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특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3.01.0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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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한국의료 4.0 시대'…수가 정상화의 길
정부-의료계 공동연구·협의체…구체적 로드맵 필요

한국의료시스템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의료계뿐 아니라 정부, 소비자측 모두 공감하는 담론이다. 그런데 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모두가 공감하는 담론은 현실화 되지 못하고 여전히 담론으로만 머물고 있다. 왜 일까?

오른쪽 그림에서 A그래프는 2003∼2012년 수가가 평균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10년간 진료의 단가라 할 수 있는 수가, 즉 환산지수는 매해 평균 2.4% 오른데 그친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평균 4% 전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가 상승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모두들 저수가가 문제라고 하면서 수가 인상률을 이렇게 낮게 책정해 왔을까?

의문에 대한 해답은 그래프 B가 말해준다. 2003년 건강보험 급여총액은 14조9522억원이었다. 10년이 지난 2012년에는 건강보험 급여총액은 무려 3배에 가까운 37조7716억원으로 상승했다.

10년간 건강보험 재정의 평균 증가폭이 10.59%에 달했다. 수가라고 불리는 환산지수를 매해 평균 2.4% 올렸을 뿐인데 건강보험 재정 증가율은 5배인 10.59%로 늘어난 것.

정부는 낮은 수가인상률에도 폭발적으로 재정이 증가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의사들의 진료행위량 증가를 꼽고 있다. 정부의 이런 인식은 결국 저수가는 인정하지만 수가는 올릴 수 없다는 아이러니한 현재 상황을 용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수가를 2%대가 아닌 4∼5% 이상 올릴 경우 의사의 진료행위량 증가와 맞물려 건강보험 비용의 급속한 증가를 우려해 결국 수가정상화를 엄두도 못내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가 반대했지만 강행한 포괄수가제나 총액계약제 카드까지 만지작 거리는 배경이다.

정부는 의료계의 진료행위량을 일정 수준으로 줄일 수 없다면 수가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환산지수 인상은 어렵다고 보고있다.

수가 고작 2% 올렸는데 건보재정 지출은 5배나…
정부의 지적대로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요인이 의사의 진료행위량 증가 탓이라면 해결책은 먼저 건강보험 재정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재정을 늘리는 우선 방안은 건보료 인상.

C그래프는 2003∼2011년 건강보험료 수입 추이를 가리키고 있다. 직장과 지역 가입자가 부담한 건보료 총액을 보면 대략 평균 11.9% 인상한 것으로 나타난다. 건강보험 급여비 평균 증가율 10.59%보다 높다. 급여비가 증가한 만큼을 가입자로서는 거의 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건보료 인상이 쉽지 않은 이유다.

건보료 인상이 정답이지만 건보료 인상카드는 논외로 하고 의료계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진료행위량을 늘려 저수가 체계를 극복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수가정상화를 요구하는 현재와 같은 스탠스가 있다. 아니면 진료행위량을 어느 정도 줄이는 대신 줄인 만큼보다 더 많은 재정을 수가정상화에 투입하도록 하는 정부와의 '빅딜'을 할 수 있다.

먼저 '빅딜'없이 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할 경우 진료행위량을 줄이라는 정부와 교착상태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교착상태가 계속될 경우 손해를 보는 쪽은 당장 낮은 수가를 감수하고 있는 의료계일 수 있다.

의협신문이 12월 17∼21일 의사 700명에게 수가정상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결과 의사 10명 가운데 9명(93.2%)는 진료단가인 수가를 정상화하는 것이 다른 어떤 문제보다 최우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아무런 조건없는 수가인상 요구를 고수해야 한다'는 47.4%의 강경한 목소리와 '진료량 감소로 생긴 재정절감분을 모두 수가인상에 투입한다면 받을만하다'는 40.4%의 빅딜론으로 갈렸다. 나머지 12.2%는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의료계의 동의가 전제된다면 빅딜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응답자의 47.5%가 여전히 조건없는 수가인상을 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빅딜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응답도 50.8%에 달했다. 앞선 질문에서 유보적이었던 12.2%의 응답자들이 의료계의 동의를 전제로 한 빅딜에 지지를 보내며 50.8%의 응답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의사 진료량 순수 증가분 정확히 측정해야
수가정상화를 위한 방법이 무엇이 되던 건강보험 비용 증가원인과 진료량 증가와의 관계를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연구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의 생각과는 달리 의사의 진료량 증가가 건강보험 비용의 폭발적 증가에 결정적 이유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사의 진료량 증가가 결정적 원인이 아니라면 진료량 증가에 따른 건보재정 부담을 우려해 수가정상화를 하지 못하겠다는 정부측 논리가 깨질 수도 있다.

정부는 저수가를 현실화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낮은 수가를 정상화할 경우 행위별수가 보상제도 아래에서 건강보험 재정비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정형선 연세대 교수의 논문을 근거로 하고 있다.

