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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분별한 의대신설 "경종"

시론 무분별한 의대신설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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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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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혜연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

▲ 이혜연(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
부실의대 학생교육권 보호를 위한 정책간담회가 개최되어, 서남대 의대 학생들을 포함하여 부속병원이 없는 의과대학생의 교육과정과 기본적인 교육환경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 질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기본 여건과 실력을 갖추지 못한 대학이나 병원이 정치적 목적이나 기관의 세금 감면 등의 부차적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무분별하게 의대를 신설하는 일에 이제라도 경종이 울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수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하모니를 이뤄야 완성되는 교육이다. 따라서 다른 학과 과정과 달리 여러 명의 전문가들이 하나의 교과목을 담당하는 것은 각 분야의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한, 지극히 어렵지만 필수불가결한 특별한 교육과정이다.

특히 임상실습 현장에서 학생을 소수 정예 지도하는 지도교수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수련병원의 경우, 환자진료과정을 학생들이 참관하면서 교육을 받는 일이 주치의와 환자 사이에 서로 양해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장실습의 중요성 때문이다. 따라서 의과대학 부속병원의 존재의미는 의사 양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의과대학 설립 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여건이다.

그러나 1990년대에 지역사회 의료소외지역을 해결한다는 명분하에 정치적인 목적으로 우후죽순 의과대학이 신설되었으며, 그 당시에는 의과대학 부속병원이 없더라도 협력병원만 있으면 의과대학의 신설이 허가되어, 임상실습 교육 과정의 기본적인 여건도 갖춰지지 않은 의과대학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정치적 과잉배려로 인해, 결국 의과대학생이 타 의과대학의 부속병원에서 위탁교육을 받거나, 여러 군소 협력병원을 이리저리 전전하며 부실한 임상실습교육을 받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모순은 지난해 6월 협력병원의 교수가 대학부속병원 교수인가 아닌가 하는 논란 속에 드러났다. 이 논란 속에서 드러난 더 놀라운 사실은, 최근 15년 이내에 생긴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한 사립 의과대학 중 일부는, 그 임상실습을 맡은 대형병원이 실제로는 대학부속병원이 아닌 협력병원이었고, 법적인 부속병원은 수도권이 아닌 최초 허가받은 지역에 최소한의 규모로 명목상 유지되고 있는 상황까지 드러나게 되었다.

교육기관을 미래인재를 위한 투자로 생각하지 않고, 세금 감면 등의 정책적 배려나 특권을 누리고자 하는 사업으로만 생각한다면 우리나라 의학의 미래는 큰 희생을 치르게 될 것이다. 뒤늦게라도 교과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일부 개정안을 통해 부속병원이 없는 의과대학의 경우 일정한 수준 이상의 협력병원에서 위탁실습을 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부속병원 없이 타 기관에 위탁교육만 하면 의과대학을 누구라도 개설하고 부실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의 기본 구조에는, 의과대학은 물론 그 졸업 후 수련과정도 지속될 수 있는 부속병원이 필요한 법인데, 새 법안은 이를 필수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다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는 다만 법안이나 정책상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의사가 양성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우리 나라의 미래 의료진은 어떤 수준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료계의 자생적 공감대가 결여되어 발생한 문제라 생각한다.

의과대학에 있어서, 부속병원은 그 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구조임을 자각하고 이를 갖추지 못한 의과대학이 유지되거나, 이름뿐인 수련병원에서 미래의 동료인 의사가 교육되고 전문의가 배출되는 모순은 우리 스스로도 빨리 시정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의과대학 교육에 대한 내부적 관리인 인증평가가 시행되어 이제 3주기에 이르렀으며, 평가를 통해 대학의 기본적인 교육환경이 개선 및 보완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여건이 부실한 의과대학의 입학성적도 여전히 최상위권에 머무를 정도로 지원자가 몰리는 모순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부실 의과대학생은 의사국시에 지원하지 못하여 의사면허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조치가 7년 후에나 시행되므로 학생, 학부형, 재단, 의료계, 교육계가 모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부실한 의학 교육에 대한 특단의 조치는 정확하고 빠르게 시행되어 재단의 비리나 부실로 인해 학생들의 미래도 망치고, 국민의 건강도 위협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의과대학에서 단순히 강의를 듣고 학점을 받으면 졸업하여 의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의료계는 물론 온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이다. 의과대학은 그 설립과 유지를 위하여 많은 재원과 투자가 필요한 기관이며, 의사가 되기 위한 실제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르쳐야 할 뿐만 아니라, 의업에 대한 사명감과 윤리의식을 바르게 교육해야 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과 동료 의사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실한 의과대학이 존립할 수 있도록 한 어이없는 정책은 다시는 시행되지 않아야 할 것이며,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억울한 학생이 없도록 현명한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부실한 의학교육기관이 빠르게 정리되어 우리 사회에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하며, 진정한 의사를 기르는 교육기관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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