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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어르신들의 피부 주치의
요양원 어르신들의 피부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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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2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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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재 원장(수원 화인피부과의원)

2005년 어느 날, 보건소에서 공문 한 장을 받게 된 박노재 원장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원 장안구에 위치한 시립요양원 어르신들의 피부 주치의로서 활동하고 있다. 1991년부터 경남 지역에서 나관리협회에 봉직했고 의료봉사 활동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였다.

"바쁜 하루하루를 핑계로 소외된 곳을 돌아보지 못했는데, 이렇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며 소박한 미소를 머금은 박노재 원장. 아내와 함께하는 봉사활동이라 더없이 즐겁다는 그를 수원 화인피부과의원에서 만났다.

▲ 박노재 원장이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데다 다리까지 불편한 노인을 진료하고 있다.

7년째 시립요양원 환자들을 돌보다

 
벌써 7년이다. 매달 두 번째 일요일이 되면 의료봉사 팀이 꾸려져 시립요양원을 찾는다. 내과·재활의학과·안과·피부과·한방과·약사회와 장안구 보건소가 한 팀이 되어 시립요양원에 입원해있는 할머니·할아버지를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다. 흔쾌히 요청에 응하면서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7년이라니, 새삼 감회가 새롭다.

하루 100여 명이 넘는 환자들을 돌보니 시간이 어찌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으니, 피부 질환자 역시 넘쳐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의료봉사 활동을 준비하며 손수 약을 챙기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설렘을 느끼게 된다.

"의식이 없는 사람부터 치매 환자·거동을 못하는 환자 등 각양각색의 환자들이 모여있는 곳이에요. 피부 질환은 대개 생명에 큰 위협을 준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치료해야 합니다. 피부 질환으로 힘겨워하는 어르신들께 긍정의 마인드를 심어주고 싶었어요."

박노재 원장은 말기 암으로 고생하던 할머니 한분을 떠올렸다. 보호자도 포기한 그 환자는 유천포창이라는 병명의 물집이 생기는 피부 질환으로 많이 힘들어하던 터였다.

약을 쓰면서 많이 호전되는 것이 보였고 마주할 때마다 고마움을 전하며 웃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 한번은 수녀들이 운영하는 요양원을 찾아서 진료를 보고 있는데, 옴에 걸린 할머니를 만나게 됐다.

"요새 세상에도 옴이 있다니, 믿기지 않죠? 그런데 연세 있으신 분들은 면역력도 약하고 해서 옴에도 걸리고 그래요. 그게 전염력이 정말 강하거든요. 요양원이 발칵 뒤집혀서 환자는 물론 직원들과 사용하는 침구류 모두 싹 소독했는데, 그런데도 그 할머니가 계속 가려워하는 겁니다.

그래서 보니까, 손을 꽉 쥐고 있어 손안에 있었던 옴 균이 완전히 치료되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결국 그곳에 계신 분들 모두 두 번의 치료를 해야 했죠. 허허허."

박노재 원장은 면역 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이 집단 거주하는 곳이다 보니, 옴 같은 경우도 요양원에서는 심심찮게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옴은 급속도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만큼, 책임감도 크다고. 치료를 하던 그 조차도 옴이 옮아 고생했던 기억이 있을 정도이니 옴 같은 전염성이 강한 병을 치료할 때만큼은 각별히 신경을 쓰게 된다.

나를 기다리는 환자들은 나의 힘!
"의사가 된 이유는 누구나 같을 겁니다. 환자들을 생각하게 되는 거죠. 어려운 곳을 돌아보는 것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먹고 사느라 바빠서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는 있겠지만, 도움의 손길이 왔을 때 외면하는 의사는 없을 겁니다."

무릇 의사란, 환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박노재 원장은 얼마 전 여행을 다녀오는 비행기 안에서 심장 질환 환자를 만났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기내 안 의사를 찾는 다급한 방송에, 비록 피부과 전문의였지만 환자를 찾았다. 말레이시아 사람인 그는 청색증을 보이고 있었고, 심장이 많이 안 좋았다. 응급 처치 후 안정을 취해주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심장 전문의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그 사람 딸이 승무원이었던 모양이에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얼마 전 편지와 함께 선물까지 받게 됐어요.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생명을 구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니 민망하긴 했지만 이런 게 다 사는 재미 아니겠어요."

박노재 원장에게 지속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환자들이 가장 큰 힘이죠. 그리고 두 번째는 나를 항상 많이 도와주고 있는 아내입니다."

박노재 원장의 아내는 예성국악 관현악단 단장 겸 지휘자이다. 5년 전부터 의료봉사 활동을 함께 다니고 있으며, 2년 전쯤에는 박노재 원장의 후원으로 재능기부를 펼치기도 했다. 연주자들과 함께 공연을 펼친 것이다. 부창부수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부부다.

"국악연주와 판소리 공연을 펼치니 어르신들에게는 오랜만에 새로운 즐거움이었던 모양이에요. 많이 좋아들 하셨어요. 앞으로도 종종 기획해서 진행해보고 싶은 활동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과학자나 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시절 은사께서 재미삼아 관상을 보더니 의사가 제격이라는 말씀을 주었고, 어쩐 일인지 정말로 의사가 됐다고 한다.

"피부는 인체의 가장 광범위하고 큰 장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1991년에 피부과 전문의가 되었을 때 정말 잘 결정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술이 많지는 않지만 환자들을 보면서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으니까요. 저희 병원이 주택가에 인접해 있다 보니 미용보다는 피부질환으로 찾는 환자들이 90%이상 됩니다."

꾸준한 공부 통해 소외된 곳 돌보는 의사… 피부과 편견 없애고파
박노재 원장은 피부과 하면 미용 시술만을 생각하는 요즘의 분위기가 안타깝다. 무남독녀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정성껏 키워주신 외할머니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차원에서 소외된 곳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과 전문의라고 해서 돈 되는 치료만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의사는 환자들을 돌보는 것이 업이기 때문에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도 일본의 한 유명한 의사 역시 자신의 오진 확률이 60%에 달할 것이란 고백을 했죠. 실력 좋은 의사들도 그럴 진데, 부단히 노력하지 않는 의사들은 어떻겠어요? 학문은 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신 지식의 발전이 빠른 만큼, 학회 참석에 열심인 박노재 원장은 아주대학교 김유찬 교수의 권유로 외래교수 직함도 가지게 됐다. 꾸준한 공부로 오진 없는 의사, 소외된 곳도 돌아볼 줄 아는 의사가 바로 그가 소망하는 의사 상이다.

수년 동안 요양원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병원 주변 다른 요양원에서도 진료 요청이 끊이질 않는다. 앞으로는 해외 의료봉사 활동에도 눈을 돌리고 싶은 것이 그의 욕심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감사한 일이지요. 그렇게 허락해주신 하나님께도 감사드리고,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봉사하는 의료인으로 추천을 해주시는 수원시의사회 공연식 사무국장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박노재 원장의 장점은 소박함과 따뜻함이었다. 문득 소외된 곳의 그늘진 어르신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비단 피부과적인 진료뿐만 아니라 곪은 피부를 어루만져주는 그 소박함과 따뜻함, 위안을 주는 그의 한마디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글·사진 / 보령제약 사보기자 정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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