정 교수는 2009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2002∼2009년 동안 건강보험 재정 증가율 평균이 10.6%를 기록한 가운데 진료량 역시 평균 7.6% 증가했다고 추계했다. 정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 증가원인의 큰 부분을 의사 행위량 증가에서 찾고 있다.

정 교수에 따르면 2002∼2009년 환자 한명의 진료일수가 평균 3.0%, 환자 한명의 1일 진료강도는 4.4% 늘어났다고 밝혔다. 진료강도는 환자 한명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종류가 많아지거나 빈도가 많아진 것을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보장성 확대에 따른 급여범위 확대가 상당 수 의사 행위량 증가로 잡힐 수밖에 없다는 것. 보장성 강화안이 대부분 진료서비스의 종류를 늘이고 급여 빈도를 증가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환자 본인부담금에 지원된 재정은 결과적으로 건보 비용을 증가시키지만 의료계는 환자한테 받던 것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것일 뿐 이윤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2005∼2009년 사이 의료계에 이렇다할 이득을 주지 않았지만 건보 전체 지출에 기여한 본인부담지원액이 최소 4조원 규모로 추계된다. 같은 기간 전체 건보 재정이 11조원 늘어난 것에 비쳐보면 적지않은 규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보장성 강화정책에 따른 급여확대가 의사의 진료량 증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보장성 강화가 일으킨 진료량 증가의 착시효과
정형선 교수가 2005∼2009년 보장성 강화정책에 따라 확대된 건강보험 재정지출 요인을 추산한 결과를 살펴보면 대략 알 수 있다. 암·심장질환 등 중증질환 진료비 경감조치로 2005년대비 2008년 대략 3조5000억원이 더 투입됐다.

건강검진이 건강보험 급여화되면서 2006년 3574억원에 달하던 관련 지출액이 2009년 7251억원으로 3700억원이 늘었다. 의료급여 대상이었던 차상위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이 2008년, 만성질환자 및 18세 미만 아동들이 2009년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며 각각 884억원과 4007억원이 늘어났다. 대략 5년 동안 4조4000억원 규모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추진된 것.

이뿐 아니라 2005년 MRI와 미주신경자극기·인공와우 등이 급여되고 분만 본인부담금이 면제됐으며 정신질환 외래본인부담금이 20%에서 10%로 경감됐다. 2006년 입원아동 본인부담금 면제와 장기이식수술 급여화, 암검진 본인부담률 등도 낮아졌다.

이럭저럭 5년 동안 최소 4조4000억원에서 5조원의 급여범위가 확대됐다. 이는 같은 기간 건강보험 재정증가액 11조7000억원의 약 절반에 달하는 적지않은 지출 규모다.

보장성 강화 즉 급여범위 확대는 국민 입장에서는 비급여로 내던 것을 급여로 내는 것이다. 결국 의료기관만 비급여로 받던 것을 급여로 받은 것 뿐인데 건강보험 재정 지출은 커지고 의사의 행위량은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단가를 2.4% 올렸는데 전체 시장이 10.6%나 커진 상황은 왜 일어났을까? 우선 고령화사회로의 급속한 이동과 의료기술 발달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절대적이다. 그럼 진료량 증가가 미친 영향은 어느정도일까?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인해 진료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을 제외해야 순수한 진료량 증가원인을 찾을 수 있어 보인다.

정 교수가 지적한대로 진료일수 증가율이 10년간 평균 3.3%, 진료강도 증가율이 4.4%였다면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진료증가 요인을 분석할 필요도 있다. 진료강도의 증가는 동네의원보다 신의료기술이 많고 중증도가 높은 질환을 진료하는 상급 의료기관에서 벌어진 일일 가능성이 크다.

의·정, 수가정상화위한 협의체 구성 절실
수가정상화가 말로 그치지 않고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수가정상화를 현실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것은 정부와 의료계의 공동연구. 공동연구를 통해 의사의 진료량 순수 증가분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정도를 정확히 측정해야 하고 진료량 증가분 가운데 줄일 필요가 있거나 줄일 수 있는 증가분과 줄여서는 안되거나 줄일 수 없는 증가분에 대한 추계를 해야 한다. 생각보다 관련 연구가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만일 의사 진료량 증가가 건강보험 재정 급증의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면 진료량 증가를 이유로 수가정상화를 미루고 있는 정부의 입장이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진료량 증가 가운데 수가를 올리기 위한 재정으로 전환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의료계도 정부와의 '빅딜'을 고민해야 한다. 공동연구와 상관없이 수가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한 정부와 의료계의 협의체가 필요한 이유다.

10여년이 넘도록 누구나 수가정상화를 말하지만 아무도 구체적인 일정을 밟지 않는 아니러니한 교착상태는 깨져야 한다. 의료계도 교착상태가 계속된다면 수가정상화는 현실이 아닌 이상이나 구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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