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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전 환자의 사망과 입원을 감소시키는 새로운 약물 '프로코라란'
심부전 환자의 사망과 입원을 감소시키는 새로운 약물 '프로코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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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2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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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박수를 선택적으로 낮춰 주는 프로코라란(Ivabradine)이 11월부터 처방이 가능해졌다. 심부전·협심증 치료 신약인 프로코라란은 2012년 업데이트된 유럽 심부전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새롭게 추천되기도 했다. 이는 심박수의 감소가 심부전 환자에서도 중요한 치료 목표로 고려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프로코라란은 베타차단제가 포함된 심부전 기본약물치료에 부가적으로 투여돼 심부전의 사망과 입원을 18%, 26% 감소시키는 효과를 SHIFT 연구에서 보여줬다. 이에 새로운 신약 프로코라란이 심부전 치료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 새롭게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2012년 유럽심부전학회에서 발표된 급만성 심부전 진단 및 치료 가이드라인 업데이트에서 프로코라란이 심부전 치료의 추가요법으로 처음 추천되면서 새롭게 조명을 받았다.

베타차단제, ACE억제제, 무기질코르티코이드수용체차단제(MRA) 3가지 약물에도 심박수가 분당 70회 이상 일때 심박수 감소를 위해 ivabradine을 추가하라고 권고했다(B, IIa). 미국이나 다른 주요 가이드라인에 미칠 프로코라란의 영향력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심부전 환자에서 심박수의 감소로 인한 치료 효과는 이미 여러 베타차단제를 사용한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하지만 3460명의 심부전 환자가 포함된 IN HF outcome 연구에 의하면 베타차단제를 복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박수가 분당 70회 이상인 환자는 5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1).

▲ 그림1 IN-HF Outcome 연구에서 나타난 심부전 환자 심박수 정도

베타차단제를 복용하고 있음에도 심박수가 분당 70회 이상인 심부전 환자에게 추가적으로 프로코라란을 사용해 심박수를 더 낮춰야 한다는 것이 이번 유럽심부전학회에서 업데이트된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는 심부전 환자에서 사망과 입원의 위험을 감소시킨 프로코라란의 대규모 임상연구가 입증하고 있다. 심부전의 치료 목표는 증상이나 징후를 경감시키고 입원을 예방하며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다. 프로코라란은 NYHA II~IV로 심박수가 분당 70회이상, EF 35% 미만인 6505명의 심부전 환자가 참여한 무작위·다기관·국제적으로 실시된 SHIFT(Systolic Heart failure treatment with the If inhibitor ivabradine Trial) 연구에서 기존의 심부전 치료 요법에 프로코라란을 추가해 심혈관 사망,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으로 구성된 일차 연구 종료를 18%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더욱이 이 연구에 포함된 심부전 환자들은 기존에 심부전 치료 약물로 알려진 베타차단제와 ACE억제제를 90% 이상 복용하며 잘 치료 받던 환자들이었다. 그리고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을 26%,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도 26%나 감소시키는 등 심부전 환자에서 추가 심박수 감소로 인한 심혈관 사고 예방의 이득을 입증한 바 있다(그림2).

▲ 그림2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 위험 감소에 대한 SHIFT 연구 결과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프로코라란은 심부전 환자에게 추가적 심혈관 사고 예방의 이득을 제공하며 이러한 사망과 입원의 hard endpoint를 줄인 결과는 90년대 말과 베타차단제 이후 약물로는 처음이다.

그리고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12 유럽심장학회'에서 프로코라란이 심부전 환자의 재입원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는 새로운 결과가 발표됐다. 입원 감소 효과를 보기 위한 SHIFT의 하위 연구에서 프로코라란은 심부전 환자의 첫 입원의 위험을 25%, 두번째 재입원의 위험을 34%, 세번째 재입원의 위험을 29%로 유의하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1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체 심부전 치료 비용 가운데 입원으로 인한 치료 비용이 87%를 차지할 정도로 입원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프로코라란의 입원율 감소 효과는 심부전 입원 치료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할 때 주목할 만하다.

프로코라란은 최초의 If 통로 억제제로 심장의 동결절세포(SA node)에 작용해 심박수만을 감소시킨다. If 통로는 pacemaker를 만드는 동결절세포에 존재하는 이온 통로로써 If 통로가 열리면 동결절세포의 활동 전위 단계 중 심박수의 빈도를 결정 짓는 이완기탈분극의 기울기가 증가돼 심박수가 증가된다.

프로코라란은 다른 장기에 미치는 영향 없이 동결절세포의 열려있는 If 통로에 직접 결합해 심박수를 감소시킨다. 더욱이 프로코라란은 열려 있는 If 통로에만 결합했다가 과분극 되면 다시 분리되는 가역성을 가짐으로 환자들의 기저 심박수에 따라 스마트한 심박수 조절 효과를 발휘한다.

