인공장기센터)

▲ 선경(고려의대 흉부외과 교수 한국인공장기센터)
인공심장 이식수술의 성공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대한민국 의학발전의 큰 걸음을 내딛는 소식이며, 국내 의료진의 실력을 보여준 쾌거이다. 삼성서울병원 이영탁 교수와 내외과 의료진 모두에게 축하를 보낸다.

국내 의료기술이 매우 우수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심장수술 성적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다.

비록 힘들고 인기 없는 흉부외과지만 묵묵히 환자 곁을 지키며 최선을 다해 오신 원로 선생님들과 선후배 동료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국내 의료수준을 고려할 때 항상 아쉬운 영역이 바로 인공심장이다.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말기심장병 환자에게 유일한 기회는 심장이식과 인공심장 뿐인데,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사용 가능한 인공심장이 하나도 없었다.

이 점은 외국의 의사들도 무척 신기하게 생각한다. 최첨단 의료장비가 밀집해 있고 로봇수술 같은 첨단의술이 보편화돼 있는 한국에 인공심장이 하나도 없다니…. 삼성서울병원의 성공을 기회로 국내에도 사용가능한 인공심장이 소개되어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이 주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번에 이식된 Heartmate-II 좌심실 보조장치는 박동성이 없는 축류형(axial) 혈류 공급장치이다. 현재 상용화된 이식형 심실보조장치로는 가장 합병증이 적고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심실 보조장치를 인공심장으로 부를 수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인공심장은 좌-우측 심장의 기능을 모두 대치하거나 보조하는 경우로 국한하자는 관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좌심실 보조장치도 넓은 의미의 인공심장 범주에 두고 논의하고 있다.

'국내 최초' 논란 따지기 전에 되짚어 볼 것들
오늘의 성공이 있기까지 국내에서 앞서 길을 개척해 온 여러 선각자들의 공이 반드시 기억돼야 한다. 특히 13년 전 연세대학교 흉부외과 장병철 교수의 인공심장 성공사례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은 바 있다. 말기심장병 환자에게 제1세대 인공심장이라고 하는 체외형 박동식 Heartmate I을 이식해 1년 5개월 유지했다. 이후 환자는 심장이식까지 성공적으로 수술받고 현재까지 생존해 있다.

인공심장의 국산화 노력 또한 반드시 기억돼야 한다. 국내 인공심장 개발사에는 서울대학교 의공학과 민병구 교수의 꿈과 열정이 있다. 민 교수가 개발한 한국형 인공심장(Anyheart)은 기존의 체외형 인공심장들과는 달리 몸 안에 완전이식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전기구동식 인공심장이었으며, 좌-우심장의 기능을 완벽히 대신할 수 있었다.

한국형 인공심장은 12년 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생명이 꺼져가는 환자에 이식돼 극적으로 소생시킨 바 있다. 2주간 성공적으로 작동됐으나 아쉽게도 간부전증이 악화되어 사망했다. 이 역시 국제학회에서 최초의 이식형 인공심장 성공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의 의료수준을 고려할 때 인공심장 '국내 최초' 성공이 누구인가 따지는 것은 조금은 우습고 남사스러운 일이다. 세계적으로 1년에 10000여건이 넘는 인공심장이 이식되고 있다. 현재의 성공은 지금까지 길을 닦아온 선각자들의 노력이 밑거름이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성공신화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한국형 인공심장을 개발해야 한다. 인공심장 연구개발은 우리의 뛰어난 IT 공학기술과 의학기술의 접목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이며, 지난 수십 년 간 많은 지식과 경험이 축적돼 있다. 이미 임상 전단계까지 개발이 됐으며, 상용화된 외국제품들과 비교해 기능은 조금도 뒤지지 않지만, 가격은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 국가 차원의 지원과 도전적인 기업의 관심이 요구된다.

다시 한 번 삼성서울병원의 쾌거를 축하드린다. 이렇게 멋지고 폼 나는 흉부외과를 왜 안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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