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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료 4.0'은 개원의가 선도해야 한다
'한국의료 4.0'은 개원의가 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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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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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록(대한개원내과의사회 부회장 경기도 고양시 신록내과의원)

▲ 신창록(대한개원내과의사회 부회장 경기도 고양시 신록내과의원)
필자가 의협신문 신년 특집 <한국의료 4.0 시대-진화를 꿈꾼다>를 읽고 난 느낌은, 목이 마른 상황에서 신선한 청량음료를 한 잔 들이킨 느낌이었다.

지난 수년간 의료계는 정부가 보장성 강화 정책을 드라이브하는 상황에서 정확한 현실 파악이나 올바른 대응전략도 없이 겨우 의료 환경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무조건 반대만 앞세우는 피동적 자세만 견지하고 있었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벗어나려면 스스로를 틀 속에 가둬놓고 방어 자세만 취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하며, '한국의료 4.0 시대'의 제안이 그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모든 의료 정부 통제' 과욕 버려야
우선 첫 번째 키워드인 의료수가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면 <의협신문> 자체도 그 분석에 있어서 '의료행위의 수가는 건강 보험 재정과 직결되고 정부가 통제해야 한다'는 기존의 사고방식에 너무 얽매어 있어, 나무만 보고 전체적인 숲을 간과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보험재정에만 의존' 문제 많다
최근 대선을 치르며 정치권에서 부르짖은 '무상의료'도 같은 맥락이다. 건강보험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보편적이고 적절한 질병 치료일 뿐이다. 정부도 이에 해당하는 부분만 관여해야지, 질병에 관련한 모든 의료를 정부가 통제하고 건강보험으로 해결하겠다는 과욕은 버려야 한다. 보편적이고 적절한 정도를 벗어나 최고의 질과 최고의 대우를 원하는 환자의 진료까지 정부가 제어하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그 부분에서 평등의 권리를 내세우는 것은 지나친 생각이고 현대 의료를 잘 모르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임의비급여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이런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뒤집히고 있으며, 정부도 이에 대한 영역 설정을 분명히 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재정적인 면을 살펴보면, 우선 국민의 질병치료를 건강보험 재정에만 너무 의지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많다.

일반 국민이 십시일반 낸 건강보험 재정으로 '신종플루'와 같은 전 세계적 전염병 때문에 일시에 거액이 들어간 진료비도 해결하고, 특정 환자에게 밑 빠진 항아리처럼 한없이 들어가는 희귀 난치병환자의 진료비도 해결하겠다는 정치권의 생각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이런 것들은 그 어떤 예산보다 우선해서 정부 예산으로 재정 지원을 해야 할 부분이다.

전문성 근거 바탕 심사해야
규제에 관한 문제도 물론 탈규제의 대상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심평원에서 질병치료 가이드라인을 심사 및 평가 기준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지적해야 할 것 같다. 가이드라인은 권장하는 치료 방법일 뿐이지, 결코 양심적으로 치료한 진료비를 삭감하는 근거로 이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려면 "급여기준에는 벗어나지만 의학적으로 타당성이 있을 때는 임의 비급여로 취급하는 것을 인정한다"는 조건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단순 심사행위와 달리 평가 부분은 그 기준 설정이나 세부적인 툴(tool)을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려운 과정이고, 따라서 상당한 전문성과 입증된 근거를 바탕으로 이루어 져야한다. 심사평가원도 십여년 전 평가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이에 대한 공감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실상은 평가와 가감지급을 실행함에 있어서, 평가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과거의 인력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평가의 기준 설정도 엄격한 검증 절차 없이 함량 미달의 부실한 기준을 급조하여, 무언가에 쫓기듯 시행부터 하려고 하는 의욕만 앞서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는 고3 수험생들에게 수능시험 성적 외에 다양한 내신 평가가 필요하다며 졸속적으로 내신 평가기준을 만들어 부작용만 양산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시행착오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평가 부분은 졸속적인 시행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한 뒤 시행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다.

의료전달체계 확립 시급
효율성 제고에 있어서, 이제 보건의료 학자들의 입 싸움거리에 불과한 공공의료의 개념 논쟁은 그만하고,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하여 취약한 의료기관 시설에 대한 국가 재정투자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 중단했던 의료전달체계의 규제 강화를 재개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을 핑계로 의료기관에는 가혹하게 규제를 가하면서 의료전달체계를 무시한 상급종합병원 집중 현상은 왜 아무런 규제 없이 방치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동네의원에서 치료해도 될 질병을 가지고 3차 병원을 이용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결코 보장성 강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그런 것을 원하는 환자는 건강보험 혜택없이 자기 부담으로 치료받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보건소 문제도, 역할이 불분명한 보건소의 기능을 재정립해서, 동네의원과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자로서 국민 건강 향상에 서로 협심하여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뜯어 고쳐야 한다.

한국형 1차 의료 재정립
1차의료 활성화 문제는 보건의료학자와 의료계, 정부가 기존의 고정관념과 불신을 해소하고 새로운 토론의 장을 만들어서 한국형 의원의료의 모델을 제시하고 그 발전방향을 모색하여야 한다.

영국이나 서구의 1차 의료도, 효율성이 떨어졌던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데 "영국형 모델이 좋다" "미국형 모델이 좋다" 하는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정말 한심한 모습이다. 특집 기사에서 언급한 문제들도 반드시 해결되어야할 과제이지만 큰 틀에서 한국형 1차 의료의 재정립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끝으로, 부디 이번 특집에서 다룬 제안이 의료계의 제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장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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