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설립 허가 서울에선 내주지 않는다?
의료법인 설립 허가 서울에선 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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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2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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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톺아보기 12

법률이 완전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간이 만들다보니 때로는 모순된 조항이 들어가거나 해석이 애매한 경우도 많다. 의사와 관련이 깊은 의료법도 마찬가지다. 어떤 조항은 해석이 애매하고 어떤 것은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

의료전문 법무법인 LKpartners(엘케이파트너즈)는 의료법의 이런 문제들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법 톺아보기'를 통해 애매한 법률조항을 명쾌하게 풀어본다. < 편집자주 >

▲ 오승준 변호사(법무법인 LKpartners)
일찍이 개원시장에 뛰어들어 서울에 3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운영 중인 정형외과 전문의 A원장은 최근 고민이 생겼다. 경기도 지역에 2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신축하려다 보니 최근 강화된 의료기관 이중개설 금지 규정에 정면으로 위반돼 사실상 개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이 개설한 병원이다 보니 적용되는 세제 혜택도 제한적이어서 매출액 규모가 늘어날수록 다른 병원들에 비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커져갔다.

이에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개인병원을 의료법인(의료법 제48조 이하)으로 바꾸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조언을 듣게 됐다. 필요한 자금을 보유해 시·도지사의 허가를 얻기만 하면 세금 혜택은 물론 의료법인 명의로 복수의 의료기관도 개설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고민을 일거에 해결해줄 수 있는 묘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소유 토지 및 건물과 자신 명의의 예금을 운영자금으로 하면 법이 요구하는 허가 요건을 충족시키는 데에도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A원장은 의료법인 설립을 허가받지 못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서울 지역에서는 사실상 의료법인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쁜 일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법인을 운영하기에 충분한 인프라와 자금이 있는데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니 A원장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담당 구청 공무원의 말은 이랬다. 원래 의료법인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농촌과 같은 의료취약 지역에 의료기관들을 유인하기 위한 것이었기에 서울과 같이 의료기관이 밀집해 있고 국민의 의료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의료법인을 허가하여 각종 혜택을 제공해 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말은 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왠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1개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의료인이라 해도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이를 회피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 의료법인을 설립하는 것인데 이 또한 서울 지역에서는 불가능하다면 의사들의 직업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처사가 아닌가?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은 비단 A원장뿐만이 아니다. 대도시에 병·의원을 개원하여 자리 잡은 개원의들은 의료기관을 추가로 개설하여 진료범위를 넓히려 해도 정당한 방법으로는 추가개설이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각종 형태의 불법과 탈법이 저질러지고 있다.

서울 지역에 의료기관을 설립하기 위하여 의료법인 개설인 명의만 빌리는 방법, 낙후 지역에 의료법인을 설립하여 소규모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에 대규모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방법, 매매가 불가능한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을 사고파는 방법 등 불법, 탈법의 방법도 다양하다.

결국 A원장이 자신의 직업적 꿈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범법자가 되는 길을 택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의 제도는 반드시 그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만들어 진다. 따라서 그 제도가 만들어진 바탕이 바뀌었다면 바뀐 시대적 환경에 맞추어 운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현재 의료법인 제도는 시대적 배경이 바뀜에 따라 의료취약지에 의료기관을 유치·유인하기 위해 운영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의료법인 제도는 오히려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세제 해택을 받기 위한 우회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라면 현행과 같이 의료법인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아무리 목적 자체가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법률에 명시적으로 금지돼 있는 행위를 탈법적인 수단으로 달성하려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따라서 광역 지자체에서 의료법인 설립, 의료기관 개설 등의 허가시 이러한 사정들을 반영해 탈법적인 의료법인의 활용을 원천 봉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법령을 정비하여 의료법인의 설립요건 등을 보다 명확히 하는 등 현 시대적 배경을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만, 능력 있는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을 무조건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재고해 어느 정도 선까지는 직업적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하지 못하는 구식 제도로 인하여 불법·탈법의 유혹을 받거나 불의의 피해를 입는 의료인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의료법인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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