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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사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필수 요건
시론 의사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필수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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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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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성(공중보건의사 울릉군 보건의료원 정형외과과장)

▲ 한호성(공중보건의사 울릉군 보건의료원 정형외과과장)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의협이 주도하는 대정부 투쟁이 초읽기에 있다. 정부와 공단에 의해 침해받아온 진료권과 경제적 이익에 대한 회원들의 인내가 한계에 달하고 있음이, 많은 경로로 읽힌다.

의사들이 정치적인 주체로 결합하여 정책 결정과 후보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야만 한다는 회원들의 요구 또한 의약분업 파동 이후 어느 때 보다 높다. 사실 '의(醫)'의 의견이 묵살당했던 의약분업 사태 이후로 의사들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논의는 멈춘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한걸음 이상 나아가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실패했던 방법으로 계속해서 똑같이 시도하면서 성공하기를 바라는건 정신병자나 할 일'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기억하자. 많은 회원 개개인과 단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집단의 정치세력화를 꾀했다.

그리고 한결같이 두드러진 소득을 얻지 못했다. 특히나 회원 개개인을 소위 '의식화, 조직화'하려는 모든 시도는 씁쓸한 실패만을 맛본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이제는 이때까지 수면 아래 숨어있었던, 새롭지는 않아도 획기적인 제도의 개혁만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할 때가 아닐까.

의사집단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필수 요건들을 짚어보자. 먼저 10만 의사를 공통으로 대변할 수 있는 조직으로서, 의사협회가 정치세력화의 중심이 되어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회원들이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기에 현재의 의협은 부족한 점이 여럿 보인다.

먼저 이번 회장단의 선출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는 있었지만, 앞으로도 민주적인 집행부와 회원 전반을 고루 대변할 수 있는 이사진의 구성이 가능할지는 미심쩍어 보인다. 그리고 회원들의 정치적 요구들을 민주적으로 모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도 존재한다.

물론 이의 근본적인 이유는 의협 내 정치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부족해서일 것이다. 참여의 부족은 낮은 회비 납부율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의협의 재정은 그 규모에 비해 그리 탄탄하지 않다. 재정이 부족하고 집행부의 구성이 어느 정도 주먹구구이다 보니, 정책의 개발과 추진에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협회 차원에서, 악화되어 있는 국민의 여론을 돌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 회원들에 대한 의협의 존재감과 권위를 보여줄 방도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원들의 협회 운영에 대한 신뢰 확보가 절실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느정도 극복한 의협이라야만, 그런 의협이 있어야만 빠른 시일 내에 의사집단의 실질적인 정치세력화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하지만 저조한 참여와 그로 인한 대표성의 결여, 그때문에 제기되는 협회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 결국 그것이 다시 낳는 참여 의욕의 저하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깨지 않고서, 의협의 환골탈태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결국 현재의 제도에 대대적인 손질을 가해야만 이 악순환을 부술 수 있고, 그 제도 개혁의 핵심에는 '의사 면허'가 있다. 의사 면허를 갱신제로 전환하는 제도 혁신에 대한 논의를 이제는 시작해야 한다.

의사 면허를 대략 10년 단위의 갱신제로 전환하고, 그 권한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의해 의사협회가 위임받는다고 가정하자. 모든 회원은 10년에 한번씩 회비를 전액 납부해야만 할 것이다. 의협 재정이 한순간에 4배 이상 늘어난다.

우선 늘어난 재정으로 전자 투표나 상시 전자 설문조사 등의 직접 민주주의 보완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집행부 선출과 협회 운영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의료 정책의 개발을수행한 연구 기관도 대폭 증설하여 정책에 대한 반대를 통해서가 아닌, 선도적 정책 제안으로서 의료 환경에 대한 변화를 주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성공적이었던 한마음 대회와 같은 의사대회를 전국적, 지역적 규모로 빈번히 개최할 수도 있다. 행사의 내실도 더욱 기할 수 있을것이다. 회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징계위원회를 통해, 심각한 물의를 일으킨 회원의 면허를 회수함으로써 정부가 주도하는 의사 면허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치 자신이 낸 세금의 쓰임에 관심을 가지는 시민들처럼, 회비를 강제당한(!) 회원들의 의협 운영에 대한 관심도 증가할 것이다. 그렇게 악순환의 고리를 깰 균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협회와 의사, 의료 환경의 미래는 안개 속에 있다. 정치·사회 환경의 급변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묵묵히 진료실과 수술실, 연구실과 강단만을 지키고 있었다. 본분에만 충실하기도 버거운 환경에서 열심히 일해왔다는것이 의사집단의 자부심이자 한계이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동안,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점차 적대적으로 변해 왔다. 정부, 여론, 시민단체, 여타 의료 관련 단체 중 어느 하나 의사들을 옹호하는 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런 고립무원의 형국은 의사 집단이 내부적으로 먼저 변화하지 않고서는 벗어날 방도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변화를 위해서는 먼저 관심과 참여의 획기적 증진으로 전술한 악순환의 고리를 부숴야만 한다.

※ 이 란의 글은 의협신문의 입장이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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