다시 말해 심박수가 빠르면 심박수를 더 많이 감소시키고 심박수가 느리면 덜 감소시키는 기전이다. 프로코라란이 심박수를 감소시키는 정도는 환자의 기저심박수가 60∼70bpm(beat per minute)인 경우 5∼8bpm을 환자의 기저심박수가 70∼85bpm인 경우에는 15bpm 감소시킨다.

프로코라란은 베타차단제와 비교해 심박수 감소 효과는 비슷하지만 전임상적으로 다른 몇 가지 차이를 보인다. 자율신경계를 매개로 한 심박수 조절이 아니기 때문에 심근수축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좌심실 이완기 시간을 유의하게 증가시켜 관상동맥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운동 시 심박출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운동시 심장의 적응력을 향상시키고 일부 베타 차단제 사용시 우려되는 운동 시 adrenergic vasoconstriction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심박수를 감소시킴에도 불구하고 심박출량을 증가시켜 장기간 관찰 조사에서 혈압을 변화시키지 않아 저혈압의 우려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프로코라란은 심박수를 감소시키는 약물이므로 가장 흔하게 발현되는 부작용은 서맥이며 그 외에는 안내섬광이 있다. 안내섬광은 If 통로와 유사한 특징을 가진 Ih 통로가 망막에 일부 존재해 프로코라란이 안내섬광을 발현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들은 치명적이지 않으며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바로 소실됐다. 앞서 언급된 SHIFT 연구에서 보고된 서맥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5%, 안내섬광은 3%였다.

프로코라란은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만성 안정형 협심증 환자에서 증상적 치료와 좌심실 수축기능이 저하된 만성 심부전 환자 중 심박수가 분당 75회 이상인 환자에서 사망과 입원 위험의 감소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허가돼 11월부터 국내 처방이 가능해졌다.

▲ 최동주 교수(서울의대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심부전치료의 약제 사용은 1776년 디곡신의 모체인 Foxoglove라는 약초의 사용으로 시작됐다. 그 이후 1900 년대 초 이뇨제가 개발되기 전 까지는 이렇다 할 새로운 약제가 없었으며, 디곡신과 이뇨제도 심부전 환자의 수명 연장보다는 증상적 완화 효과를 기대하며 사용된 정도였다.

그러나 1970년 대 말 이후 신경-호르몬계 활성화를 차단하는 약제인 베타차단제와 안지오텐신계 차단제를 사용하면서 심부전 환자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음이 알려지게 돼 심부전치료의 새로운 장을 맞게 됐다. 그 이후 안지오텐신수용체 차단제(ARB)와 알도스테론 길항제의 심부전 진행 억제 효과가 입증된 이후 새로운 약제의 심부전 치료제에 추가된 이 후 새로운 약제는 없었다.

최근 새롭게 개발되고 임상적 효과가 입증된 프로코라란은 심부전환자를 치료하는 기전은 종전의 약물과는 완전히 다르다.

신경-호르몬계의 차단에 의한 효과가 아니라 심장의 동결절세포(SA node)의 'funny channel'로 알려진 If 채널에 직접 작용해 심박수를 낮추는 작용을 갖는다. 유럽에서 2005년 처음 협심증 환자 치료에 대한 적응증을 인정받고 사용되기 시작한 이후 올해 2012년 11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처방이 가능하게 됐다.

프로코라란은 기존 약제들과는 전혀 다른 기전의 심부전 치료제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심박수를 낮춘다는 점에서는 베타차단제와 유사하게 보일 수 있으나, 프로코라란은 전신 교감신경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심장 동결절의 If 채널에만 작용한다. 확연히 다른 치료제의 출현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첫째로는 심부전 환자의 예후 개선을 위한 한 단계를 뛰어넘는 도약이라는 것이다.

SHIFT 연구에서 보여 주듯이 이미 기존의 약제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에서 추가적인 사망률과 입원율 개선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즉 심부전 치료를 위한 신 병기를 갖추는 셈이 된다. 두번째로는 향후 심부전 진행 기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베타차단제는 교감신경계, ACE 억제제는 레닌-안지오텐신계에 작용하는 뉴로-호르몬의 작용이 심부전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파악하고 증명하는데 중심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교감신경계와는 별개로 심박수가 심부전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그 외에도 심박수-심근 수축력 상호 관계, 교감신경계의 역할 및 이들 상호 작용이 심부전 진행에 미치는 영향 등을 규명할 수 있는 연구들이 더 수행돼야 할 것이다.

프로코라란이 국내에 공급됨에따라 만성 안정형 협심증 환자에서 증상적 치료와 함께 좌심실 수축기능이 저하된 만성 심부전 환자 중 심박수가 분당 75회 이상인 환자에서 사망과 입원 위험의 감소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심부전 치료 약제의 사용으로 환자의 예후 향상은 물론 의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임상적 자료의 축적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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